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홀딩스 “돈 필요할 때만 빅파마 찾지 말라” 한국 바이오에 던진 투자 조언
노보홀딩스, 한국 투자 기회 발굴…글로벌 제약사와 장기 협력 강조
중국, 추격형 신약 넘어 최초 혁신신약 개발로 글로벌 시장 공략
한국, 기술수출 성과 확대에도 자금조달·개발 속도 경쟁력 과제
일본은 신약 상업화, 대만은 AI 제조, 싱가포르는 글로벌 투자에 집중
입력 2026.10.29 12:24 수정 2026.10.2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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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문승현 문 컨설팅 LLC 대표, 크리스티안 뵈트허 L.E.K.컨설팅 파트너, 포샤 린 에어제닉스 최고사업책임자, 쿠앙 허 노보홀딩스 부사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글로벌 제약사와는 자금이 필요할 때만 접촉하지 말고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글로벌 생명과학 투자사 노보홀딩스(Novo Holdings)가 아시아 바이오기업에 제시한 투자유치 조언이다.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기 어렵다. 기술의 차별성을 입증하고, 글로벌 제약사가 원하는 개발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는 것.

중국은 기존 신약을 빠르게 개선하는 추격형 개발에서 최초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로 중심을 옮기고 있다. 아시아 바이오산업의 투자 경쟁도 달라졌다. 한국 역시 플랫폼 기술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신약 개발과 글로벌 사업개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 같은 논의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전문세션 '아시아, 그 이상의 가능성: 달라진 바이오의 세계지도'에서 이뤄졌다.

문승현 문 컨설팅 LLC 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쿠앙 허 노보홀딩스 부사장, 크리스티안 뵈트허 L.E.K.컨설팅 파트너, 포샤 린 에어제닉스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중국·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의 바이오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투자·사업화 전략을 논의했다.

노보홀딩스 “중국의 다음 승부처는 새로운 표적·최초 혁신신약”

노보홀딩스는 노보노디스크재단 소유의 글로벌 지주·투자회사로, 노보노디스크와 노보네시스의 지배주주다. 두 기업의 지분 가치 등을 포함한 2025년 말 총 운용자산은 930억 유로다.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에 18억 유로를 투자했으며, 올해 4월에는 국내 투자사 프리미어파트너스와 한국 헬스케어·생명과학 분야의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협력을 발표했다.

허 부사장은 중국 바이오산업의 가장 큰 변화로 신약개발 전략의 고도화를 꼽았다. 기존에 알려진 표적을 활용해 후속 신약을 빠르게 개발하던 중국 기업들이 새로운 생물학적 기전과 최초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허 부사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상당수는 이미 알려진 생물학적 표적에 기반한 프로그램이었다”며 “앞으로는 새로운 생물학적 기전과 최초 혁신신약을 겨냥한 글로벌 개발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혁신신약 육성 정책과 해외 경험을 갖춘 인재의 귀환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노보홀딩스는 지난해 중국에서 초기 혁신 기술 발굴에 나섰다. 킴 펭 파트너는 향후 5~10년 동안 중국에서 더 많은 신약개발 프로그램이 글로벌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유치에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해외에서 연구·근무한 인재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면서 글로벌 제약사의 요구를 파악하고 개발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설명하는 역량도 높아졌다.

허 부사장은 “중국에는 글로벌 제약산업 경험을 갖춘 인재가 많으며 이들은 서구 제약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며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글로벌 시장에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대만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제약사와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투자가 필요해진 시점에만 접촉하지 말고 초기부터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공공 연구기관의 초기 신약 발굴 역량에 정부 자금과 해외 투자자본, 글로벌 제약사의 제조시설을 결합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기반은 글로벌 투자유치의 강점이다.

그는 “싱가포르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협력 거점이 되려 한다”며 “강력한 금융산업을 바탕으로 아시아 바이오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기술수출 호조에도 혁신신약 자금 부족…개발 속도 높여야”

문승현 대표는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플랫폼 기술수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금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을 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리가켐바이오 등 플랫폼 기술기업, SK바이오팜·삼성·셀트리온 등 대형 기업,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 바이오기업으로 구분했다.

문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활발하게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투자 자본은 매우 선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특히 최초 혁신신약처럼 개발 위험이 높은 과제는 자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과제는 중국의 개발 속도다.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는 동일 계열 치료제 가운데 효능이나 안전성 등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유사한 개발 프로그램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투자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문 대표는 “베스트인클래스 개발도 좋은 전략이지만 자금조달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중국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혁신 기술을 확보하면서 개발 속도까지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기술수출에 의존하는 사업모델도 재검토해야 한다. 선급금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후속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은 유용하지만, 지속적인 자금조달 부담과 지분 희석이 뒤따를 수 있다.

그는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반복하고 선급금과 마일스톤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것은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유럽 기업들처럼 미국에 직접 사업조직을 설립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상업화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노벨상급 기초연구에도 사업화는 취약…약가가 출시 순서 좌우”

크리스티안 뵈트허 파트너는 일본의 강점으로 세계적인 기초연구 역량과 글로벌 의약품 상업화 경험을 꼽았다. 다만 연구성과를 창업과 신약개발로 연결하는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뵈트허 파트너는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의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할 정도로 기초연구 역량이 뛰어나다”며 “하지만 우수한 연구성과를 확보하고도 이를 기업 설립과 상업화로 연결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기초연구는 면역항암제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기반 재생의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연구성과를 임상개발과 사업적 가치로 연결하는 체계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도 벤처투자를 확대해 기초연구에서 임상개발과 상업화로 이어지는 자금조달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약가 정책 변화도 변수다. 뵈트허 파트너는 일본 의약품 시장을 약 700억달러 규모로 소개하며, 일본이 여전히 아시아의 주요 신약 출시·상업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MFN) 약가 정책으로 일본의 낮은 의약품 가격이 미국 시장의 약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뵈트허 파트너는 “일본에서 낮은 가격으로 신약을 출시하면 다른 시장의 약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일부 기업은 일본 출시를 건너뛰는 선택까지 검토할 수 있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과거 글로벌 신약을 먼저 출시하는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약가와 다른 국가의 가격 참조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새로운 상업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 “한국 CDMO 앞서 있지만, AI 제조로 비용 경쟁력 확보”

포샤 린 CBO는 대만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접목해 후발 CDMO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만 바이오의료산업 규모는 약 259억달러,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은 5.26%다. 연구기관 150곳 이상, 임상시험 실시기관 100곳 이상, 제약·바이오기업 1500곳 이상이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린 CBO는 “대만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기 때문에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존 바이오산업에 ICT와 AI를 결합하고 신약개발뿐 아니라 제조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에서 대만보다 앞서 있다. 대만은 소규모 제조와 연속생산 공정에 AI를 결합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CDMO 분야에서 이미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대만은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했다”며 “ICT와 AI 기술을 제조공정에 도입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보안법(BIOSECURE Act)과 미국 내 생산 확대 정책이 아시아 CDMO 산업에 미칠 영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한국과 대만 등 비중국권 CDMO 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미국 바이오보안법은 우려 바이오기술 기업의 제품·서비스와 관련한 연방정부 조달 및 연방 자금 사용을 제한한다. 관련 규정 개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일부 기존 계약에는 5년의 경과조치가 적용된다. 다만 특정 지정 기업과 계약은 유예 대상에서 제외된다. 민간 제약사의 모든 중국 기업 거래를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은 아니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 공급업체를 즉시 대체하기보다 기존 계약을 검토하며 공급망을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내 자체 생산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린 CBO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공급업체 이용을 줄이면서 아시아 CDMO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러나 미국 기업들이 자체 제조시설을 구축하는 동안 임시로 활용하는 대체 생산기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한 임시 생산 파트너 역할은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이 아니다”라며 “미국 현지 제조시설 구축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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