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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가격제,혁신형제약 육성 취지 어긋난다
보건복지부가 약제비 절감의 중장기 정책 중 하나로 참조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참조가격제는 그룹별(성분/계열/치료군)로 설정된 참조가격을 초과하는 비용은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제도로,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최근 '약가제도협의체 운영에 따른 약가제도 개선 방안'에 '참조가격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담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현재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 도입 후 캐나다(항궤양약물에 참조가격제 도입 – 위장관 출혈 발생 증가,Nitrate로 참조가격 설정 – 졸도 및 심근경색 입원 증가), 뉴질랜드(Fluvastatin으로 참조가격 설정 – 지질 수치 증가 확인, thrombotic vascular complication 증가,Statin에 참조가격제 도입 – 심근경색, 쇼크, 불안정한 협심증과 같은 혈관계 질병의 빈도 증가) 등에서 건강결과가 악화된 사례 등 문제점이 보고 됐다.
비용 절감만을 의식한 의약품 사용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의약품이 사용되지 못해 적절치 못한 건강 결과를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의약품 사용의 형태가 변화한 사례도 도출됐다. 비용 의식적인 의약품 사용에 따라, 의학적 필요 이외의 이유로 의약품 선택이 변화하고, 이는 개별 환자에게 적절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려는 '치료의 개인화'라는 발전적 패러다임과는 상반되는 결과라는 것.
잠재적으로 환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헝가리에서는 DDD당 가격 설정에 따라 고함량 약제가 저렴해져 사용이 증가했고,스페인은 항우울제에 참조가격제 도입 후, 참조가격제에 속하지 않은 SSRI 및 기타 항우울제의 사용량이 증가했으며,캐나다는 시메티딘에 참조가격제 설정 후 라니티딘 처방량이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특허만료시장에 참조가격제 도입 후 이에 속하지 않는 시장으로 처방이 이동한 예도 있었다(네덜란드=omeprazole -> pantoprazole, esomeprazole, 이탈리아=ranitidine -> omeprazole)
이와 함께 의약품 비용 지출도 단기적으로는 의약품 비용 지불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중장기적으로는 명확하지 않았으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단기적 감소의 효과도 참조가격제 보다는 다른 정책-약제비 총액 제한, 환자별 가격 상한 등-의 영향으로 간주됨)
조합은 우선 참조가격제 국내 도입시 환자의 건강 결과에 잠재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보건의료 관련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이 제도 도입으로 인해 환자 건강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 되어있는지가 우선 고려되야 하지만 참조가격제는 그 작동 원리 상 환자의 의학적 필요보다는 비용절감을 위해 약제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아 건강 결과에 잠재적인 악영향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
제도 도입 이전에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이 완성돼 있어야 하지만 국내의 보건의료 현실을 고려할 경우, 건강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다.(환자의 건강 중심이 아닌 비용 중심적 치료 야기)
조합은 특히, 이러한 건강 결과의 부정적인 영향은 비용 부담을 많이 느끼는 저소득층에서 더 많이 발생, 형평성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약제비 감소 효과도 불명확한 것으로 지적됐다.
참조가격제로 인한 약제비 감소는 환자의 비용의식으로 인한 저렴한 약제의 사용이 발생해야 하나, 국내 환경에서 보면 의사가 처방시 품목을 결정하므로 약제비 감소는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해외에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불명확하다고 평가되고 있고, 특히, 해외 사례에서 단기적으로 발생한 비용 감소는 다른 비용 억제 정책 때문이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비용 억제 정책이 적절히 작동되고 있지 않아 도입후 비용절감 효과는 의문이라는 진단이다.
환자에 비용 부담만 증가시킨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참조가격제는 환자의 비용 의식적인 의약품 선택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선택권이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환자에 비용 부담만 증가될 것이라는 것.
특히, 만성질환자와 같이 고가약을 많이 필요로 하는 특정 환자에게 비용 부담이 증대돼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지적됐다.
조합은 이와 함께 제약사의 신약 개발 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일 참조가격 그룹 내의 의약품들은 효과면에서 차이가 없음을 시사하는 제도로, 환자들의 혁신에 대한 접근을 저해하고 제약사는 신약 개발을 회피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또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의약품 선별등재제도 및 특허만료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동일가 정책을 고려하면, 신약 개발보다는 시장성 있는 제네릭 개발에 치중해 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이는 정부가 표방하는 혁신형 제약사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합은 결론적으로 참조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시행에 따른 현상 보고서를 참조할 때, 국내 도입시 환자의 건강결과에 잠재적인 악영향 및 환자의 비용 부담이 증가되는 문제점과 제약산업의 신약개발 의욕 상실로 환자 건강 증진 및 업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신약개발 제한 및 제약업계 위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그에 반해 약제비 감소효과는 불명확함이 우려되므로, 참조가격제 정책에 대한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환자 건강증진 뿐 아니라 보험재정절감에 효율적인 정책설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권구
201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