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태반주사, 운동선수ㆍ연예인 동원 무분별 남용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하균 의원(미래희망연대, 비례대표)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신중하게 시술돼야 할 전문의약품 인태반주사제가, 마치 몸에 좋은 영양제나 피로회복제처럼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 많은 국민들이 검증도 안 된 적응증에 맞고 있으며, 저가의 인태반주사제를 고가의 인태반주사제로 속여 팔고 있는 사례 등을 예를 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흔히 ‘태반주사’로 불리고 있는 ‘인태반 유래 의약품 주사제’에는, ‘자하거 추출물 주사제’와 ‘자하거 가수분해물 주사제’의 두 가지가 있는데, 현재 식약청에서는 ‘자하거 추출물 주사제’는 ‘갱년기 장애 증상의 개선’에, ‘자하거 가수분해물 주사제’는 ‘만성 간질환에 있어서의 간기능 개선’에 한해 효능을 허가하고 있다.
그런데 정 의원이 제시한 관련기사를 보면, ‘아이리스’ 출연 유명 영화배우가, 드라마 촬영 중 고강도 촬영일정에 의한 체력소모를 이유로, 한 제약회사에 영양제와 인태반주사제를 지원 요청했고, 제약회사가 제공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또 인태반주사제를, 특정 성형외과에서 ‘아이리스’ 촬영진들이 지속적으로 처방받도록 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기사의 그 인태반주사제는 ‘자하거 추출물 주사제’로, ‘갱년기 장애 증상의 개선’이란 한 가지 효능에 한해 허가된 전문의약품이다.
다른 기사에 보면,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선수나, 2010 남아공 월드컵 참가 한국선수들, 그리고 탤런트 이경진씨에게, 각각 인태반주사제를 놔주는 사진도 실려 있었다.
그 기사 내용들에는 이들뿐만 아니라, 유명 영화배우, MC, 가수, 만화가, 의사 등도 시술받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에 정 의원은, “그야말로 ‘펄펄 나는’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을 비롯해서, 이 유명인사들이 모두 다, 갱년기 장애 환자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간접광고 기사를 접하는 일반 국민들은, 이 갱년기 장애 치료 전문의약품을, 마치 영양제나 피로회복제처럼 오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정의원이 예로 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여성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9.5%, 즉 성인 여성 10명 중 1명이 인태반 주사를 맞은 경험이 있는 걸로 나타났다.
그런데 주사를 맞은 사람들의 대다수가, 식약청에 의해 허가된 효능 이외의 다른 적응증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우려가 더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태반주사를 맞은 사람의 44.2%로 최다 사례가, ‘피부미용’ 때문에 맞은 걸로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피로회복(37.9%)’, ‘갱년기 증상 완화(32.6%)’, ‘피부질환(14.7%)’, ‘간기능 개선(7.4%)’의 순이었다.
정 의원은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효과성과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은 적응증에, 인태반주사를 많이 맞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따라서 일반 국민들이, 검증되지 않은 적응증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만을 믿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거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인태반주사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식약청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가인 ‘자하거 가수분해물 주사제’를, 고가인 ‘자하거 추출물 주사제’로 둔갑시켜 속여 팔고 있다는 보도도 있으니, 이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도 필요하다”며 “이러한 사례들에 대해, 조사가 필요한 것은 조사하고 신중히 검토할 것은 검토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국민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세호
201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