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새해 국내외 경제전망
지난해 우리경제는 완만하나마 소비가 확대되고 설비투자가 견실한 증가세를 보이는 등, 내수와 수출이 고르게 성장하여 4.8%의 GDP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새 정부 원년인 올해에도 이러한 안정 성장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세계경제의 추가적인 위축 가능성이 대두되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예년에 비해 대내외 경제여건은 더욱 불확실한 모습이다.
따라서 올해에는 민간부문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우리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충격요인에 대응하여 유연한 경제정책 운용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자세한 국내경기 전망에 앞서 세계경제 여건부터 살펴보도록 한다.
1. 세계경제 전망
올해 세계경제의 기상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먹구름이 지구촌 곳곳에 퍼지면서 전반적으로 흐린 한해가 될 전망이다.
주요 국제기구와 투자은행들은 2007년에 이미 시작된 세계경제의 둔화 추세가 올해에도 지속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3.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미국, 유로지역, 일본 등 선진국 경제와 더불어,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세도 고르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금융 불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심화시키고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경우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하면서 세계경기가 동반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먼저 미국경제의 2008년 성장률은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 정도로 전망된다. 올해 미국경제의 핵심 변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경기 연착륙의 성공 여부이다.
그러나 최근 미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경색의 지속, 모기지 금리의 상승으로 가계의 소비지출이 눈에 띄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유가의 여파와 달러화의 약세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고 있어 경기 연착륙을 위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 입지는 매우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장기불황에서 탈피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본경제는 최근 세계경제의 둔화세와 엔캐리 금융거래의 청산에 따른 엔화가치 상승으로 수출과 설비투자의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올해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서 성장률이 비교적 완만한 2%대 초반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도 민간부분의 소비가 추가적으로 위축되지 않는다는 전제에 근거한 것으로 하방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로 세계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했던 유로지역은 작년에 비해 다소 둔화된 2%대 초반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비교적 빠르게 상승하였던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일부 서유럽 국가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부정적인 파급영향이 모두 현실화되었다고 보기는 이른 상황이며, 유로화의 지속적인 강세, 국제유가 급등세의 여파, 각국의 재정적자 해소 노력 지속 등으로 유로지역의 성장탄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경제는 금리와 지준율의 인상 등 최근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경기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긴축정책이 예견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기둔화와 위안화 절상으로 무역흑자와 직접투자가 감소하면서 성장의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그간 지속되어온 투자과열과 과잉유동성 등으로 인한 자산가격의 거품현상이 붕괴되는 경우 경제 불안이 심화될 위험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올해 세계경제의 핵심 화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둔화 추세와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여,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의 경제가 과연 얼마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진국과 신흥시장국 경기의 탈동조화, 즉 소위 '디커플링' 가설의 유효성에 대하여 점차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와 수입수요 감소로 인하여 중국과 남미, 인도경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고, 국제원자재 및 상품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이에 의존한 여타 신흥시장국도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발 자산가격의 붕괴 가능성은 여전히 세계경제의 뇌관으로 남아있는 형국이다.
2. 국내경제 전망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경제는 세계경제의 둔화로 인하여 경기확장 국면이 약화되면서 작년과 대동소이한 4%대 후반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수출부문의 증가세가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건설투자의 증가세가 높아지면서 경기둔화 요인을 상쇄하는 모습이다.
부문별 전망을 살펴보면, 먼저 민간소비는 GDP 성장률에 못 미치는 4%대 초반의 증가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사정의 개선과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등 교역조건의 악화와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부담의 증대 등이 소비의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투자 부문을 살펴보면 설비투자는 세계 IT경기의 회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증가세 하락으로 그 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건설투자는 주택경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행정중심 복합도시 등 국토균형 개발사업의 본격적인 실행, 비주거용건물의 건설 증대 등에 힘입어 3%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부문은 그간 수출지역의 다변화 등으로 선진국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달러화 약세의 지속, 중국의 거시경제 긴축기조 유지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작년에 비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수입은 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원화절상 등으로 수출 증가율을 상회하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의 흑자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서비스수지의 적자는 계속 늘어나 올해에는 경상수지가 지난 10년간의 흑자 추세를 마감하고 적자로 반전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물가는 최근의 안정 추세와는 달리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물가상승은 최근의 경기회복세와 유가 상승, 중국 발 물가 압력 등에 따른 것으로, 서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한편 금리의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고용부문을 살펴보면, 최근의 경기회복으로 국내산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다소 개선되고는 있으나 신규 취업이 여전히 비정규직, 저부가가치 서비스업 등에 집중되어 체감경기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종합하면 올해 한국경제의 여건은 수치로 본 외형적 측면에서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 내용을 볼 때 적지 않은 하방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불안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계경제의 침체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유가상승의 부정적 효과가 가시화되면 국내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소지가 있다.
정부는 우선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과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부담의 증대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여 경상수지 적자의 고착화 가능성에 대응하여야 한다.
아울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확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증대와 중국 등 글로벌 금융 불균형의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도면밀한 대응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정권 교체와 함께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 데에는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인 여망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민간경제의 창의와 활력이 시급히 복원되어 성장의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제시스템의 유연성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나가는 새 정부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부
200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