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18> 무자료거래, 도매-제약계 강타
박카스 건이 올해 도매업계와 제약업계를 강타했다. 국세청의 도매상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적발된 제약사와 도매업소 간 박카스 무자료거래로, 촉발된 이 문제는 올 한해 도매업계와 제약업계를 관통했다.
도매업계는 특히 아수라장이 됐다. 박카스를 무자료로 거래했고, 여기서 파생한 자금이 의사 병원 등에 리베이트로 건네졌다는 사실과, 연관 도매상이 200여 개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이 과정에서 도매상은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됐다.
업소별로 수억 원 대에서 수십억 원 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징금 규모에 대한 소문이 난무하며, 추징금은 도덕성을 떠나 도매업소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한 도매상을 정리할 수도 있는 액수기 때문. 정리까지는 않더라도 해당 도매상들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액수라는 점에서, 제약사들은 해당 도매상과 추징금액 파악에 발 벗고 나섰고, 도매상들은 ‘무자료 거래와 관련이 없다’, ‘해결할 수 있는 액수다’로 방어하며, 해결 방안을 찾았다.
도협까지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선 이 문제에 대해 도매업소들은 회사가 추징금 외 더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에서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추징금액을 감당 못하고 정리의 길을 택한 도매업소도 생겼다.
지역별로도 편차를 보였다. 동병상련 속에 터놓고 정보를 교환, 피해를 최소화시키며 조속히 마무리한 지역과, 전전긍긍 속에 각자 해결을 택하며 지루하게 끌고 간 지역도 있었다. 한마디로 박카스 건은 연루된 도매업소나 무사했던 도매업소 모두를 압박한 사건이었다.
더욱이 기간도 올 내내 이어지며, 선진화 대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도매업소들이 다른 부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게 만들었고, 그만큼 도매업 발전의 시기도 지연시킨 메가톤급 사건이었다.
사정은 제약사도 마찬가지. 동아제약은 이 건으로 350여억 원에 달하는 액수를 물었고, 이는 동아제약의 올해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박카스 건을 시작으로 무자료거래에 대한 국세청과 검찰의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며 드링크 류를 생산하는 제약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건은 현재 마무리된 상태. 하지만 박카스 무자료거래 건은 도매업계와 제약계에 투명화라는 경종도 울렸다. 더 이상 부정 불법영업을 해서도 안 되고, 투명성을 담보한 영업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는 계기가 됐다.
도매업계 내에서도 ‘차라리 잘됐다’, ‘이를 계기로 그간의 잘못된 영업 관행을 바로잡자’는 자성론이 높게 일었다.
도매업계와 제약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후유증도 아직 가시지 않고 있지만, 박카스 무자료거래 건은 복마전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유통의 투명성을 확립시키고, 정상 정도 영업이 아니면, 발붙일 수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게 했다.
이권구
2007.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