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전향적 협의' 경계의 목소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부 관계자 설명회 '하지 말라'
입력 2014.02.11 07:01 수정 2014.02.1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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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적 협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법인약국과 관련한 약사사회의 대응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이 최근 약사회 주변에서 확인되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의료 민영화를 주장하는 정부 관계자를 불러 '설명회' 형태를 갖는 최근의 움직임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약준모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약준모는 10일자로 발표한 '대한약사회는 제2의 전향적 협의를 준비하는가'라는 논평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경계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약사직능을 대변하는 기관지가 복지부 과장을 불러 법인약국 관련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대한약사회가 대의원 총회 자리에 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해 관련 설명회를 가질 것이라는 얘기에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내세운 관계자들의 주장이 의료민영화에 맞춰져 있고, 주변 정황 역시 영리법인을 허용해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약사직능을 대변하는 기관지와, 약사의 총의를 모아야 할 대의원총회를 의료민영화에 초점을 맞춘 복지부 인사를 데려다 영리법인약국을 홍보하는 장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약준모의 주장이다.

약준모는 '우리의 합리적인 의심과 경고를 무시하고 대한약사회가 이를 강행하려 한다면 정부와 의료민영화 세력에 겨눴던 민초 약사들과 대의원의 화살은 곧바로 대한약사회로 향하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설명회를 갖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관계자에게도 쓴소리를 던졌다.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 이를 해소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며, 국회의 권한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인약국 문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이 있지만 정부도 법률 정비는 국회의 권한임을 인정하고 국민을 위한 합리적 결정을 내릴 때까지 자중하기를 바란다고 약준모는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제2의 전향적 협의를 준비하는가!

약사공론 스스로의 보도에 따르면, 약사공론은 2월 7일에 200여명의 예비약사들을 모아놓고 복지부의 황의수 약무정책과장을 불러들여 법인약국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고 한다.

약사공론의 기사에 따르면 황의수 과장은 예비약사들을 대상으로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법인약국에 대한 여러 가지 장점들을 홍보한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법인약국에 대해 다양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장을 다름 아닌 약사공론이 마련했다는 점에서 개탄할 일이다. 더구나 오는 2월 23일에 있을 대한약사회 대의원 총회에도 복지부 관계자가 찾아와 법인약국 도입과 관련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하니 이 또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약사공론과 대한약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이 제2의 전향적 협의를 염두에 둔 과정이라면 지나친 기우일까!

주간지 ‘시사인’은 지난 2011년 ‘영리병원 밀어붙이는 4대 세력은 누구?’라는 기사에서 의료민영화를 바라는 진짜 세력은 이른바 모피아라고 불리는 기획재정부 내 경제관료들과 보수언론, 소위 ‘이규식 사단’이라 불리는 이규식, 정상혁, 이기효, 정기택 등의 보수적 보건의료학자 그리고 또 하나의 가족을 표방한다는 삼성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이들 진짜 의료민영화 세력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만든다는 명분하에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이들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예외기관으로 지정함으로써 의료의 공공성을 지탱하는 두 축인 의료의 비영리화와 건강보험당연지정제에 균열을 가했다. 나아가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에서 ‘전용’이라는 글자를 뺌으로써 이들 영리의료기관이 우리나라 국민에게까지 합법적으로 병원 장사를 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이와 관련해 위 의료민영화 세력 중 이규식 사단의 일원으로 불리는 이기효 교수(인제대)는 지난 2006년 복지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법인약국의 법적 형태에 따른 효과 분석’에서 합명회사 형태로 영리법인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기간 동안(5년)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주식회사 등의 물적회사로까지 개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나아가 이기효 교수는 정기택 교수와 함께 새누리당이 지난 1월 소위 '의료영리화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발족했다는 '국민건강특별위원회'에도 민간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정기택 교수는 현재 공석인 보건산업진흥원장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다.

이는 의료민영화 세력이 정부와 새누리당의 곳곳에 포진한 채 의료민영화로 가는 우회로로 삼기 위해 영리법인약국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1월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료민영화는 병원이 영리법인이 되는 것”이라 규정하고 정부가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법 상 같은 요양기관으로 정의된 의료기관과 약국 중 약국에 영리법인이 허용된다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세력은 그들의 최종 목적을 위해 형평성 차원에서 의료기관에게도 영리법인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게 뻔하다.

역으로 만일 대한약사회가 영리법인약국 도입을 막지 못한다면 온 국민으로부터 의료민영화의 길을 터 주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곳도 아닌 약사직능을 대변하는 약사공론과 약사들의 총의를 모아야 할 대한약사회 대의원총회에서 의료민영화 세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는 복지부 인사를 모셔다가 영리법인약국에 대한 홍보의 장으로 삼도록 해서야 되겠는가? 영리법인약국 도입을 외치는 복지부가 보수 언론, 경제 관료들, 보수적인 보건의료계 인사들, 삼성과 같은 진짜 의료민영화 세력의 나팔수라면 약사공론과 대한약사회 대의원총회는 그 나팔수가 활동하는 밤무대란 말인가?

국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을 게 뻔한 의료민영화 추진 세력의 대변자를 사회적 공기(共器)인 언론사가 공공의 장으로 불러 오고, 국민건강권을 지켜야 할 약사들의 공론장인 대한약사회 대의원총회장에 모셔 온다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비록 현 대한약사회가 지난 집행부가 저지른 ‘전향적 협의’로 인한 부담을 떨쳐내기 위해 모든 것들을 공개적으로 처리하려는 고육책에서 나온 발상이라 해도 이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나아가 만의 하나, 약사공론과 대한약사회의 이러한 처신이 제2의 전향적 협의를 염두에 둔 일련의 과정이라면 이건 더더욱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약사들은 결코 두 번 다시 ‘전향적 협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가 우리의 합리적인 의심과 경고를 무시하고 이를 강행하려 한다면 그간 정부와 의료민영화 세력에게 겨눴던 전국의 민초 약사들과 대의원들의 화살은 곧바로 대한약사회로 향하게 될 것임을 똑똑히 알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복지부 관계자들에게도 충고한다.

현직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통신보호법 불합치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의 정비는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여 국회의 권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헌법불합치 해소는 국회의 권한이며, 국회의 권한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복지부 또한 법인약국 문제가 비록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고 하나 이에 대한 ‘법률의 정비는 대한민국 헌법에 의한 국회의 권한’임을 인정하고 국회가 국민을 위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때까지 자중하기 바란다.

2014년 2월 10일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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