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소화제 끼워넣기 처방…감기환자 10건 중 6건 달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병의원이 2배 이상 의약품을 많이 처방하고 있으며, 특히 동네의원이 종합병원보다 더 많은 약품을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다 처방 의약품 30위 중 8개 품목이 소화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희 의원(민주당, 복지위)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병의원의 처방의약품 품목 수가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많게는 2배 이상 더 많이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소화제, 정장제 등 ‘소화기관용약’ 처방율의 경우 동네의원이 대형병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이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평원이 전현희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자료인 ’05년도 주요국 처방건당 약품목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병의원들은 각종 질환에 대해 평균 4.16개의 약품을 처방하고 있으며, 감기 같은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해선 4.73개를 처방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전체평균 1.97개, 감기의 경우에는 1.61개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는 실정이다. 동네의원에서 소화제 등 소화기관용약의 처방이 종합병원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의원의 경우 작년 소화기관용약 처방률은 55.16%, 즉 작년 발급된 처방전 10건 중 5건 이상 꼴로 소화기관용약이 포함된 처방전이 발급된 것이다.
작년 총 3억 7,476만건의 처방건수 중 소화기관용약이 포함된 처방전은 2억 188만건(전체의 53%)에 달하며, 이 중 87%인 1억 7,675만 건이 동네의원에서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의원의 소화기관용약 처방이 전체의 47%에 이른다.
최근 3년간 병의원의 소화기관용약 처방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대형병원은 07년 59.6%, 08년 57%, 09년 53.8% 등 3년 평균 58.8%의 처방율을 보였지만, 의원급의 경우 07년 61.4%, 08년 58.6%, 09년 55.1%로 3년 평균 58.4%의 처방율을 나타냈다. 지난 3년 동안 소화기관용약 처방이 소폭 감소한 것이다.
특히 감기환자에 대한 소화제 처방률은 전체 질환에 대한 처방보다 높게 나타나, ’09년 의원급에서는 61.29%가 처방한 반면, 대형병원은 46.87%만 소화제를 처방했다. 동네의원의 감기환자 소화기관용약 처방률은 3년 평균 65%에 달한다.
작년 진료과목별 소화기관용약 처방현황을 보면, 이비인후과-내과-소아청년과 순으로 소화기관용약을 많이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비인후과는 62.9%의 처방율에 총 3,252만건의 소화기관용약을 처방했으며, 내과는 47% 처방율에 3억 58만건, 소아청소년과는 56% 처방율에 2억 9,146만건이 처방됐다.
처방건수로만 봤을 때에는 이비인후과, 내과, 소아청소년과가 많이 처방하고 있지만, 진료과목별 처방율을 보면 정형외과가 79%로 처방 10건 중 8건에 소화기관용약을 가장 많이 처방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재활의학과 74.5%, 산업의학과 73.7%로 소화기관용약을 처방하고 있다.
병의원에서의 소화제 처방이 크게 줄어들지 않다 보니, 소화제가 처방되는 의약품 중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매년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총 청구량 16%(19억 4천여개)에 불과한 소화기관용약이 청구금액 면에서는 47%(2,175억원)에 달해 소화기관용약의 처방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처방 의약품 상위 30위 현황을 보면, 최다 처방 30위 의약품 중 소화제의 비중이 '07년 6개에서 '08년 7개, '09년에는 8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A회사에서 만든 B 소화기관용약이 3년 동안 매년 4위의 처방실적을 기록하고 연평균 429백만개(연 72억원)가 청구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소화기관용약은 처방전 당 약 개수가 많아지면 처방률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외래에서 처방되는 비율이 60%를 넘어 과다 사용의 가능성이 높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처방당 약품목수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나면 소화기관용약 처방률이 18.4%에서 60.3%로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희 의원은 “처방되는 약 개수가 많아지면 약물 이상반응과 상호작용 등 약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심평원도 지적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소화제 처방으로 약품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성질환이나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다품목 처방이 원인인 선진국과는 달리, 국민들이 의료기관을 자주 이용하는 질병인 감기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나 소아ㆍ청소년 등에 많은 약이 처방되고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심평원이 소화기관용약 처방률을 평가해 관행적으로 불필요한 의약품 처방을 줄이기 위한 연구와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호
201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