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의약품 비축 및 배송 체계
의약분업 준비상황 긴급점검 ①
전문
분업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개국가들의 준비태세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실시 후 큰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개국가들이 분업수용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분업 주체의 하나인 의료계가 정부가 마련한 분업안에 반발해 집단휴진 및 궐기대회 등의 강경행동을 불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부메랑 효과로 개국가의 분업시행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분업이 처음 실시되는 제도로 그 대응 방법을 인지하지 못한 채, 분업이 실시된 후 상황파악을 하면서 대처하겠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본지는 분업을 한달 앞두고 있는 개국가의 분업준비 상황을 긴급점검해 보고자 한다.
개국가 동향
의약분업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의약품 비축 및 배송체계다. 분업시 약국들은 의료기관의 처방전에 의해 조제 투약해야 하므로 다양한 의약품을 비축해야 한다.
그러나 분업실시에 대한 의구심과 어떤 의약품을 구비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의약품 비축에 따른 투자비, 의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에 의해 대부분의 약국들은 전문의약품 구비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약국들의 의약품 비축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지역분업협력회의가 조속히 가동되어 정확한 투약리스트를 제공해야 하고 그래야 분업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것이다.
서대문구의 한 개국약사는 “분업이 실시되면 약국들은 수많은 의약품을 구비해야 한다. 의료기관서 처방전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주변에 2곳 정도의 의원이 있지만 이들 의원보다는 인근 대학병원서 처방전이 흘러나올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의약품을 구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약국들은 30~100여종의 전문의약품을 구비하고 있지만 분업이 실시되면 약국의 입지조건에 따라 저빈도 의약품 포함 최소 600~1,200여종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약국공간을 확대해야 하고 의약품 구비에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개국가의 대부분이 중소형 약국들인 현 실정을 감안하면 약국서 1,000여종의 의약품을 구비하기는 어렵고 이 품목들이 전량 처방될 지도 의문시되고 있어 약국의 의약품 구비에 큰 어려움이 있다. 약국서 1,000종의 의약품을 구비할 경우 이들의 가동률이 50% 정도에 불과하면 나머지 품목은 사장되는 결과를 낳아 결국 이들을 폐기, 약국들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창동의 한 개국약사는 “아직 의약품 구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변상황을 보면서 6월 중순 이후부터 준비할 계획이다. 지역협력회의서 처방약 리스트를 제시한다고 하지만, 과연 의사들이 제시한 처방약을 사용할 것인가도 의문시 된다. 현재 비교적 오래되고 저가 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는 의원들이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이들의 의약품을 제대로 처방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중구의 한 개국약사는 “분업이 실시되면 현재의 위치로는 약국경영이 어려워 병원주변으로 약국을 이전할 계획으로 있다. 종합병원 주변의 약국자리를 물색, 권리금만 6,000만원 이상인 약국을 찾았지만 의료계의 집단반달로 분업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6,000만원을 투입하고 분업이 왜곡될 경우 투자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대다수의 약사들은 의사들이 분업을 강력 반대하고 있어 분업시행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이의 수용태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 구비는 비단 중소형 약국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병원주변의 대형약국들은 병원 약제과와 유대강화를 통해 처방약 리스트를 마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의약품 구비에 따른 비용과 비축 등의 문제점으로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병원 인근에 소재해 있는 약국들이 분업시행으로 인해 1일 평균 2~300여건 정도의 처방전을 수용할 경우, 1달간 소요되는 의약품 구입비용만 수억원대에 달하고 이들 의약품을 비축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건물임대료 등의 비용도 구입비용만큼이나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병원 주변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한 개국약사는 “서울대병원의 외래처방전에 따른 의약품 구비액은 1달 평균 최소 4억원 정도이다. 4억원 정도의 의약품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창고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결국 약국이 아닌 도매상이 되는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서대문구의 또 다른 개국약사는 “최소한의 의약품을 구비한 후 분업의 추이를 보면서 보완하겠다는 것이 주변 약국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분업협력회의서 의약품 리스트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막연한 상태로 약사회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분업이 실시되면 대체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약국서 구비할 의약품은 최소 300여품목이며 희빈도 의약품은 퀵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는 희망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각 병원서 처방되는 의약품과 의료보험단체에 청구된 의약품을 분석한 결과 내과는 주사제 포함 50~60종, 소아과 20~30종, 가정의학과 40~50종 정도이며 대체조제가 가능, 300여품목만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약사회 관계자들이 분업시 약국에서 구비해야 할 의약품 품목은 약 5~600여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분업안에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가 분업이 실시된 후 약사회를 호도하기 위해 의약품 처방을 엉뚱한 방향으로 낼 경우를 대비해 분업 초기 약국에서 갖추고 있어야 할 의약품은 약 1,000여종 내외가 되어야 한다는 것.
분업을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문전약국·처방조제를 전문으로 하는 약국들의 전문약 구비가 1,200여종 내외이며 일반약국들은 700여종 정도 구비, 처방전을 수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변의 약국을 거점화하여 의약품 배송체계를 구축할 경우 처방약 구입에 문제점이 없다는 것이다.
약사회·도매·제약 움직임
한편 각 약사회별로 병의원서 다량처방되고 있는 의약품목록집을 마련, 약국의 의약품 구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약·종로구약·서대문구약·광명시약·영등포구약·송파구약 등은 지역의 종합병원서 처방되는 의약품 리스트를 마련하고 있다.
도매업소들도 약사회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각 과별에서 다량처방되고 있는 의약품을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상위제약사들도 자사제품을 위주로 다빈도약 10여품목을 단위로 세트판매에 나서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의료보험단체의 협력으로 각 시·군·구별 의료기관서 투약하고 있는 다빈도 의약품 CD를 마련, 배포하고 있다.
박병우
200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