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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유통일원화 유예가 필요한 5가지 이유
유통일원화를 둘러싸고 제약 도매 병원 등 각 단체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도매업계는 생존의 문제가 걸린 점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유예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제약계는 유예에 공감은 하지만 아직 특별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병원협회는 수년 전부터 폐지를 주장해 왔고, 아직 이 입장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3개 단체가 합의를 보면 유예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은 문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모습과 달리, 유통일원화는 제약 도매 병원 등이 이해관계에 얽혀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제약 유통산업 선진화, 투명화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최근 부쩍 는 것도 이 같은 시각에 기인한다.
병원협회는 폐지를 주장하지만, 이해관계를 떠나면 많은 병원 종사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폐지되고 직거래를 하면 어디가 유리하고, 유예가 되면 어디가 유리하고 문제가 아니라, 유통일원화는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제약이건 도매건 병원이건 유통일원화가 일정 부분 유예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제약 유통 병원 산업 선진화와 투명화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종합해 보면 5개 정도로 추려진다.
우선 선진화 시각이다. OECD에 소속된 한국은 선진국으로, 선진국은 전문약 경우 100% 가까이 의약품도매업소가 유통시킨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약 유통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시스템을 세계 기준에 맞는 쪽으로 맞춰야 한다는 진단이다.
제약은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에 전념하고, 도매는 유통에 전념하는 것이 선진국의 시스템이고, 이것이 정착될 때 비로서 제약산업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경쟁 대열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사가 직거래에 나서고 시장에서 가격경쟁에 치우치면 신약 연구개발을 근간으로 하는 선진화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제약계건 도매업계건 업계 내에서는 제약 선진국이 100% 가까이 도매를 통해 유통하는 것은 이유가 있고,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투명화도 같은 맥락. 같은 성분 동일 제품을 갖고 제약사와 도매업소가 시장에서 경쟁하는 선진국은 없다.
만일 직거래가 되고 제약사와 도매업소가 무차별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투명화는 요원해 진다는 진단이다. 유통일원화 유예 필요성이 대두되는 두 번째 이유다.
실제 업계에서는 쌍벌제가 도입된 상태에서 유통일원화가 폐지되면 상당수 병원들이 병원들이 적거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A병원 등을 포함해 일부 병원들은 큰 품목 위주로 200,300품목을 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거래를 통해 비정상적인 이익창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투명화에 정면 위배되는 상황이 시장에서 포괄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으로, 유통일원화가 일정 기간 유예돼야 하는 세번째 이유로 거론된다.
여기에 병원 쪽에서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병원들이야 유통일원화가 폐지될 경우 음성거래를 통한 경영난 해소를 바라고 있을지 모르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직거래시 병원이 관리할 부분이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준비가 아직 안 돼 있고, 단기간 내 이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경우, 오히려 환자를 직접 접촉하는 병원 내에서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도 이 부분을 상당히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문제는 도매와 제약 쪽에서 발생한다.
현재 에치칼 OTC 도매업소 경계가 무너지고, 대형도매업소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유통일원화가 폐지되면 중소 제약사들은 당장 생존에 영향을 받는다는 데서 출발한다. (일본은 도매상이 100여 개로 알려지지만 계열화를 통한 것으로 실제로는 한국보다 많고, 한국도 선진화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20,30곳의 도매상을 계열화할 수 있는 도매상은 극소수)
이 경우 시장에 큰 혼란이 오고, 제약사에도 필연적으로 부작용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도매업소 간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약국시장에 일거에 도매상들이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은 시장에서의 과당경쟁은 투명화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각 단체들의 이해관계보다는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고, 유통일원화는 이 같은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통일원화는 규제의 대상도 아니고 규제와 별개의 문제로, 규제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약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는데 육성의 근본은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유통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에 전념하고 정부가 지원할 때 비로소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대열에 낄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유통일원화를 규제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된다. 정부가 선을 그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권구
2010.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