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창간 69주년 특집] “복지부, ‘약배송’ 입장 모호…컨트롤타워 역할 제대로 해야”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정책이 상반기 내 법제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둘러싼 의료계‧약계‧산업계 등 관련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의료법을 개정하는 비대면 진료와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약 배송 정책이 투트랙으로 제도화 단계를 밟을 가능성 또한 점쳐지는 상황. 특히 약사회는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산업계를 사실상 불법과 탈법의 주체로 규정하며 비대면 진료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정말로 국민 건강권과 보건의료분야를 위협하는 돌연변이일까. 복지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비대면진료가 처음 허용된 2020년 2월 24일 이후 2만5697개 의료기관에서 총 1379만명을 대상으로 3661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실시됐다고 전한 바 있다.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상담 처방 진료를 받은 환자 또는 가족(환자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8%가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응답자의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직접 병원과 약국을 방문할 수 없었던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 덕분에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감염 위험성을 낮추며 팬데믹이라는 큰 고비를 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약업신문은 그동안 약사회의 여러 고소, 고발과 비난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을 만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입장을 물었다. 그는 이제 좀더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편집자>
장지호 회장은 우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재진 중심, 만성질환자‧장애인 환자 위주’로 설계한다는 비대면 진료 정책 방향이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플랫폼 앱을 통해 첫 진료를 보는 사례가 닥터나우를 기준으로 99%라는 이유에서다. 일단 환자가 한 번 진료를 본 병원이 플랫폼 앱에 가입돼 있을 확률과, 한 번 갔던 병원에서 동일한 질병으로 다시 한 달안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재진’ 기준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정책이 현장과 전혀 맞지 않다. 국민의 수요를 정책에 다르게 담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지금까지 복지부가 약 배송에 대한 어떤 철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장 회장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 플랫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약 배송에 대해서는 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취했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약사회가 약 배송에 대해 점점 더 크게 우려했다고 본다”면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준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우리의 1순위는 국민 안전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에서 신원 확인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든지, ICT 기술을 활용해 지문인식을 해야 한다든지 플랫폼에 주어지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비대면 복약지도 문제 없었다”
반면 장 회장은 약사회가 우려한 것처럼 복약지도에 대한 문제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제휴 약사들은 비대면진료로 약을 전달하면서 전화통화로 한 번, 문자로 또 한 번 복약지도를 하고, 이후 약 봉투로도 상세한 복약지도를 전달해 쓰리트랙을 통한 복약지도를 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의 제도화는 사회신뢰자본이 크게 적용되기 때문에 의료사고에 대한 걱정을 하거나 복약지도 미비를 고민하는 게 오히려 맞다”며 “의협이 회원 의사를 믿지 않고, 약사회가 회원 약사를 믿지 않으면 신뢰 자본이 없는 것 아닌가. 적어도 산업계는 의사와 약사를 믿는다. 이는 상당히 중요하다. 3년간 3500만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음에도 큰 의료사고가 거의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계, 약업계와의 소통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공식적인 간담회든, 국회 토론회든 복지부 관계자들을 만나면 의정협의체나 약정협의체, 비대면진료 TF에 모두 산업계만 빠졌으니 의료계와 약계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여러번 요청했다. 우리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계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저희가 먼저 보완할 수 있는 점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좀처럼 성사되지 않았다. 모두들 굉장히 보수적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런 요청에도 복지부는 한 번 살펴보겠다는 말 뿐, 그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로 정부 안이 나온 후 산업계를 접촉하려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그는 서운하다고 했다. 정부 안을 완성한 후 산업계를 만난다는 것은 의견 수렴이 아닌 의견 전달과 공표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약 배송에 있어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거라고 예측했다. “제휴병원 약국이나 배송이 가능한 약국에서 배송원이 대리 수령해서 아픈 환자에게 직접 갖다주는 행위 이외에 더 일반적인 방법이 과연 있겠나. 아마 안전에 대한 규제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고, 규제가 나온다면 산업계는 그에 맞춰서 대책을 내놓을 생각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탁상행정과 관련된 규제 때문에 아픈 환자들이 신속하게 약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한창이던 당시, 팍스로비드 조제 후 약사가 직접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약을 전달해야 했던 웃지 못할 상황을 묘사했다. 대부분의 약국이 1인 약사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약을 직접 배송하기 위해 약국 문을 잠그고 자리를 비워야 했던 상황이 정부가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을 만들어 벌어진 헤프닝이었다는 것. 결국 직접 배송을 시도하던 약사들은 현실적 한계 때문에 퀵 서비스로 선회했고, 그에 따른 추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30~40%에 이른다는 1인가구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는 플랫폼을 통한 약 배송 만큼 안전한 약 전달 방식이 과연 있었냐고 반문하면서 이제는 현실적인 약 배송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시행했던 비대면 진료 제도를 뒤엎고 ‘만성질환자, 장애인, 재진’으로 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우선 재진의 기준을 추적할 시스템도 아직 미비할 뿐더러 ‘상반기 제도화 달성’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정부가 속도를 내는 듯한 모습이 우려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국정과제에 담겼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물살을 타고 온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얽힌 이해관계자들마다 입장이 다른데, 상반기까지 국정과제를 추진한다고 목표를 잡았다고 해서 정부가 달성을 위해 모든 행동을 집중하는 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다”라며 “좀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에 잘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짜기 위해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국정과제 완수에만 혈안이 된 듯한 모습이 오히려 우려스럽다.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되지 않은 채 제도화만 이룬다면 우리에겐 단지 규제일 뿐이다”라고 염려했다.
특히 그는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우리뿐만 아니라 의료계, 약계를 모두 패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의정협의체에선 비대면 진료 논의를 두 번 진행하는데 그쳤고, 약정협의체는 시작도 못했다.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제도화를 밀어붙여 당초 정부가 원했던 모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영유아와 어린이 비대면진료가 35배 늘었다고 했는데, 정부는 만성질환자, 60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종성 의원의 주장은 복지부 자료가 근거인데, 정부는 확인된 데이터도 무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화해봤자 의협을 제외한 약사회와 플랫폼 업체는 그렇게 환영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제휴 의료기관들이 다양한 이유로 플랫폼의 문을 두드렸다면서 “병원 아래에 있다가 코로나 때문에 병원이 폐업해서 약국만 혼자 남게 된 경우도 있고, 병원의 경우 과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 차선택으로 비대면 진료를 선택한, 입지가 좋지 않은 병원들이 많다”며 “그들은 하나같이 ‘위치와 상관없이 어디서든 환자를 만날 수 있는 좋은 창구’라고 플랫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 제휴 약국으로 인해 약사회와 갈등
플랫폼 업계는 지금도 제휴 약국으로 인해 약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실제로 이달엔 지난해 경기도약사회‧서울시의사회가 닥터나우를 고발한 사건이 대부분 무혐의로 일단락되기도 했다.
경기도약사회와 서울시의사회는 닥터나우 일부 서비스에 대해 총 5가지 쟁점에 관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법 제27조제3항, 의료법 제17조의2, 약사법 제44조 제2항, 약사법 제50조제1항, 약사법 제68조제6항의 위반 여부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수사결과 통지서를 통해 한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고발 내용에 무혐의 결정을 통보했다. 특히 약 배송과 관련된 약사법 제50조제1항의 경우 닥터나우가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지속적인 논란이 제기됐지만, 2021년 유사한 사례에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데 이어 이번에도 무혐의로 종결됐다. 경기도약사회는 불송치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관련 증거자료를 보충해 조만간 이의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부분의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해 침묵하던 닥터나우는 이번엔 이례적으로 무혐의 결정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 나섰다. 결과보다 보여지는 모습이 주홍글씨처럼 낙인찍히는 걸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서였다.
장 회장은 “약사회가 전문가 입장으로서 플랫폼의 여러 문제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것엔 깊이 공감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소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문제가 아닌 부분까지 함께 묶어서 얘기하는 것은 ‘사실 호도’다. ‘원하는 약 처방받기’의 경우 법적으론 문제가 아니었지만 우려를 빨리 해소하기 위해 안하기로 결정하고 정리했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의약품과도 상관이 없고 범법행위가 아닌데 약사회가 언론을 통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면 내용과 제목만 남게 돼 사실 호도가 되어버린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내용과 제목만 남게 되면서 사실이 왜곡되는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제휴 병원‧약국 꾸준히 증가 추세, 이유 제대로 살펴야
이달 초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자사의 제휴 병‧의원과 약국이 3000곳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1년 반이 지난 지난해 1분기에 700여 곳의 제휴처를 확보했고, 이후 1년동안 약 3배가 넘는 3000곳의 제휴처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워킹맘을 비롯한 부모들이 늦은 밤이나 휴일 등 대면진료가 어려운 시간에 자녀가 아픈 의료사각지대에 처했을 때 많이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회장은 제휴 병원‧약국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관련 업계가 인정하고 회원들로부터 그 이유를 경청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일선 약국에서는 약 배송을 이용해보니 약국 운영면에서도 좋고 새로운 환자를 만날 수 있어 업무의 기회가 늘어났다고 좋아한다. 약사들도 다 커뮤니티가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용해보니 좋다고 추천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실을 약사회는 부인하다보니 서로 의견이 달라지는 거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보면 제휴기관이 3배 이상 늘었다. 단순히 돈만 벌려고 오는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의 직능을 더 많이 펼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처방전을 받고 매일 똑같은 약만 조제하다가 새로운 처방전을 받고 조제하다보니 약사로서의 역량을 더 펼칠 수 있어 보람된다는 거다. 약사회는 이에 대해 일선 약사들의 의견을 많이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대부분 동네 약국을 운영하거나 개국하려는 약사들이 저희한테 많이 온다. 그 과정에서 제휴 약사들이 약국 경영에 대한 부담과 고민을 우리에게 털어놓는 사실은 아쉬운 대목이다. 약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약사회가 제휴를 막는 것은 약국에 대한 자율권 박탈이다. 제휴약사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산업계도 여러가지 입장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복지부가 중심을 잡고 관련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수용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간 의견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어느 한 곳에 쏠리지 않고 무게 중심을 잡되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 산업계는 의료계, 약계와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을 그는 거듭 강조했다.
“복지부는 정책 수행에 치중한 나머지 지금까지도 관련 업계의 상충되는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 이 역할은 정부밖에 할 수가 없다. 다른 누구에게 넘길 수 없다. 이제는 정부의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고 싶다.”
이주영
20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