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만은 개인이 평생 관리해야 할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GLP-1 계열 치료제의 등장은 그 인식을 단숨에 뒤집었다. 비만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극복 가능한 질환이 됐다. “비만 치료제를 내놓으면 세계적인 부자가 된다”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게 됐다.
비만 다음 차례로 지목되는 분야는 탈모 치료다. 비만 치료제가 이렇게 빠르게 현실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탈모 역시 평생 관리해야 할 증상에서 벗어날 전환점에 서 있다. 모근 하나에 집착하던 접근은 한계에 부딪혔고, 이제 연구의 초점은 모낭을 둘러싼 두피 미세환경과 세포 간 상호작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인공지능(AI)의 결합이 생명과학 기술 발전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한때 정복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질환들이 하나씩 치료 가능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 혁신의 중심에 탈모 신약 및 연구개발 전문 에피바이오텍이 있다.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 cell RNA-seq) 기반 오믹스(Omics) 기술로 탈모와 두피의 병태생리를 세포 단위에서 해석하고, 이를 신약 타깃 발굴과 치료 전략으로 연결했다.
나아가 탈모 연구 특화 데이터베이스 ‘EPIGene’과 분석 플랫폼 ‘Hair.I.’를 구축, 탈모 치료제와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연구 방향과 개발 판단 기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탈모 연구를 실험의 반복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선별과 검증의 문제로 바꾸는 접근이다. 기존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어떤 세포군이 언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탈모 신약개발의 속도와 성공 가능성 역시 달라지고 있다.
약업신문은 최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에피바이오텍 본사에서 성종혁 대표를 만나, 탈모 신약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물었다. 또 자체 구축한 탈모 연구개발 솔루션이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에피바이오텍 소개 부탁합니다.
에피바이오텍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 등 오믹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탈모 기전을 정밀 분석하고, 이를 신약 후보 발굴과 치료 전략 설계로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 전문 기업이다.
탈모를 모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세환경의 변화로 바라보는 관점, 이를 데이터로 설명하고 치료 전략으로 연결하는 접근 방식이 에피바이오텍의 핵심 경쟁력이다.
기존 탈모 연구는 두피 조직 전체를 하나의 샘플로 분석하는 벌크(bulk) 분석이나, 모유두 세포 등 특정 핵심 세포에 초점을 둔 연구가 중심이었다. 이 방식은 탈모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는 데 기여해 왔지만, 세포 간 이질성과 미세한 환경 변화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에피바이오텍은 여기에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적용했다. 그 결과, 탈모를 특정 세포 하나로 설명하기보다 모낭을 구성하는 여러 세포군과 이를 둘러싼 진피 미세환경의 연쇄적인 변화와 함께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모낭 주변 진피 미세환경의 변화 양상을 세포 단위 데이터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탈모 유형별 병태생리와 연관된 신약 타깃과 치료 기전을 도출, 검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에피바이오텍 핵심 기술력으로 꼽히는 탈모 특화 ‘단일세포 RNA 시퀀싱 기반 데이터베이스’, 무엇이 다른가.
에피바이오텍 단일세포 RNA 시퀀싱 기반 데이터베이스의 핵심은 단일세포 데이터를 단순히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탈모 질환 연구와 신약개발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는 점이다. 탈모 관련 두피 조직에서 확보한 단일세포 RNA 시퀀싱 데이터를 세포군 단위로 정밀 분류하고, 탈모 유형별로 유전자 발현 패턴을 재정렬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가장 큰 차별점은 ‘탈모 특화’와 ‘세포 단위 해석’이다. 안드로겐성 탈모, 원형 탈모, 항암제 유발 탈모 등 주요 탈모 유형을 구분해 단일세포 데이터를 구축함으로써, 조직 평균값에 의존하는 기존 분석 방식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세포군별 변화와 질환 특이적 신호를 비교 해석할 수 있다.
에피바이오텍은 탈모 단일세포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EPIGene’과 이를 분석·활용하는 통합 분석 플랫폼 ‘Hair.I.’를 구축했다.
EPIGene은 탈모 유형별 단일세포 데이터를 세포군 단위로 구조화해 유전자 발현 변화와 세포 특이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다. Hair.I.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타깃 유전자나 신호 경로를 입력하면 탈모 유형별 발현 패턴과 세포군별 반응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타깃 발굴 단계에서부터 질환 연관성, 세포 특이성, 종간 차이 등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동물 모델에서 확보한 약효 결과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재해석함으로써, 해당 타깃이 임상으로 확장 가능한지를 조기에 판단할 수 있다.

동물 모델과 사람 간 종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법도 마련했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인가.
신약 연구개발에서 종간 차이를 구분하는 문제는 타깃 선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마우스 모델 기준으로는 유망해 보였던 타깃이 실제 인간 조직에서는 발현 강도나 세포 특이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일치는 임상 번역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에피바이오텍은 이 문제를 극복할 방안을 찾았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인간 두피 단일세포 데이터를 자사 분석 체계에 맞게 재분류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구축한 마우스 단일세포 데이터와 직접 비교 분석했다. 단순히 유전자 존재 여부를 비교하는 수준이 아니라, 세포군 단위에서 발현 강도와 패턴, 질환 조건에 따른 반응 양상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마우스에서는 특정 세포군에서 뚜렷하게 발현되는 타깃이, 인간 두피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거나 전혀 다른 세포군에서만 관찰되는 사례들이 확인됐다. 에피바이오텍이 종간 차이를 개발 초기 단계에서 선별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데이터 기반 접근이 신약개발 방식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가.
에피바이오텍의 EPIGene 데이터베이스와 Hair.I. 분석 플랫폼을 활용하면 신약개발의 판단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단순히 약효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약효가 어떤 세포군에서 어떤 방향의 반응으로 나타나는지를 개발 초기부터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약효와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다수의 in vitro 실험과 반복적인 스크리닝을 거친 뒤, 평균적인 지표를 근거로 개발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그러나 에피바이오텍은 동물 모델에 약물을 투여한 후 두피 조직을 채취해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EPIGene과 Hair.I.에 바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세포군별 전사체 변화와 관련 신호 경로의 방향성을 한 번의 분석에서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을 계속할 가치가 있는 파이프라인과 그렇지 않은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구분할 수 있다. 불필요한 동물실험과 후속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신약개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술력이 실제 사업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실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2025년은 에피바이오텍에서 연구 성과가 실제 매출과 계약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해다. 지난해 매출은 18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9~10억원은 탈모 유효성 평가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유효성 평가 수행 건수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었다. 연간 50건 이상의 탈모 후보물질 평가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 탈모 관련 파이프라인 상당수가 에피바이오텍의 평가 시스템을 거쳐 제품화 또는 후속 개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 실험 대행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검증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기술이전 성과도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누적 기준 기술이전은 3건, 총 계약 규모는 5억원 수준이다. 아직 대형 라이선스 아웃 단계는 아니지만, 내부 연구 결과와 데이터가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해외 매출 초기 기반도 마련됐다. 중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과의 유효성 평가 및 협력 계약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올해 매출로 인식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해외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유효성 평가 사업이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렇다. 유효성 평가 사업은 단기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의 신뢰를 축적하는 전략적 접점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베이징 노스랜드와의 협력이다. 지난해 4월 노스랜드와 탈모 치료제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기술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력은 탈모 후보물질에 대한 유효성 평가에서 출발해, 모유두 세포 기반 파이프라인의 중국 내 임상 및 사업화 가능성 검토, 나아가 유전자치료제 적응증 확장 논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 평가 용역에 그치는 구조가 아니라, 공동 연구와 중장기 사업화로 확장될 수 있는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에피바이오텍은 유효성 평가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과 기술이전 가능성을 동시에 높여가는 전략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탈모 신약 개발 현황은.
탈모 신약 파이프라인은 자가 모유두 세포치료제 ‘EPI-001’와 동종 모유두 세포치료제 ‘EPI-008’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가 모유두 세포치료제 ‘EPI-001’은 현재 임상 1/2a상 단계에 진입해 대상자 선정을 진행 중이다. 임상은 초기 안전성 평가를 위한 소규모 코호트로 시작한 뒤 유효성 확인 단계까지 확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1상은 6명 규모로 진행되며, 이후 2a 단계까지 포함해 총 30명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환자별로 두피 조직에서 모유두 세포를 분리·배양한 뒤 투여하는 방식으로, 세포치료제 특성을 고려해 장기 추적 관찰은 수행하되 침습적 평가보다는 안전성 지표와 임상 반응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회사는 1/2a상 초기 결과를 2026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종 모유두 세포치료제 ‘EPI-008’은 전임상 단계에 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23년 범부처 재생의료 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IND 신청을 위한 비임상 시험과 제조 공정 확립을 병행하고 있다. 동종 세포치료제 특성상 세포 특성의 일관성, 품질 관리, 안전성 검증이 핵심 과제로 설정돼 있으며, 현재 비임상 패키지 완성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우울증 치료제를 약물 재창출해 항암제 유발 탈모 파이프라인 ‘EPI-011’으로 구축했다. 어떤 접근인가.
항암제 유발 탈모는 임상 수요가 분명한데도 승인된 치료제가 사실상 없는 영역이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는 방법은 두피 냉각 장치가 거의 유일하지만, 환자 부담 비용이 크고 암종이나 항암제 종류와 투여 방식에 따라 효과 편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에피바이오텍은 이 지점을 ‘보조요법의 한계’가 아니라 ‘기전의 단서’로 해석하는 데서 출발했다.
두피 냉각은 단순히 세포 대사를 늦추는 방식이 아니라 두피 혈관을 수축시켜 모낭으로 유입되는 항암제 노출 자체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즉, 항암제가 모낭 미세환경으로 전달되는 양을 줄여, 성장기 모낭이 받는 독성 부담을 낮추는 메커니즘이다. 회사는 이 기전을 약물로 재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혈관 톤 조절과 약물의 조직 유입·배출 기전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성 약물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기반 심층 분석을 수행했고, 그 결과 약 7개의 후보군을 도출했다. 이후 자사 탈모 유효성 평가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효능 신호를 검증했다. 문헌 기반 가설에 그치지 않고, 내부 평가 시스템에서 약효가 재현되는지를 우선 확인한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특정 계열 약물이 탈모 연구에서 대조약으로 활용되는 사이클로스포린과 비교해 동등 이상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 사이클로스포린은 면역 억제제로서 항암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지만, EPI-011은 이미 시판 경험이 있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환자 적용 가능성과 개발 경로 측면에서 분명한 강점을 가진다.
에피바이오텍은 EPI-011을 전신 투여가 아닌 두피 국소 적용 제형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항암 환자군에서의 안전성 부담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간결한 개발 패키지로 임상 진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제형 개발과 비임상을 병행하고 있으며, 2026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하는 배경은.
에피바이오텍은 기술과 사업 양 측면에서 초기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탈모 유효성 평가를 중심으로 한 매출 구조가 자리 잡았고, 단일세포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파이프라인도 구체화 단계에 진입했다.
다만, 혁신 항체 치료제와 ASO(Antisense Oligonucleotide)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임상 단계로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 항암제 유발 탈모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주요 파이프라인이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들어선 만큼,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적 투자 여력이 중요해졌다.
예비 기술성평가는 이미 한 차례 진행했으며, 지적된 보완 사항을 반영해 거래소 제출을 준비 중이다. 임상 진전 데이터와 해외 기술이전 실적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정식 기술성 평가 통과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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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만은 개인이 평생 관리해야 할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GLP-1 계열 치료제의 등장은 그 인식을 단숨에 뒤집었다. 비만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극복 가능한 질환이 됐다. “비만 치료제를 내놓으면 세계적인 부자가 된다”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게 됐다.
비만 다음 차례로 지목되는 분야는 탈모 치료다. 비만 치료제가 이렇게 빠르게 현실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탈모 역시 평생 관리해야 할 증상에서 벗어날 전환점에 서 있다. 모근 하나에 집착하던 접근은 한계에 부딪혔고, 이제 연구의 초점은 모낭을 둘러싼 두피 미세환경과 세포 간 상호작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인공지능(AI)의 결합이 생명과학 기술 발전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한때 정복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질환들이 하나씩 치료 가능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 혁신의 중심에 탈모 신약 및 연구개발 전문 에피바이오텍이 있다.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 cell RNA-seq) 기반 오믹스(Omics) 기술로 탈모와 두피의 병태생리를 세포 단위에서 해석하고, 이를 신약 타깃 발굴과 치료 전략으로 연결했다.
나아가 탈모 연구 특화 데이터베이스 ‘EPIGene’과 분석 플랫폼 ‘Hair.I.’를 구축, 탈모 치료제와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연구 방향과 개발 판단 기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탈모 연구를 실험의 반복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선별과 검증의 문제로 바꾸는 접근이다. 기존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어떤 세포군이 언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탈모 신약개발의 속도와 성공 가능성 역시 달라지고 있다.
약업신문은 최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에피바이오텍 본사에서 성종혁 대표를 만나, 탈모 신약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물었다. 또 자체 구축한 탈모 연구개발 솔루션이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에피바이오텍 소개 부탁합니다.
에피바이오텍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 등 오믹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탈모 기전을 정밀 분석하고, 이를 신약 후보 발굴과 치료 전략 설계로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 전문 기업이다.
탈모를 모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세환경의 변화로 바라보는 관점, 이를 데이터로 설명하고 치료 전략으로 연결하는 접근 방식이 에피바이오텍의 핵심 경쟁력이다.
기존 탈모 연구는 두피 조직 전체를 하나의 샘플로 분석하는 벌크(bulk) 분석이나, 모유두 세포 등 특정 핵심 세포에 초점을 둔 연구가 중심이었다. 이 방식은 탈모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는 데 기여해 왔지만, 세포 간 이질성과 미세한 환경 변화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에피바이오텍은 여기에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적용했다. 그 결과, 탈모를 특정 세포 하나로 설명하기보다 모낭을 구성하는 여러 세포군과 이를 둘러싼 진피 미세환경의 연쇄적인 변화와 함께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모낭 주변 진피 미세환경의 변화 양상을 세포 단위 데이터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탈모 유형별 병태생리와 연관된 신약 타깃과 치료 기전을 도출, 검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에피바이오텍 핵심 기술력으로 꼽히는 탈모 특화 ‘단일세포 RNA 시퀀싱 기반 데이터베이스’, 무엇이 다른가.
에피바이오텍 단일세포 RNA 시퀀싱 기반 데이터베이스의 핵심은 단일세포 데이터를 단순히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탈모 질환 연구와 신약개발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는 점이다. 탈모 관련 두피 조직에서 확보한 단일세포 RNA 시퀀싱 데이터를 세포군 단위로 정밀 분류하고, 탈모 유형별로 유전자 발현 패턴을 재정렬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가장 큰 차별점은 ‘탈모 특화’와 ‘세포 단위 해석’이다. 안드로겐성 탈모, 원형 탈모, 항암제 유발 탈모 등 주요 탈모 유형을 구분해 단일세포 데이터를 구축함으로써, 조직 평균값에 의존하는 기존 분석 방식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세포군별 변화와 질환 특이적 신호를 비교 해석할 수 있다.
에피바이오텍은 탈모 단일세포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EPIGene’과 이를 분석·활용하는 통합 분석 플랫폼 ‘Hair.I.’를 구축했다.
EPIGene은 탈모 유형별 단일세포 데이터를 세포군 단위로 구조화해 유전자 발현 변화와 세포 특이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다. Hair.I.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타깃 유전자나 신호 경로를 입력하면 탈모 유형별 발현 패턴과 세포군별 반응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타깃 발굴 단계에서부터 질환 연관성, 세포 특이성, 종간 차이 등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동물 모델에서 확보한 약효 결과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재해석함으로써, 해당 타깃이 임상으로 확장 가능한지를 조기에 판단할 수 있다.

동물 모델과 사람 간 종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법도 마련했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인가.
신약 연구개발에서 종간 차이를 구분하는 문제는 타깃 선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마우스 모델 기준으로는 유망해 보였던 타깃이 실제 인간 조직에서는 발현 강도나 세포 특이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일치는 임상 번역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에피바이오텍은 이 문제를 극복할 방안을 찾았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인간 두피 단일세포 데이터를 자사 분석 체계에 맞게 재분류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구축한 마우스 단일세포 데이터와 직접 비교 분석했다. 단순히 유전자 존재 여부를 비교하는 수준이 아니라, 세포군 단위에서 발현 강도와 패턴, 질환 조건에 따른 반응 양상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마우스에서는 특정 세포군에서 뚜렷하게 발현되는 타깃이, 인간 두피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거나 전혀 다른 세포군에서만 관찰되는 사례들이 확인됐다. 에피바이오텍이 종간 차이를 개발 초기 단계에서 선별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데이터 기반 접근이 신약개발 방식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가.
에피바이오텍의 EPIGene 데이터베이스와 Hair.I. 분석 플랫폼을 활용하면 신약개발의 판단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단순히 약효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약효가 어떤 세포군에서 어떤 방향의 반응으로 나타나는지를 개발 초기부터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약효와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다수의 in vitro 실험과 반복적인 스크리닝을 거친 뒤, 평균적인 지표를 근거로 개발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그러나 에피바이오텍은 동물 모델에 약물을 투여한 후 두피 조직을 채취해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EPIGene과 Hair.I.에 바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세포군별 전사체 변화와 관련 신호 경로의 방향성을 한 번의 분석에서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을 계속할 가치가 있는 파이프라인과 그렇지 않은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구분할 수 있다. 불필요한 동물실험과 후속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신약개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술력이 실제 사업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실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2025년은 에피바이오텍에서 연구 성과가 실제 매출과 계약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해다. 지난해 매출은 18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9~10억원은 탈모 유효성 평가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유효성 평가 수행 건수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었다. 연간 50건 이상의 탈모 후보물질 평가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 탈모 관련 파이프라인 상당수가 에피바이오텍의 평가 시스템을 거쳐 제품화 또는 후속 개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 실험 대행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검증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기술이전 성과도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누적 기준 기술이전은 3건, 총 계약 규모는 5억원 수준이다. 아직 대형 라이선스 아웃 단계는 아니지만, 내부 연구 결과와 데이터가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해외 매출 초기 기반도 마련됐다. 중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과의 유효성 평가 및 협력 계약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올해 매출로 인식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해외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유효성 평가 사업이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렇다. 유효성 평가 사업은 단기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의 신뢰를 축적하는 전략적 접점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베이징 노스랜드와의 협력이다. 지난해 4월 노스랜드와 탈모 치료제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기술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력은 탈모 후보물질에 대한 유효성 평가에서 출발해, 모유두 세포 기반 파이프라인의 중국 내 임상 및 사업화 가능성 검토, 나아가 유전자치료제 적응증 확장 논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 평가 용역에 그치는 구조가 아니라, 공동 연구와 중장기 사업화로 확장될 수 있는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에피바이오텍은 유효성 평가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과 기술이전 가능성을 동시에 높여가는 전략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탈모 신약 개발 현황은.
탈모 신약 파이프라인은 자가 모유두 세포치료제 ‘EPI-001’와 동종 모유두 세포치료제 ‘EPI-008’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가 모유두 세포치료제 ‘EPI-001’은 현재 임상 1/2a상 단계에 진입해 대상자 선정을 진행 중이다. 임상은 초기 안전성 평가를 위한 소규모 코호트로 시작한 뒤 유효성 확인 단계까지 확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1상은 6명 규모로 진행되며, 이후 2a 단계까지 포함해 총 30명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환자별로 두피 조직에서 모유두 세포를 분리·배양한 뒤 투여하는 방식으로, 세포치료제 특성을 고려해 장기 추적 관찰은 수행하되 침습적 평가보다는 안전성 지표와 임상 반응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회사는 1/2a상 초기 결과를 2026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종 모유두 세포치료제 ‘EPI-008’은 전임상 단계에 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23년 범부처 재생의료 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IND 신청을 위한 비임상 시험과 제조 공정 확립을 병행하고 있다. 동종 세포치료제 특성상 세포 특성의 일관성, 품질 관리, 안전성 검증이 핵심 과제로 설정돼 있으며, 현재 비임상 패키지 완성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우울증 치료제를 약물 재창출해 항암제 유발 탈모 파이프라인 ‘EPI-011’으로 구축했다. 어떤 접근인가.
항암제 유발 탈모는 임상 수요가 분명한데도 승인된 치료제가 사실상 없는 영역이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는 방법은 두피 냉각 장치가 거의 유일하지만, 환자 부담 비용이 크고 암종이나 항암제 종류와 투여 방식에 따라 효과 편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에피바이오텍은 이 지점을 ‘보조요법의 한계’가 아니라 ‘기전의 단서’로 해석하는 데서 출발했다.
두피 냉각은 단순히 세포 대사를 늦추는 방식이 아니라 두피 혈관을 수축시켜 모낭으로 유입되는 항암제 노출 자체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즉, 항암제가 모낭 미세환경으로 전달되는 양을 줄여, 성장기 모낭이 받는 독성 부담을 낮추는 메커니즘이다. 회사는 이 기전을 약물로 재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혈관 톤 조절과 약물의 조직 유입·배출 기전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성 약물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기반 심층 분석을 수행했고, 그 결과 약 7개의 후보군을 도출했다. 이후 자사 탈모 유효성 평가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효능 신호를 검증했다. 문헌 기반 가설에 그치지 않고, 내부 평가 시스템에서 약효가 재현되는지를 우선 확인한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특정 계열 약물이 탈모 연구에서 대조약으로 활용되는 사이클로스포린과 비교해 동등 이상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 사이클로스포린은 면역 억제제로서 항암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지만, EPI-011은 이미 시판 경험이 있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환자 적용 가능성과 개발 경로 측면에서 분명한 강점을 가진다.
에피바이오텍은 EPI-011을 전신 투여가 아닌 두피 국소 적용 제형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항암 환자군에서의 안전성 부담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간결한 개발 패키지로 임상 진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제형 개발과 비임상을 병행하고 있으며, 2026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하는 배경은.
에피바이오텍은 기술과 사업 양 측면에서 초기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탈모 유효성 평가를 중심으로 한 매출 구조가 자리 잡았고, 단일세포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파이프라인도 구체화 단계에 진입했다.
다만, 혁신 항체 치료제와 ASO(Antisense Oligonucleotide)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임상 단계로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 항암제 유발 탈모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주요 파이프라인이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들어선 만큼,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적 투자 여력이 중요해졌다.
예비 기술성평가는 이미 한 차례 진행했으며, 지적된 보완 사항을 반영해 거래소 제출을 준비 중이다. 임상 진전 데이터와 해외 기술이전 실적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정식 기술성 평가 통과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