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마케팅 아닌 공멸 부르는 자폭 수준”
브랜드숍 할인 전년보다 80% 늘어…“공생 길 찾아야” 자정 여론 비등
입력 2013.12.02 16:24 수정 2013.12.0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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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일. 아리따움, 보떼, 뷰티크레딧, 더페이스샵, 미샤,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잇츠스킨까지 주요 브랜드숍 10곳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전 품목 세일 행사일 수를 모두 합한 수치다.

511일에는 1+1 이벤트, 균일가 판매, 시즌별 기획전 등 또 다른 형태의 할인 행사일 수는 제외돼있다. 또 10곳 외 다른 중소 브랜드숍들도 빠져있다. 더욱이 통상 연말에 세일 프로모션의 강도가 극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한 달 간 이 수치는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숍 10곳이 지난 11개월 간 한 곳 당 평균 51.1일 동안 세일을 실시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그 수치를 작년과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똑같은 대상과 기간, 기준으로 집계한 작년의 행사일 수는 총 283일. 단순 비교하면 지난 1년 동안 브랜드숍 업계는 줄여도 시원치 않을 세일 행사를 오히려 80%나 더 늘리며 ‘제 살 깎아먹기’에 몰두한 셈이다.

10곳 가운데 전년보다 세일 일수를 줄인 데는 하나도 없었다. 할인을 자주하다보니 법을 위반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현행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세일과 세일 사이의 간격이 20일 이내면 위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빈번하고 많이 할인을 한 곳은 더페이스샵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세일 일수가 2.4배나 늘었다. 11개월 동안의 세일 일수가 무려 111일로 2위권과의 격차가 크다.

더페이스샵은 매달 최소 4일 이상의 세일을 실시했고 10일 이상의 행사도 다섯 차례나 가졌다. 그중에 세 번은 ‘창립 10주년’이라는 명목이었다. 연중 내내 3일 중 하루는 전 품목 세일이었던 셈으로 할 수 있는 한 최대치라 봐도 무방하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매달 3~5일 동안 그리고 5월과 7월엔 각각 10일간과 17일간의 빅세일 행사를 가져 총 세일 일수가 68일에 달했다. 보떼는 전년 동기보다 정확히 3배 많은 57일을 세일로 보냈고 에뛰드하우스도 비슷한 비율로 세일을 늘렸다.

할인 프로모션인 원조인 미샤는 11월까지의 세일 일수가 비교적 적은 편인 43일에 머물렀다. 그러나 31일 간에 걸친 지난해 12월의 빅세일 행사를 올해도 갖는다면 단숨에 2위권에 속하게 된다.

문제는 과도한 할인 경쟁이 브랜드숍 유통의 존립 기반을, 나아가 국내 화장품산업의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는 점이다.

모 브랜드숍 기업 대표는 “할인 경쟁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공멸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국산화장품에 대한 가격 불신으로 이어져 화장품산업에도 영향이 크다”며 “특히 관광객이 많은 중국과 일본 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쳐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확대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브랜드숍 기업 대표는 “할인 경쟁이 회사의 이익률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소매점에 큰 타격을 입히는 점이 문제다. 경쟁 방법을 가격이 아닌 품질이나 다른 촉진경쟁으로 전환해야 회사와 유통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사의 일방적인 할인 정책과 이로 인한 마진 축소에서 비롯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 이는 곧 브랜드숍 유통의 성세를 일시에 무너뜨릴 화약고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이제라도 함께 공생의 길을 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한 브랜드숍 기업 관계자는 “추세로 보면 내년에도 할인 경쟁은 더 심화될 듯한데 브랜드숍업계가 시장 선도 그룹인 만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할인 문제를 논의하긴 곤란하지만 가격 불신을 줄이는 차원에서 화장품협회를 주축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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