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2004 국내·외 경제전망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전년대비 오히려 감소하는 등 극심한 내수침체를 경험하였다. 그나마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수출과 건설투자 부문이 전반적인 경기를 지탱하여 2%대 후반의 소폭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2004년은 한국경제가 과연 이러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경기회복 추세에 동참할 수 있을지, 아니면 지난 수년간의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터널에 진입하게 될 것인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행히 지난해 말부터 생산관련 지표를 중심으로 다소 경기회복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여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등 우리 경제가 저점을 탈출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그간의 경기침체를 벗어나 균형있고 내실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조망하여 보기 위해 먼저 해외부문의 경제전망을 살펴보도록 한다.
1. 세계 경제전망
이라크전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다소 주춤하였던 세계경제는 2003년 하반기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온기가 점차 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국과 개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IMF는 세계경제가 2002년 3.0%, 2003년 3.2% 성장한데 이어 올해에는 성장세가 더욱 확대되어 4.1%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경기의 회복은 역시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에 크게 영향 받는다. 미국 경제는 이라크 전쟁과 기업회계 비리 등에 따른 투자 침체에서 탈피하여 작년 하반기부터 강한 회복세를 시현하여 2003년 2.9%의 성장을 달성하였으며 올해에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4% 내외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감세 정책과 저금리 기조에 힘입은 민간소비가 이러한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으며 소비 확대를 바탕으로 기업부문의 투자 또한 되살아나고 있다. 물론 미국 경제의 전망이 전적으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GDP대비 5%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와 6%에 이르는 재정적자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이미 높은 수준이어서 소비지출의 증가세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부분이다.
다만 경상수지 적자 축소와 경기 회복을 위한 달러화 약세 정책과 낮은 물가상승률을 배경으로 한 통화당국의 저금리 정책기조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침체가 지속되었던 고용시장도 회복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올해 미국경제는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하여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지난 십여 년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일본경제가 바닥 탈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올해의 세계경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경제는 지난해 2.7% 성장한 데 이어 올해에도 2%대에 가까운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기의 회복으로 인한 수출 호조와 더불어 설비투자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으며, 그간 소비 및 투자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던 부동산가격 침체, 은행권의 부실여신, 디플레이션 압력 등이 개선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일본경기의 회복세는 과거에 비해 질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 등 구조적인 문제가 상존하여 중장기적인 경기회복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유로지역 국가들은 우리 경제와 마찬가지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살아나고 있으나 아직 내수를 중심으로 한 실물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올해 유로지역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의 회복도 예상되어 1%대 후반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다수 유로지역 국가들의 재정적자가 합의된 기준인 GDP대비 3%수준을 초과한 상태로 유연한 재정정책 운용이 제약되고 있으며, 미 달러화 대비 유로화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올해 미국과 같은 강한 회복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경제는 지난해 7.5% 성장한데 이어 올해에도 7%대 후반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 2001년말 WTO에 가입한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와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소비, 투자 등 내수부문도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아시아권의 성장 동력으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선진국 중심 회복세 아시아로 확산
소비확대 한계·동아시아 통화절상 등 부정요인 내재
반면 중국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의존도가 점차 심화되어 중국경제의 불안요인이 아시아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파급될 우려 또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경제가 자동차, 건설 등의 부문에서 이미 과잉투자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국유은행의 부실이 과다하여 자칫하면 거품붕괴와 함께 금융불안이 심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자산가격의 급등도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임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중국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경제는 올해에도 거대한 내수시장, 저렴한 생산비용,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위엔화 절상 압력, SARS의 재발 우려 등은 중국경제의 고성장을 제약하는 복병으로 지적되고 있다.
요약하면 올해 세계경제 전망은 지난해와 달리 주요 선진국 대부분에서 균형있는 회복세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며, 이러한 회복세는 세계 교역량의 확대와 더불어 신흥시장국과 개도국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진국 대부분에서 가계부채가 이미 높은 수준에 달하고 있어 소비확대를 통한 성장에 한계가 존재하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지속으로 위엔화 등 동아시아 통화절상 압력과 보호주의 움직임이 보다 강화될 개연성 등이 부정적 요인으로 내재하고 있다.
<표 1>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
2001
2002
2003
2004
세 계1)
2.4
3.0
3.2
4.1
선 진 국2)
미 국
0.3
2.4
2.9 (2.9)
4.2 (4.2)
일 본
0.4
-0.4
2.7 (2.6)
1.8 (2.0)
영 국
2.1
1.7
1.9 (2.0)
2.7 (2.8)
유로지역
1.6
0.9
0.5 (0.5)
1.8 (1.5)
- 독 일
0.8
0.2
0.0 (0.0)
1.4 (1.3)
- 프랑스
2.1
1.3
0.1 (0.3)
1.7 (1.3)
- 이태리
1.7
0.4
0.5 (0.3)
1.6 (1.3)
개도국1)
아시아 (일본제외)
5.8 (4.1)3)
6.4 (5.7)
6.4 (5.6)
6.5 (6.3)
- 중 국
7.3
8.0
7.5 (8.3)
7.5 (7.9)
중남미
0.7
-0.1
1.1
3.6
중 동
2.0
4.8
5.1
4.6
아프리카
3.7
3.1
3.7
4.8
동유럽
3.1
3.0
3.4
4.1
러시아
5.0
4.3
6.0 (5.9)
5.0 (4.6)
주: 1) IMF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03. 9.
2) OECD 자료, OECD, Economic Outlook, 2003. 11.
3) ( )안의 수치는 Global Insight 자료, Global Insight, Monthly Outlook, 2003. 11.
자료 : KDI 경제전망 2003. 3/4, (2003. 12. 18)에서 재인용.
2. 국내 경제전망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올해는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의 깊은 골에서 벗어나 이러한 세계경기의 회복세에 동참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한해이다.
올해에도 우리 경제에는 긍정적 요인과 위험요인이 공존하는 상황이지만 대다수의 경제전문가와 연구기관들은 세계경기의 뚜렷한 회복세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 노사갈등, 금융시장 불안, 북핵문제 등 정치사회적 불안요인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면 2004년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5%대로 높아지고 물가상승률도 3%내외에서 안정되며 경상수지도 흑자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작년에 이어 수출부문의 호조가 지속되면서 경기회복의 여건은 양호하게 형성될 것이지만 결국 가시적인 회복 여부는 궁극적으로 소비, 투자 등 내수의 반등 가능성과 직결된다고 판단된다.
주지하다시피 작년에는 가계부채의 급증과 신용카드 부실문제, 교역조건의 악화에 따른 실질소득의 감소 등으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어 위기이후 처음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였으며 미래의 성장 잠재력과 직결되는 설비투자 또한 지속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먼저 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소비부문은 적어도 상반기에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는데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신용카드 규제, 부동산 담보대출 축소 등과 더불어 시작된 가계부문의 구조조정 과정이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교역조건의 악화 추세가 진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계부채가 이미 GDP대비 75%수준에 달하여 부채상환 능력이 현격히 저하되어 있고 고용불안, 청년실업 증대 등으로 소비여력 또한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결국 실업률이 감소하고 소비가 증가로 반전되는 시점이 올해 경기회복의 전환점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압력을 가중시켜 가계부문의 신용경색과 소비위축을 야기할 소지가 크므로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더 이상의 소비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매우 긴요한 과제이다.
투자부문 또한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 작년 호조를 보였던 건설투자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주택시장의 투기수요가 감소하는 등 당분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설비투자 또한 기업 수익성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대선자금 조사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올해 우리 경제는 소비부문의 강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수출과 더불어 설비투자의 회복이 경기회복을 주도하여야만 경기침체로부터의 탈피가 가능하다. 즉 세계경기의 회복에 힘입은 수출증가와 기업 수익성의 호전이 얼마나 기업부문의 투자로 이어질 것인가가 올해 경기회복의 가능성과 회복 강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가능토록 하기 위해서는 비탄력적인 노동시장, 총선정국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불확실성, 북핵문제 등 기업투자의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는 대내외적 불안요인들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미래의 성장 동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여 투자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편, 중국, 베트남 등 제조업의 해외이전에 대응하여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2004년 우리 경제는 상반기에는 소비와 투자부문의 미약한 회복세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나,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하반기에 소비심리와 설비투자가 살아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동반 회복세가 예상되는 올해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과 침체 탈피에 다시없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순항 여부는 기업의 투자노력과 가계 소비심리의 회복,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거품과 가계부채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신중한 거시정책 운용에 달려있다.
<표 2> 2004년 한국 경제전망
(전년대비, %)
한국은행
KDI
삼성연
엘지연
현대연
한경연
금융연
산업연
GDP 성장률
5.2
5.3
4.3
5.1
4.5
4.8
5.8
5.5
민간소비
증가율
3.2
4.5
2.9
4.9
4.1
2.5
3.9
4.3
설비투자
증가율
6.5
9.8
4.2
5.2
4.7
6.2
11.1
9.8
경상수지
(억불)
60.0
74.0
24.7
53.0
60.0
40.1
65.3
-
소비자물가
상승률
2.9
2.8
2.8
2.8
3.0
2.6
2.7
2.9
실업률
-
3.4
3.0
3.4
3.3
3.3
3.2
-
자료 : 각 연구기관, 한국경제신문 2003. 12. 19.
편집부
200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