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빈익빈 부익부' 고착화 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의 빈익빈 부익부 경향은 갈수록 심화되며 심지어 고착화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자유경제체제 사회에서 소득 양극화는 필수 불가결한 부분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약국의 경우 국민건강이라는 공공성이 한층 보장되어야 하는 분야인 만큼 지나친 양극화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그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각종 통계에서도 약국간 양극화는 단순한 기우가 아닌 심각한 실제상황임을 나타내주고 있다.
본지가 심평원이 발표한 '건강보험 약국 총 약제비 구간별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 상위 10% 약국이 총 약제비 중 43%를 점유했으며 월 평균 조제수입(약값 제외)은 3,37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와 하위 10% 약국의 월 평균 약제비(약값 제외) 차이는 무려 3,345만원.
특히 하위 40%인 약국 8,301곳의 월 평균 조제수입(약값 제외)이 3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간의 격차가 얼마나 큰 지를 대변해주고 있다.
이는 약국 처방전 집중화 및 빈익빈 부익부의 고착화가 통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약국 10곳 중 3곳이 70%의 처방전을 독식하고, 2곳이 약 16%를, 나머지 5곳이 14%의 처방전을 두고 다투는 전형적인 불균형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뿐 아니다.
이 같은 통계를 세분화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문희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06년도 상반기 중 상위 100대 진료(약제)비 지급 요양기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약국 중 0.52%를 차지하는 100곳의 약국이 올 상반기 총 약제비 3조 9755억원 가운데 7.7%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희 의원은 "전체 약국 가운데 0.5%에 불과한 약국들이 전체 약제비의 8% 가까이 가져간다는 것은 처방보험조제에 따른 약국간 소득의 불균형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작년에도 이와 비슷한 비율로 상위 100대 약국의 보험조제수입 점유율이 나타났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상위 100대 약국 안에서도 상위와 하위 약국간의 약제비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
문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총약제비 지급 100대 약국에서 1위는 월평균 약제비가 16억 3,500만 원이었다.
반면 100위는 3억 8,600만 원이었다.
이어 약사 1인당 가장 많은 약제비를 처리하는 경우는 1억 6,000만 원이 넘었으며 약사 1인당 가장 적은 약제비를 처리하는 경우는 4,600여만 원이었다.
결국 상위 100대 청구 약국은 약사 1명당 평균 1억 원이 넘는 월평균 약제비를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이같은 양극화는 불법적인 담합의혹까지 제기되며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심평원과 복지부가 담합의혹 요양기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일부 특정 기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희 의원은 지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올해 1/4분기부터 2/4분기까지 처방 집중률이 70%가 넘는 약국이 무려 9,984건에 달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는 특정 병·의원과 특정 약국의 담합 형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중 처방 집중률이 90% 이상 되는 약국이 3,452개이며, 100%도 669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실제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내 약국 중 처방 집중률이 100% 넘는 기관 중 병원이 8개, 의원이 444개, 치과의원이 216개, 기타가 1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약국가의 처방전 집중화 현상은 이같은 담합을 비롯해 곧이어 약국 입지, 처방전 다툼, 불법 호객행위 등의 유발로 이어져 문제의 골을 깊게 해 약사사회 자체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약국 양극화는 특히 소규모 동네약국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처방전 수요의 차이로 경영의 위기를 절감한 동네약국들은 저마다 일반 의약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한약 제재 활용, 약국 기능성 화장품 등의 취급으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와 임대료와 인건비 등 경상비용의 증가, 4대보험 의무가입 등으로 인한 세 부담 증가 등은 약국 경제난의 또 다른 걸림돌로 약사들의 이마를 주름 짓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약값비중 및 고가약, 장기처방의 꾸준한 증가는 약국 간 빈익빈 부익부를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 처방전이 병의원 주변으로 집중되면서 동네약국의 처방 매출과 일반 매출의 구성비는 최대 5:5에서 최소 1:9까지 나타났다고 하니 이제 동네약국은 더 이상 조제수입만으로는 약국을 유지해나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동네약국들의 경영악화는 결국 휴·폐업으로 이어지고 이는 주민들의 약국 접근성을 어렵게 만들게 된다.
무엇보다 보건의료에서 일차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약국 접근성의 감소로 경질환 환자마저 병의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전체적인 보건의료비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경질환에 대한 급여 비중을 줄이고 중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침과도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처방전 집중화가 약국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약국 간 차등수가제 도입이 처방전 분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조심스럽게 논의되기도 했다.
또한 단골약국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제 도입 등이 처방전 분산을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단순한 제도의 변화가 아닌 만큼 환자들을 동네약국으로 끌어들이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 마련의 필요성이 심각하게 요구되고 있다.
감성균
2007.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