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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허가특허소송,제약사 이렇게 준비해라"
약력변리사/ 박종혁특허법률사무소 대표중앙대학교 약학과 졸 / 대법원전문심리위원식약처 중앙약심 허가특허분과 전문가
개정 약사법 부칙 제 3조에 따라 개정법 시행전 청구된 특허심판(종전 특허심판)은 3월 14일 청구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우선판매품목허가권(이하 ‘우판권’)의 취득을 노리는 제약사라면 어제(3월 14일)까지 심판을 청구했을 터, 3월 15일 오후 10시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슬쩍 살펴보았는데도 벌써 200건에 가까운 심판이 청구된 것이 눈에 띈다. 심판이 청구된 품목의 면면을 살펴보면, 허가특허 전문가라면 누구라도 도전을 예상해 봄직했을 블록버스터 약물로부터, 나름 오랜 기간동안 외부에 비밀로 한 채 치밀하게 고민했을 법한 품목들도 눈에 띈다. 또한, 최근 추세를 반영한 듯, 10여개의 회사가 공동으로 그룹을 이루어 청구한 품목도 많고, 물질특허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행하는 제약사도 보인다.국내 제약사의 태반이 제네릭 의약품 관련 사업이 주가 되어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심판청구시한(3월 14)에 임박하여 특허심판이 몰릴 것으로 예상은 했으니, 오랫동안 허가특허연계제도와 연관된 특허심판전략을 연구해 온 필자로서도, 이 정도로 많은, 그리고 다양한 심판청구가 행해질 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이 시점에서 제약사가 어떻게 특허심판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어떤 경우에 특허심판을 해야 하는가?
상위사 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약사는 정작 왜 특허심판을 청구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수십개의 특허심판이 청구되어 있는 모 품목의 경우, 분명히 그중에는 특허심판을 반드시 청구해야 하는 사정이 있는 회사가 있지만, 심판을 청구할 필요성이 높지 않거나 명백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심판에 뛰어드는 회사가 있는 것을 보면 혹시라도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특허심판을 청구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개발하여 시판하려고 하는 자사의 제품이 타사의 특허에 저촉되는 경우라면 무효심판을 회피설계를 한 경우에는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면 되는 것이다. 이때, 다수의 회사가 선제적으로 심판을 청구해서 진행하고 있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보조참가를 하거나, 또는 그냥 지켜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허가특허연계제도하에서는 특허심판을 행할 필요성 판단은 다음과 같이 3가지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제약사 실무자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첫째, 판매금지에 대한 고려이다. 개정 약사법 제 50조의 5에 의한 판매금지조항은, 제네릭 의약품의 판매를 최장 9개월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오리지널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제네릭 의약품의 시판을 준비하는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품목허가신청을 했을 때 오리지널사가 제기할 판매금지조치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판매금지조치에 대한 대비책으로서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무효심결 또는 비침해심결을 사전에 받아두는 것이므로, 판매금지를 회피해야 하는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이 소송을 제기할 필요성을 판단할 때의 첫번째 고려사항이 된다. 만약, 기존에 이미 제네릭 의약품이 존재하였다면(예를 들어, 위임제네릭이 시판중인 경우) 판매금지를 신청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판매금지에 대한 대비책으로서 특허심판을 제기할 필요성은 부정될 것이다.
둘째, 우판권 취득에 대한 고려이다. 기본적으로 우판권 취득은 매우 매력적임에 틀림없으나, 너무도 많은 회사가 우판권에 도전하는 작금의 현실을 고려하면, 과연 우판권이 미국에서와 같은 제네릭 독점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른 경쟁사가 우판권을 취득함으로서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판권 취득이 심판청구를 행할 필요성의 또 다른 잣대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타사의 심판청구 현황을 모니터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 하고, 나아가, 특허심판청구시점의 조절 및 품목허가신청(또는 변경허가신청)의 선후관계를 보다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 다만, 타사가 동일 품목에 대해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 타사의 품목허가신청 상황을 바로 알 수는 없으므로,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셋째, 특허권자의 권리행사에 대한 고려이다. 과거에 비해서 오리지널사의 권리행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고려할 때, 회피설계가 아닌 특허무효를 전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경우, 권리자로부터의 가처분 또는 손해배상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무효심판 또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의 청구를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순수한 특허문제이므로, 허가특허연계제도와는 별도의 문제로 된다.이상의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특허심판에 뛰어 들어야 하는지의 여부를 고려하면, 대게의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행직후의 허가특허연계제도하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리스크의 발생이 있을 수 있으니 최종 판단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심판을 해야 하는가?
허가특허연계제도하에서 제네릭 메이커가 이용할 수 있는 심판에는 무효심판, 존속기간연장등록무효심판 및 권리범위확인심판이 있다. 기본적으로 특허를 회피하지 못한 채 제네릭 의약품의 개발을 진행한다면 무효심판, 회피설계에 성공하였다면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어떤 심판으로 진행하는지가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효심판의 경우는 적절한 시기에 청구해 심결을 받는 경우, 판매금지 조치에 대한 방어책이 됨과 동시에 우판권 취득을 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다만, 무효율이 너무 높다는 일각의 의견이 있고,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사법행정적인 고려에 의해서 무효율이 점차 낮아질 수도 있다. 이 경우, 뜻밖의 패소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무효가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만 청구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방책이 될 것이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의 경우, 회피가 명백한 경우, 그 승패를 사전에 예측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의 프로페이턴트 경향을 고려하면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해석, 즉, 균등론의 범위를 확장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존속기간연장등록무효심판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많은 연구가 행해지고 있으며 그 결실로 실제 심판청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관계만 확정되면, 법리다툼으로 진행되는 심판이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해결할 수 없는 ‘틈새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판청구시의 고려사항, 주의사항은 무엇인가?
허가특허연계제도하에서의 심판은, 판매금지에 대한 대비책, 우판권 취득을 위한 요건 충족 및 권리자의 권리행사에 대한 사전대처라는 의미가 있다. 심판청구를 행하는 경우, 당연히 기본적으로 행해야 할 고려사항(예를 들면 승소확률등에 대한 검토) 이외에 허가특허연계제도하에서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살핀다.첫째, 경쟁사와의 관계이다. 우판권 취득과 관련해서, 힘들게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하여도 우판권 취득에 실패하고, 타 경쟁사가 우판권을 취득함으로서 9개월간 판매가 금지되는 케이스가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는, 심판청구시점 및 품목허가신청서제출시점을 조절함으로서 예방할 수 있는데, 심판청구시점은 최초 심판청구일로부터 14일 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으므로, 타사의 심판청구현황을 모니터함으로서 알 수 있다. 다만, 폼목허가신청의 경우, PMS 만료 후 즉시 신청하지 않는 때에는, 타사보다 품목허가신청이 늦었다는 이유로 우판권 취득이 불가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둘째, 법시행일 전후에 걸쳐 있는 품목에 대한 전략수립이다. 2015년 3월 15일을 기점으로 하여, 그 이전에 품목허가신청을 하는지, 그 이후에 품목허가신청을 하는지에 따라서 판매금지 및 우판권 취득가부 및 그 영향을 받는지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법시행후 허가신청을 하는 경우, 그리고, 심판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추후 취득할 우판권의 효력이 어떤 회사에까지 미치는지의 여부를 사전에 살펴야 할 것이다. 셋째, 심판기간에 대한 고려이다. 개정약사법에 의하면 품목허가신청일로부터 9개월 이내에 심결을 받아야 하는데, 서두에서 말했듯, 200여건에 달하는 심판이 한꺼번에 청구된 이상, 9개월 이내에 심결을 받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다. 위 심판중에는 아직 PMS가 종료되지 않는 품목에 대한 특허도전도 존재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각 심판중 조속하게 절차가 진행되어야 하는 심판과 그렇지 않은 심판을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허가특허연계제도의 핵심인 판매금지 및 우판권 취득의 주된 수단이 특허도전인 이상, 특허심판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시행이라는 새로운 환경하에서의 최후 승자는 제약분야의 특허소송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제약사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약업신문
201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