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을 치료서 가장 효과적인 약물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알콜 사용장애(AUD: Alcohol Use Disorder) 관련으로 진료를 본 환자는 남성 환자가 5만7692명, 여성 환자 1만701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줄어들고 있는 수치지만 여전히 모든 정신질환군 중 가장 높게 나타난다.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는 금단 현상을 억제하고 균형 및 운동 문제, 실신, 저혈압과 같은 2차적 증상들을 완화할 수 있다. 때문에 치료 시 의사가 증거 기반 치료를 포함한 종합적인 개인 중심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권장한다. 이는 보통 생활교정과 함께 알콜에 대한 욕구를 줄이기 위해 약물을 함께 병용된다.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atric Association, APA)에서 발표한 진료지침에서도 AUD치료를 위해 약물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중증도~중증에는 날트렉손, 아캄프로세이트를, 앞선 접근법이 실패한 경우 토피라메이트, 가바펜틴을 사용하고 이후 치료법으로 디설피람을 권고한다.
다만 APA는 “FDA에서 승인한 약물요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상당히 부족한 상태”라며 더 효율적인 치료법 혹은 약물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JAMA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대 Raymond Anton 연구팀은 미국정신의학회가 제시한 DSM-5의 AUD 기준에 충족하며 치료를 받은 적 없는 참가자 90명을 대상으로 가바펜틴의 효능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일일 음주 기록, 혈액 내 알코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백질 수치인 탄수화물-결핍트랜스페린(carbohydrate-deficient transferrin, CDT), 과음예측지표 등 3가지 기준을 치료 전과 치료기간에 매달 평가했다.
연구 결과, 과음하지 않는 환자는 가바펜틴 치료군이 27%로 위약군 9%보다 많았다. 최소 1명에게서 가바펜틴 복용으로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한 NNT는 5.4명이었다. 치료 기간 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총 금주량은 가바펜틴 치료군이 18%로 대조군 4%보다 높았다.
가바펜틴은 금단현상이 높은 치료군에서 대조군보다 더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반면 금단현상이 낮은 치료군에서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이는 중증도~중증의 환자에게서 효과적인 것으로 다시금 확인됐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라비 다스(Ravi K. Das) 교수 연구팀도 해리성 전신마취제인 케타민이 알코콜 사용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알코올은 섭취 후 기분 좋음과 같은 뇌 보상 회로가 작동하고 케타민은 기억을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뇌의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이 기억 회복 과정을 방지한다. 연구팀은 뇌의 보상으로 알코올 중독이 생긴다는 점을 판단했을 때, 케타민으로 보상 기억을 지우는 것이 음주 욕구 해결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연구 참가자의 1/3은 맥주 대신 케타민을 정맥 주사했다. 다른 그룹에는 위약이 주입됐고 나머지 그룹에는 케타민이 투여됐지만 음주 기억 활성화 작업은 없었다.
연구 결과, 케타민+기억 활성화를 진행한 사람들은 9개월 동안 평균 주당 알코올 소비량이 타 그룹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또 케타민을 투여한 두 그룹만이 음주량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고, 케타민+기억 활성화 그룹만이 음주 일수와 폭식 행동을 크게 감소 시켰다.
연구팀은 “이 효과는 평균 9개월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하며 “단기간의 간단한 실험적 치료만으로 알코올 중독자들의 음주습관을 교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