
정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개편안이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 안건에서 제외되며 잠시 숨을 고른 가운데, 해당 개편안이 3월 초 건정심 심의에 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일률적인 약가 인하'를 둘러싼 제약업계의 반발에 이어 국회에서도 개편안의 치명적 맹점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쏟아지면서, 정책 추진에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보건복지부 내부의 '건보재정 안정'과 '산업 육성' 사이의 엇박자를 넘어, 개편안 자체가 본래의 국정과제 목표인 'R&D 혁신 유인'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전면적인 수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항생제는 품절 위기, 고지혈증 약은 거품 그대로"… 도마에 오른 '현행 기준'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의 산술적 오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현재 약가를 기준으로 일괄적인 인하를 추진 중이지만, 이 기준 자체가 부정확하여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 의원은 선진국 약가와의 비교를 통해 "항생제 같은 경우는 지금도 선진국에 비해서 약가가 낮은데, 여기서 더 깎으면 아예 공급 부족이 일어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고지혈증 약 같은 경우는 선진국 대비 거의 3배 수준이어서, (정부 안대로) 낮춰봤자 2.3배 수준에 불과해 제네릭 약가 거품을 실질적으로 걷어내지 못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낮은 약가는 더 낮아져 필수의약품 공급망을 위협하고, 높은 약가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어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목표조차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혁신 유인한다더니 '캐시카우' 도려내기?… 복지부의 '정책 딜레마'
이번 제네릭 약가 조정은 단순한 약제비 절감을 넘어, 약가 인하를 통해 제약 산업의 혁신 R&D를 유인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김윤 의원은 "저희가 이제까지 보고받은 (정부 준비) 내용에는 제약 산업의 R&D 혁신을 이끌어내는 내용이 제대로 포함되지 못했다"며 수정안 보고를 요구했다.
이는 복지부 내부의 정책적 모순과도 맞닿아 있다. 보건산업국 등은 제약바이오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R&D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보험약가 부서는 정작 그 투자의 원동력이 되는 '캐시카우'를 일괄적으로 도려내려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글로벌 신약을 만들라며 등을 떠밀고, 다른 한쪽에서는 당장 내일 연구소 불을 꺼야 할 판으로 약가를 후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관 "기준점 검토하겠다" 한발 물러서… "최대 1만 4,800명 실직" 업계는 초긴장
국회의 강도 높은 지적에 주무 부처 장관도 한발 물러섰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편안의 목표가 "건보의 지속 가능성 담보, 신약 개발 생태계 조성(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연계), 필수 제네릭의 생산 역량 유지"라며 여러 목표 간의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정 장관은 "항생제처럼 필수 의약품인데도 공급 부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약가 조정 기준점을 무엇으로 할지 전문가 및 실무자들과 검토하겠다"며 기존 인하 방식의 보완 및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대 1만 4,800명 실직"… 사활 건 제약업계, 이례적 '노사 연대'
하지만 3월 초 건정심 을 앞둔 제약업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수익성 악화의 공포는 기업 단위를 넘어 산업 종사자들의 생존권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이 원안대로 강행될 경우 제약업계에서만 최대 1만 4,800여 명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례적인 제약업계 '노사 연대'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평소 임단협 등에서 대립각을 세우던 노동조합과 사측이 이번만큼은 '공멸할 수 없다'는 위기감 아래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노사 공동의 강경 대응과 단체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약가인하 이슈는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 대규모 노사정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 위축 넘어 '보건 안보' 위협… 필수의약품 공급망 '흔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건강권이다. 무리한 약가인하는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이나 기초 수액제 등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감기약, 해열제 등 일부 기초 의약품의 품절 사태를 겪은 상황에서, 제네릭 수익성 악화는 결국 제약사들의 생산 라인 축소로 직결된다.
한 중견 제약사 임원은 "원료의약품 가격은 폭등하는데 약가는 반토막이 나면, 결국 적자를 보며 약을 찍어낼 기업은 없다"며 "단기적인 건보재정 절감이 도리어 필수의약품 공급망을 붕괴시켜 더 큰 사회적 비용과 보건 안보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멈춤' 상태인 약가제도 개편. 정부는 재정 건전성이라는 명분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제약산업의 육성과 국민 건강권 보장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업계와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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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개편안이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 안건에서 제외되며 잠시 숨을 고른 가운데, 해당 개편안이 3월 초 건정심 심의에 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일률적인 약가 인하'를 둘러싼 제약업계의 반발에 이어 국회에서도 개편안의 치명적 맹점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쏟아지면서, 정책 추진에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보건복지부 내부의 '건보재정 안정'과 '산업 육성' 사이의 엇박자를 넘어, 개편안 자체가 본래의 국정과제 목표인 'R&D 혁신 유인'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전면적인 수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항생제는 품절 위기, 고지혈증 약은 거품 그대로"… 도마에 오른 '현행 기준'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의 산술적 오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현재 약가를 기준으로 일괄적인 인하를 추진 중이지만, 이 기준 자체가 부정확하여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 의원은 선진국 약가와의 비교를 통해 "항생제 같은 경우는 지금도 선진국에 비해서 약가가 낮은데, 여기서 더 깎으면 아예 공급 부족이 일어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고지혈증 약 같은 경우는 선진국 대비 거의 3배 수준이어서, (정부 안대로) 낮춰봤자 2.3배 수준에 불과해 제네릭 약가 거품을 실질적으로 걷어내지 못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낮은 약가는 더 낮아져 필수의약품 공급망을 위협하고, 높은 약가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어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목표조차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혁신 유인한다더니 '캐시카우' 도려내기?… 복지부의 '정책 딜레마'
이번 제네릭 약가 조정은 단순한 약제비 절감을 넘어, 약가 인하를 통해 제약 산업의 혁신 R&D를 유인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김윤 의원은 "저희가 이제까지 보고받은 (정부 준비) 내용에는 제약 산업의 R&D 혁신을 이끌어내는 내용이 제대로 포함되지 못했다"며 수정안 보고를 요구했다.
이는 복지부 내부의 정책적 모순과도 맞닿아 있다. 보건산업국 등은 제약바이오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R&D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보험약가 부서는 정작 그 투자의 원동력이 되는 '캐시카우'를 일괄적으로 도려내려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글로벌 신약을 만들라며 등을 떠밀고, 다른 한쪽에서는 당장 내일 연구소 불을 꺼야 할 판으로 약가를 후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관 "기준점 검토하겠다" 한발 물러서… "최대 1만 4,800명 실직" 업계는 초긴장
국회의 강도 높은 지적에 주무 부처 장관도 한발 물러섰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편안의 목표가 "건보의 지속 가능성 담보, 신약 개발 생태계 조성(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연계), 필수 제네릭의 생산 역량 유지"라며 여러 목표 간의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정 장관은 "항생제처럼 필수 의약품인데도 공급 부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약가 조정 기준점을 무엇으로 할지 전문가 및 실무자들과 검토하겠다"며 기존 인하 방식의 보완 및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대 1만 4,800명 실직"… 사활 건 제약업계, 이례적 '노사 연대'
하지만 3월 초 건정심 을 앞둔 제약업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수익성 악화의 공포는 기업 단위를 넘어 산업 종사자들의 생존권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이 원안대로 강행될 경우 제약업계에서만 최대 1만 4,800여 명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례적인 제약업계 '노사 연대'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평소 임단협 등에서 대립각을 세우던 노동조합과 사측이 이번만큼은 '공멸할 수 없다'는 위기감 아래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노사 공동의 강경 대응과 단체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약가인하 이슈는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 대규모 노사정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 위축 넘어 '보건 안보' 위협… 필수의약품 공급망 '흔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건강권이다. 무리한 약가인하는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이나 기초 수액제 등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감기약, 해열제 등 일부 기초 의약품의 품절 사태를 겪은 상황에서, 제네릭 수익성 악화는 결국 제약사들의 생산 라인 축소로 직결된다.
한 중견 제약사 임원은 "원료의약품 가격은 폭등하는데 약가는 반토막이 나면, 결국 적자를 보며 약을 찍어낼 기업은 없다"며 "단기적인 건보재정 절감이 도리어 필수의약품 공급망을 붕괴시켜 더 큰 사회적 비용과 보건 안보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멈춤' 상태인 약가제도 개편. 정부는 재정 건전성이라는 명분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제약산업의 육성과 국민 건강권 보장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업계와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