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단계이자, 기업 가치와 파이프라인 전략을 동시에 좌우하는 분기점이다. 수년간의 연구개발 비용, 투자자 기대, 환자 접근성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집약된 단계에서의 실패는 단순한 데이터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5년에는 특히 중·후기 단계에서 진행되던 고위험·고가치 파이프라인이 연이어 주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심혈관계 질환, 겸상적혈구질환, 강박장애, AL 아밀로이드증, 알츠하이머병 등은 모두 미충족 수요가 분명한 영역이지만, 기전적 타당성과 실제 임상적 유효성 사이의 간극이 다시 한번 확인된 해였다.
특히 일부 후보물질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된 자산이거나, 기존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이후를 대비한 전략 자산이었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도 적지 않았다. 또한 일부 기업은 전체 환자군에서의 실패 이후 특정 하위 집단(subgroup) 분석을 근거로 규제 전략을 수정하는 등, 실패 이후의 대응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밀벡시안(Milvexian)
적응증 - 심근경색 후 항응고 치료
개발사 - 존슨앤드존슨 / BMS
기전 - Factor XIa 억제제
밀벡시안은 차세대 항응고제 후보로 주목받아 왔다. Factor XIa를 선택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출혈 위험을 낮추면서도 항혈전 효과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 이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까지의 시간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시험은 중단됐다.
해당 연구는 기존 항혈소판 요법과 비교하는 설계였으며, 중간 분석 결과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아 조기 종료됐다. Factor XI 경로가 ACS 환자군에서 충분한 치료적 표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다만, 심방세동과 이차 뇌졸중 예방을 대상으로 한 다른 3상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심방세동 적응증은 기존 경구 항응고제의 특허 만료 이후 시장 재편 가능성과 맞물려 있어, 향후 결과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클라쿠맙(Inclacumab)
적응증 - 겸상적혈구질환
개발사 - 화이자
기전 - P-selectin 억제제
화이자는 2022년 Global Blood Therapeutics를 54억 달러에 인수하며 겸상적혈구질환(SCD) 포트폴리오를 강화했으나, 인클라쿠맙은 후기 임상에서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혈관폐쇄성 위기 발생 빈도를 감소시키는 데 있어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화이자는 해당 후보를 파이프라인에서 제외하고 2억6천만 달러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이는 기존 SCD 치료제 ‘옥스브리타’의 시장 철수 이후 이어진 추가적인 타격이었다.
SCD 치료 영역은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높지만, 염증·혈관 접착 경로를 표적으로 한 전략의 한계가 재확인된 사례로 기록됐다.
트로릴루졸(Troriluzole)
적응증 - 강박장애(OCD)
개발사 - 바이오헤이븐
기전 - 글루타메이트 조절제
트로릴루졸은 중추신경계 질환에서 글루타메이트 경로를 조절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강박장애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유효성 신호를 확인하지 못했고, 바이오헤이븐은 해당 적응증 개발을 중단했다.
앞서 2상에서도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전력이 있었으나, 수치적 개선을 근거로 3상을 진행했던 만큼 이번 결과는 전략 수정으로 이어졌다. 같은 물질로 개발되던 척수소뇌실조증(SCA) 적응증 역시 FDA로부터 보완요구서를 받으면서 허가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글루타메이트 조절 전략은 오랜 기간 연구돼 왔으나, 임상 단계에서 일관된 유효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안셀라미맙(Anselamimab)
적응증 - AL 아밀로이드증
개발사 - 아스트라제네카
기전 - 항-피브릴 항체
안셀라미맙은 경쇄(AL) 아밀로이드증 환자에서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입원 빈도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전체 환자군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사전 정의된 하위 집단 분석에서 일부 긍정적 신호가 확인되면서 개발 전략이 수정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규제 당국과 협의 후 허가 신청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전체 집단에서의 실패 이후 하위 집단을 근거로 허가를 모색하는 사례로, 희귀질환 영역에서 자주 활용되는 전략 중 하나다.
시무필람(Simufilam)
적응증 - 알츠하이머병
개발사 - 카사바 사이언스
기전 - Filamin A 단백질 표적
시무필람은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로 개발됐으나, 두 차례의 임상 3상 모두에서 주요·보조·탐색적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개발사는 알츠하이머병 적응증 개발을 중단했다.
해당 물질은 다른 신경계 질환으로의 적응증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동물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결절성 경화증 관련 간질을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를 준비 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여전히 신약 개발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단일 표적 접근 전략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2025년의 주요 임상 실패 사례는 기전적 타당성만으로는 후기 임상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일부 후보는 완전히 중단됐고, 일부는 적응증 변경이나 하위 집단 전략으로 전환됐다.
신약 개발에서 실패는 단절이 아니라 전략 수정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후기 단계에서의 실패는 기업 재무 구조, 파이프라인 우선순위, 상업화 전략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6년에도 대규모 후기 임상 결과가 예정돼 있는 만큼, 실패 이후의 대응 전략 역시 산업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인기기사 | 더보기 + |
| 1 | 케어젠 ‘CG-P5’,국제망막학회 초록 동시채택..글로벌 2상-FDA BTD 추진 가속 |
| 2 | 한국유니온제약, 자본전액잠식…부광 인수 진행 속 상장 유지 시험대 |
| 3 | 로킷헬스케어미국 '연방정부 재향군인병원' 시장 진입...피부·당뇨발 재생 플랫폼 납품 |
| 4 | 대웅제약, 10만 병상 품고 3,000억 정조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판도 바꾼다” |
| 5 | 신풍제약, 지난해 영업이익 142억원…'흑자 전환' 성공 |
| 6 | 닥터지, 글로벌 모델로 배우 변우석 발탁 |
| 7 | 코넥스트-파마리서치, 셀룰라이트 치료제 'CNT201' 라이센싱-공급계약 |
| 8 | 미국 FDA, 신약 허가 확증 임상 요건 '최소 1개'로 전환 추진 |
| 9 | 바이오톡스텍 "2년 터널 끝났다… 올해 흑자전환 확신" |
| 10 | 유한양행 자회사 와이즈메디, 진천 제2공장 GMP 인증 획득 |
| 인터뷰 | 더보기 + |
| PEOPLE | 더보기 + |
| 컬쳐/클래시그널 | 더보기 + |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단계이자, 기업 가치와 파이프라인 전략을 동시에 좌우하는 분기점이다. 수년간의 연구개발 비용, 투자자 기대, 환자 접근성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집약된 단계에서의 실패는 단순한 데이터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5년에는 특히 중·후기 단계에서 진행되던 고위험·고가치 파이프라인이 연이어 주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심혈관계 질환, 겸상적혈구질환, 강박장애, AL 아밀로이드증, 알츠하이머병 등은 모두 미충족 수요가 분명한 영역이지만, 기전적 타당성과 실제 임상적 유효성 사이의 간극이 다시 한번 확인된 해였다.
특히 일부 후보물질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된 자산이거나, 기존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이후를 대비한 전략 자산이었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도 적지 않았다. 또한 일부 기업은 전체 환자군에서의 실패 이후 특정 하위 집단(subgroup) 분석을 근거로 규제 전략을 수정하는 등, 실패 이후의 대응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밀벡시안(Milvexian)
적응증 - 심근경색 후 항응고 치료
개발사 - 존슨앤드존슨 / BMS
기전 - Factor XIa 억제제
밀벡시안은 차세대 항응고제 후보로 주목받아 왔다. Factor XIa를 선택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출혈 위험을 낮추면서도 항혈전 효과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 이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까지의 시간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시험은 중단됐다.
해당 연구는 기존 항혈소판 요법과 비교하는 설계였으며, 중간 분석 결과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아 조기 종료됐다. Factor XI 경로가 ACS 환자군에서 충분한 치료적 표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다만, 심방세동과 이차 뇌졸중 예방을 대상으로 한 다른 3상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심방세동 적응증은 기존 경구 항응고제의 특허 만료 이후 시장 재편 가능성과 맞물려 있어, 향후 결과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클라쿠맙(Inclacumab)
적응증 - 겸상적혈구질환
개발사 - 화이자
기전 - P-selectin 억제제
화이자는 2022년 Global Blood Therapeutics를 54억 달러에 인수하며 겸상적혈구질환(SCD) 포트폴리오를 강화했으나, 인클라쿠맙은 후기 임상에서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혈관폐쇄성 위기 발생 빈도를 감소시키는 데 있어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화이자는 해당 후보를 파이프라인에서 제외하고 2억6천만 달러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이는 기존 SCD 치료제 ‘옥스브리타’의 시장 철수 이후 이어진 추가적인 타격이었다.
SCD 치료 영역은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높지만, 염증·혈관 접착 경로를 표적으로 한 전략의 한계가 재확인된 사례로 기록됐다.
트로릴루졸(Troriluzole)
적응증 - 강박장애(OCD)
개발사 - 바이오헤이븐
기전 - 글루타메이트 조절제
트로릴루졸은 중추신경계 질환에서 글루타메이트 경로를 조절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강박장애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유효성 신호를 확인하지 못했고, 바이오헤이븐은 해당 적응증 개발을 중단했다.
앞서 2상에서도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전력이 있었으나, 수치적 개선을 근거로 3상을 진행했던 만큼 이번 결과는 전략 수정으로 이어졌다. 같은 물질로 개발되던 척수소뇌실조증(SCA) 적응증 역시 FDA로부터 보완요구서를 받으면서 허가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글루타메이트 조절 전략은 오랜 기간 연구돼 왔으나, 임상 단계에서 일관된 유효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안셀라미맙(Anselamimab)
적응증 - AL 아밀로이드증
개발사 - 아스트라제네카
기전 - 항-피브릴 항체
안셀라미맙은 경쇄(AL) 아밀로이드증 환자에서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입원 빈도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전체 환자군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사전 정의된 하위 집단 분석에서 일부 긍정적 신호가 확인되면서 개발 전략이 수정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규제 당국과 협의 후 허가 신청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전체 집단에서의 실패 이후 하위 집단을 근거로 허가를 모색하는 사례로, 희귀질환 영역에서 자주 활용되는 전략 중 하나다.
시무필람(Simufilam)
적응증 - 알츠하이머병
개발사 - 카사바 사이언스
기전 - Filamin A 단백질 표적
시무필람은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로 개발됐으나, 두 차례의 임상 3상 모두에서 주요·보조·탐색적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개발사는 알츠하이머병 적응증 개발을 중단했다.
해당 물질은 다른 신경계 질환으로의 적응증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동물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결절성 경화증 관련 간질을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를 준비 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여전히 신약 개발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단일 표적 접근 전략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2025년의 주요 임상 실패 사례는 기전적 타당성만으로는 후기 임상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일부 후보는 완전히 중단됐고, 일부는 적응증 변경이나 하위 집단 전략으로 전환됐다.
신약 개발에서 실패는 단절이 아니라 전략 수정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후기 단계에서의 실패는 기업 재무 구조, 파이프라인 우선순위, 상업화 전략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6년에도 대규모 후기 임상 결과가 예정돼 있는 만큼, 실패 이후의 대응 전략 역시 산업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