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2006년 창간특집 특별기획-음식속 발상의 전환
비만·당뇨 등을 유발하여 우리 몸에 이롭지 않다고 여겨지고 있는 많은 음식들. 과연 영양가가 있기는 한 것일까? 최근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먹거리를 묶어 살펴보았다.
● 성인병과 다이어트에 좋다! 돼지고기
서민들이 먹는 대표적인 육류 돼지고기.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를 주 1회 이상 먹는 사람이 열명 중 여섯이 넘는다고 하니 육류를 즐기는 사람에겐 밥과 김치만큼이나 친숙한 음식이라 하겠다.
이러한 돼지고기 속 지방이 비만과 성인병에 좋지 않다고 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열량만을 놓고 보면 삼겹살은 지방 함량이 40%를 웃돌 뿐 아니라 1인분(200g)의 열량이 620Kcal로 여기에 밥과 술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한 끼에 하루 식사만큼의 열량을 섭취하는 셈.
그러나 안심은 오히려 닭 날개와 가슴살보다 칼로리가 50~70Kcal 가량 적다. 또 뒷다리에는 콜라겐이 많아 여성들의 미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껍데기 부위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돼지고기가 수은과 광물질의 독을 풀고, 그 기름은 살충 효능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폐에 쌓인 공해물질을 중화, 체내 중금속을 흡착해 배설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옛날 탄광촌에서 일하는 광부들이나 인쇄소에 활자판을 만드는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는 것이 일리가 있는 대목.
특히 요즘 같은 황사 철에 돼지고기를 즐기는 것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한편 돼지고기는 동맥 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각종 성인병도 예방해 주기도 한다.
돼지고기 속 지방 성분 중 포화지방산은 동맥 경화나 고지혈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스테아린산이 콜레스테롤을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지 못하게 만드는 HDL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방에는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킨다고 알려진 오레인산이 함유되어 있으며 지용성 비타민을 운반해주기도 한다.
돼지고기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좋은 비타민 B₁이 쇠고기보다 10배나 많이 함유, 피로회복과 피부 미용에 좋다. 또한 육질이 연하며 인, 칼륨 및 각종 미네랄이 풍부, 소화기가 약한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 아주 좋다.
● 뼈를 이어주는 넉줄고사리, 정력에도 최고!
식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나물인 고사리는 단백질, 당질과 칼슘, 철분 등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고사리는 혈액을 맑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특징이 있으며 설사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사리는 남성의 정력에는 상극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비타민 B₁이 거의 없는데다 비타민 B₁을 분해하는 특수효소인 아네우리나제가 들어 있기 때문.
너무 많이 먹게 되면 각기병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전해져 남성에게 해롭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동의보감>에도 고사리를 궐채(蕨菜)라 하여 “성질이 차, 열을 식히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오래 복 용하면 몸이 냉해져 양기가 줄어든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고사리를 소금물에 삶아 물에 우린 뒤 가열해 조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즉, 고사리를 익혀 먹는 우리의 식습관으로 미루어볼 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여기에 파와 마늘을 다져넣고 참기름에 볶으면 부족한 비타민 B₁과 지방을 보충할 수 있다.
특히 봄비가 내린 후 새순이 돋을 때의 고사리는 단백질이 풍부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할 정도니 오히려 정력에 좋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넉줄고사리의 뿌리인 골쇄보(骨碎補)는 말 그대로 “부러진 뼈를 이어준다”는 의미로 여기서의 ‘골’은 남성의 정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후당시대 때부터 성질이 온(溫)해 남성의 정력을 보하는 역할을 해준다고 하여 ‘천연 비아그라’로 통하고 있다.
중국의 <본초도감>에서는 골쇄보가 콩팥을 보하며 뼈를 튼튼하게 하며 통증을 그치게 하고 상처를 낫게 할뿐만 아니라 신허요통, 귀울림, 귀 고름, 치통, 타박상 등에 좋다고 전한다.
<동의보감>에도 성질은 온(溫)하고 피를 멈추게 하며 부러진 것을 이어주고 악창이 썩어 들어가는 것을 낫게 하고 충을 죽인다고 전한다.
또한 골쇄보는 자양강장, 어혈, 근육과 뼈의 마비, 골절, 시력감퇴, 각종 피부병을 치료한다고 하니 식탁에서 멀리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 약주 중의 약주, 레드와인
달콤한 맛과 향에 빛깔까지 곱디고운 레드와인. 레드와인이 현대인에게 좋다고 알려진 것은 웰빙이 각광받기 훨씬 전부터다.
그만큼 밝혀진 레드와인의 효능이 많다는 의미인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심장질환 예방.
레드와인은 혈관을 확장시켜 협심증과 뇌졸중을 등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HDL을 함유하고 있으며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고 혈소판 응집 제어 역할을 해주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함유돼 육류와도 찰떡궁합이다.
레스베라트롤은 복합 항균 물질로서 호서벤처전문대학원대학교 윤형선 교수는 면역학 전문저널인 ‘저널 오브 이뮤놀러지’ 최근호에 “레드와인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인 레스베라트롤이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발생하는 세포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질병을 막게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칼륨, 미네랄, 소디움, 마그네슘, 칼슘, 철분, 인, 비타민 B와 P 등을 함유하고 있다.
레드와인이 지니고 있는 건강 성분 중 요즘 들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항암 작용이다.
케르세틴으로 알려진 강력한 항암 성분이 체내에 들어가게 되면 활성화 작용을 일으켜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또한 갈산 성분은 발암을 예방해준다고 하니 레드와인이야말로 ‘약주 주의 약주’인 셈이다.
이밖에 레드와인은 알칼리 성분으로 신장 산혈증에도 좋다.
한편 레드 와인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이나 목욕 용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는데, 이는 레드와인 속 폴리페놀과 미네랄 붕소 성분이 노화방지에 탁월하고 활성산소를 억제해주어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
레드와인의 도수는 대략 10~15%로 성인 남성은 하루 4잔, 여성은 2잔 가량 꾸준히 마시는 것이 좋다.
●‘긍정의 힘’을 북돋아주는 다크 초콜릿
비만과 성인병의 ‘공적’으로 알려진 초콜릿.
그러나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국립과학원 회의에서 과학자들은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가 혈압을 낮추고 뇌와 팔다리의 혈액 흐름을 증가시켜 노인이나 당뇨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독일 쾰른 대학의 디르크 타우베르트 박사는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폴리페놀이 들어 있는 진한 색 초콜릿이 최고-최저 혈압강하 작용을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다크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에는 식물섬유가 20%, 코코아에는 34%가량 함유되어 있어 대장 기능을 활발하게 해준다.
또한 코코아 속에 들어 있는 탄닌 성분과 카카오 폴리페놀이 충치(뮤탄스)균의 효소기능을 억제하여 치석의 형성을 방지해준다.
또한 콜레스테롤을 증식시키지 않는 올레인산, 스테아린산 등 양질의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더욱이 이들 지방산은 체내흡수가 잘 안되기 때문에 실제 칼로리 섭취량은 일반 칼로리 계산치보다 적은 편이다.
한편 다크 초콜릿에는 극미량의 카페인이 들어 있어 중추신경을 가볍게 자극, 침체되어 있는 기분을 밝게 해준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험생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초콜릿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리가 있다는 의미.
또한 칼슘, 칼륨, 나트륨과 같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을 유발하는 트립토판과 상대에 대한 끌림과 흥분, 현기증 등의 감정을 유발하는 페닐에틸아민이 함유돼 있다.
특히 성교 시 오르가슴을 느낄 때 페닐에틸아민의 농도가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하니
“초콜릿이 섹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상당 수 근거가 있는 말인 것이다.
이 밖에 뇌 피질을 부드럽게 해 사고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테오브로민과 심리적 안정에 효과가 있는 페닐에칠아민도 함유 돼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 ‘긍정의 힘’을 북돋아주는 묘약이 아닐 수 없다.
김정주
200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