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의약품시장 해외개척과 다변화 전략
이창기
◆ 서울대약대 졸
◆ 미국지구환경대학원 명예환경박사
◆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회장
국내 의약품 시장현황
그 동안 국내 제약 기업들은 내수시장에 중점을 두고 수입된 원료를 제품화하거나, 특허가 만료된 제품만을 생산하여 기업활동을 해왔으며 일부 제약기업에서 수입해오던 원료를 국산화하여 수출에 기여해 왔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의 의약품 약가관리제도에 기인한 것으로 제약기업의 난립과 내수용 제품에 대한 과다 생산, 과다 경쟁을 초래하여 기술경쟁력보다 판매경쟁력이 우선시 되면서 R&D투자를 소홀히 하게 되고 나아가 국제 마케팅 능력도 배양하지 못했다.
더욱이 최근 선진 제약 기업들은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기술이전을 회피하고 직접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시장점유율마저 역전될 현상이 보이고 있다.
세계 의약품시장 현황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제약기업은 선진기업의 기술위주와 고품질을 앞세운 대형화, 중국·인도의 저가공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금번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세계원료의약품전시회에서 나타난 원료의약품의 세계시장동향을 살펴보면 첫째로 전체 의약품의 1/3정도가 Chiral Technology에 기초한 광학활성 화합물(Chiral compound)이며, 그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전체 의약품시장의 규모는 1998년 3,350억불에서 3,600억불로 증가했으며, 이 중 이성질체(Enantiomer)의약품의 비율은 27%에서 1999년 32% 증가했다.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정제화학제품의 규모는 300억불이며 이는 전체 화학제품 시장 규모인 600억불의 절반에 해당되는 규모다. Chiral Technology는 광학이성질체 중에서 약리작용을 나타내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기술로서 광학적으로 순수한 물질은 적은 독성, 높은 효능, 낮은 제조원가, 또한 특허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산업에서 광학활성 화합물의 이성체 제조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로 의약품시장에서 원료공급자로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쟁 상대국인 중국, 인도의 경우 국가기간산업으로 의약품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저임금, 낮은 환경보존비용을 장점으로 원료의약품 및 중간체 제조에 있어서 거의 모든 제품을 제조하고 있고 기술 수준도 거의 선진국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은 고객관리 미숙과 신뢰성의 결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약품 수출 및 다각화 전략
선진 제약기업의 대자본과 기술력 그리고 M&A에 기초한 직접 마케팅 전략, 그리고 후발개도국의 품질향상과 저가 공세의 사면초가에 처한 우리 기업은 해외시장에서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수출을 증진할 것인가
첫째,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R&D에 투자해야 한다.
특화된 제품이 없다면, 세계시장에 나설 수 없음은 물론 이제 국내시장에서조차 발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 시장에서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양으로 승부하던 일반제품은 후발 개도국의 저가공세에 더 이상 버틸 수 없고, 국내시장에서도 약사제도개선 이후 오리지널제품, 브랜드제품 위주로 처방전이 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선진 기업들은 신약개발을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선도 품목을 개발하여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R&D 투자 비율을 매출액 대비 10%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둘째, 국제마케팅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무역 인프라의 구축이다.
국제 전시, 국제 마케팅 전문인력, 정보화 등의 무역 인프라 미흡은 무역가도를 달리고자 하는 우리 업계의 발목을 잡는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협회는 지난 2년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이탈리아밀라노에서 개최된 세계원료의약품전시회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여개의 업소가 국가관을 구성 참가했다.
전시회는 한곳에서 신기술과 제품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현장이며 각국의 여러 바이어를 만나 상담과 계약을 할 수 있는 수출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수출에 있어서 전시회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 말할 수 있겠다.
우리 기업은 전시 참가를 위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고, 운영하고, 사후 관리하는 무역관련 전문인재를 육성하고 세계적인 전시회에 자주 참여하여 경험을 축적해야 하는 것이 우선 실천 가능한 과제라 보여진다.
현재의 경영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광범위한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간 M&A가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셋째, 정보화산업의 인프라 구축이다.
금년도 수출목표 7억800만불을 책정하고 있는 우리협회는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목표달성은 물론 지속적인 신장세를 보여왔으나 앞으로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의약품 유통의 중추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전자상거래는 기존의 무역관행을 급속도로 변화시킬 것이다.
무역거래가 투명해지고 과거의 리베이트 관행도 사라질 것이며 구매패턴을 전자상거래방식으로 바꾸게 되면 구매단위당 원가가 감소해 제품의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역거래에 필요한 모든 자료들이 인터넷상에서 제공되고 각 기업들은 이 정보 중 자사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업체와 무역거래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약업체들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사의 제품을 인터넷상에서 홍보하지 못하는 업체는 미래의 무역환경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에 유망 제약사에서는 이미 자사 홈페이지를 만들어 제품이나 회사홍보를 하고 있으며 각종질환 관련 독립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가장 초보적인 단계의 정보화산업의 인프라이며 머지않아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는 무역거래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지금 대부분의 B2B 기업이 사업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상적인 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대부분의 기업은 독자적인 B2B 사업보다는 타 B2B기업과 제휴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비용을 줄이고 솔루션 공동개발을 위해 거대 마켓플레이스 형성이 필요한 것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편집부
200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