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① 의약품 유통정보시스템 도입
소위 굴뚝산업으로 분류될 만큼 변화에 보수적인 의약품 유통업계가 오는 5월을 기점으로 단순한 변화의 차원을 넘어 '유통혁명'을 예견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의약품 유통시스템 변화의 본질과 양상,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효과를 긴급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정부 강행 업계 주춤…희생·진통 불가피
의약품유통개혁의 시발
의약품 유통개혁은 98년 9월19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의약품 유통개혁방안 보고, 99년 3월 정보통신부의 '사이버 코리아 21' 사업으로 선정, 같은해 10월 복지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부터 막이 올랐다.
지난해 복지부가 의약품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료보험과 연계 △실거래가 파악 △약품대금 정산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의약품 유통종합정보시스템 사업자를 선정, 3월27일 삼성SDS와 협약을 체결하면서 사업 진행의 가속도가 붙었다.
의약품 유통개혁은 의약품 시장의 전면개방에 따라 거대자본과 선진 기술력을 앞세운 외자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국내 제약·유통업계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공공 인프라 구축사업의 일환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현재 센터가 추진중인 사업이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이하 Helfline)의 구축사업이다.
유통정보센터란
지난해 4월17일 기공식을 열고 업무에 들어간 한국의약품정보센터(KOPAMS)는 정부의 발주를 받아 민간자본을 투입해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센터는 의약품의 공정한 거래, 제약업계의 경쟁력 제고, 유통산업의 육성, 물류비용의 절감을 통한 국민 의료비 절감을 목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을 기반으로 해 설립됐다.
유통정보센터가 오는 5월 가동할 'helfline'은 전국의 의료기관과 약국, 공급업체를 총망라하는 정보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표준화된 바코드에 의해 의약품을 생산·유통·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센터 기능
한국의약품정보센터는 'helfline'을 운영하면서 주문·공급·대금결제·정보제공 등 4가지 주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문은 병·의원, 약국, 보건소 등 모든 요양기관이 인터넷을 통해 EDI로 24시간 주문이 가능하고 접수된 주문에 따라 확인, 재고 파악, 대금결제 등이 EDI 중계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빠르고 정확한 의약품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센터측의 설명이다.
약제비 정산은 병·의원, 약국 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금액 중에서 약제비를 제약회사, 도매상에 직접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helfline'의 핵심 기능이다.
정보제공 기능은 약품에 대한 가격동향·거래정보·시장정보·신약 정보 등을 수집, 분석해 병·의원, 약국 등 의료·요양기관과 제약회사·물류조합·도매상 등 공급업체에게 직접 제공하는 등 주요 4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Helfline의 효과
복지부는 "helfline은 제약사 및 도매업체 등 공급업체의 대금결제 회수기간을 60일로 단축시켜 주며 보험공단의 직접 지급으로 회수가 용이하다"고 확신한다.
또 편리한 전자상거래로 24시간 주문이 가능해 요양·공급기관의 업무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가 기능으로 제공되는 각종 정보를 활용할 경우 원료 도입에서 생산 및 적정 재고관리로 부대비용 감소 등 유통 관리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공급업체는 특히 정확한 통계자료에 근거한 효율적인 영업전략 수립이 가능해 인건비, 재고관리비, 반품물류비 등을 절감해 전체적인 비용 감소로 인한 수익을 증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란 설명이다.
요양기관은 인터넷을 이용, 24시간 연중무휴 자동주문·접수가 한번의 '클릭'으로 가능하며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의약품은 물론 희귀의약품까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는 '편리성'이 돋보이는 장점이다.
또 투명한 의약품 거래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한편 적정 재고관리가 가능해져 관리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사전 진료비 청구내역 점검으로 반송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컨설팅이 부가서비스로 제공된다.
시스템 구축현황
'helfline' 시스템 구축은 오는 4월까지를 1단계로 정하고 시스템 개발 및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의약품 유통정보화 기반을 구축하고 요양기관 및 공급업체용 사용자 시스템을 개발, 통합 물류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 시범운영을 실시하게 된다.
5월에 시작되는 2단계 사업은 시스템 정착 및 발전단계로 상용서비스 개시, 보건의료 산업정보 시스템 구축 및 연결, 해외망 연동 정보 제공, 종합 의료 VAN 서비스 제공 등이 이뤄진다.
시스템은 △사용자시스템 △약제비지급시스템 △통계분석시스템 △콜센터시스템 △의약품 EDI 중계시스템 △거래정보시스템 △주문접수시스템 등 7개 분야로 구축된다.
이 시스템 중 사용자시스템, 거래정보시스템, 통계분석시스템은 지난해 9월 시험운영을 거쳐 올 1월 성동구 시범운영이 완료됐으며 현재 운영이 가능한 상태로 대기 준비중이다.
약제비지급시스템은 공단 및 심사평가원과의 시험운영에 관한 세부처리절차 업무에 대해 협의 중에 있고, 물류조합 연계시스템은 현재 개발은 완료돼 있으나 물류조합이 아직 완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해 대기 중에 있다.
설치확산 현황
올 1월 서울시 성동구의 시범확산을 시작으로 2월부터 현재 전국 공급·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시스템 확산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센터에 따르면 5일 현재 △공급업체 총 575개 중 327개(57%) △의료기관 총 3만4,245개 중 1,228개(4%) △약국 총 1만8,867개 중 3,079개(17%)에 설치가 완료됐다.
약국, 의료기관 설치는 SI업체 및 지방 유지·보수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설치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5월부터 요양기관이 청구한 약제비를 공급자에게 직접 지급함에 따라 공급내역통보서 및 공급자현황통보서를 공급업체 대상으로 현재 접수 중에 있다.
대상자료는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공급분이며 이 자료는 4월 시범운영과 5월 약제비 지급자료로 활용된다.
향후 운영계획
'helfline' 시스템의 주기능 중의 하나인 약제비 직접 지급과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세부절차에 관한 협의를 통해 약제비 지급 시험운영을 계획하고 있으며 5월 가동을 위한 사업운영개시동의서를 준비하고 있다.
운영법인 설립과 관련해서는 지난 3월 2차례에 걸쳐 이종윤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설립준비위원회가 개최된 바 있으며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의 성격을 띠게 될 운영관리법인은 제약협회, 도매협회, 다국적의약산업협회, 물류조합, 병원협회, 의사회, 약사회,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등이 공동 참여한다.
시스템의 운영기준 제정 및 관리·감독, 약정요금(시스템 사용료) 협의 조정 등을 담당하게 될 운영관리법인 설립은 이달 중에 마무리된다.
이와 함께 약제비 직접 지급에 따른 하위법령 정비가 시스템 가동 이전에 이루어지며 공단과 전담사업자간의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 사용약정도 체결된다.
기대 효과
복지부 관계자는 "정보센터가 정상 운영되면 의약품 물류비용이 연간 약 2,000억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며 요양기관의 약품대금 회수기일도 현재 평균 251일에서 약 60일로 단축돼 제약산업의 수지개선 효과를 가져와 대외 경쟁력 강화 및 연구개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보험약의 약가마진 제거와 함께 거래 투명화로 납품관련 뒷거래가 상당부분 차단돼 국민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국의 의료기관, 약국, 공급업체를 총망라하는 정보망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전자결제망을 연계해 의약품에 대한 정보 공유와 초고속 유통을 실현, 각 의료기관과 공급업체 등에 표준화된 정보시스템을 제공하여 관련기관간에 정보시스템이 달라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으며 각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점
유통정보시스템은 관련업계의 조직적인 반발과 비틀기로 '연착륙'이 어려운 실정이다.
도매협회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도매기능의 위축을 우려, 현재까지 참여를 공식 거부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전산실무자 회의, 태스크포스팀 운영 등 인력을 풀가동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약사회와 의료계 역시 요금을 별도로 부담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공급업체와 보조를 같이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기인하는 것이라고 복지부 관계자는 지적했다.
업계는 기존의 거래 관행을 '유리관'을 통할 경우 시장이 경직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또 자율시장 경쟁체제를 사회보험 성격을 지닌 의료보험의 재정적자 보전을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정부의 의료개혁 실패를 유통개혁으로 덮으려는 얄팍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을 부르짖으며 추진했던 실적 위주의 정책이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의약품 유통개혁이 '새만금사업'과 같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정책 실패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약품 유통시장 개방으로 인한 다국적 기업의 국내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업계의 현실이며 시장이 열린 상태에서 정부가 국내 제약업계만을 드러내놓고 보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따라서 업계 스스로의 의약품 유통시장 개혁은 필수 불가결한 당면과제"라고 반박, 이 사업이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강조했다.
"눈앞에 보이는 득과 실에 따라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진정으로 국내 의약산업이 발전하고 거듭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희생과 고통'을 동반하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유성호기자
200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