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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릭방어 마지막 기회 '도매,10년 숙원 풀 수 있나'
의약품 시장에 대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외자 유통업체인 쥴릭파마코리아에 맞서 토종 의약품유통업계를 방어할 선두주자 중 하나로 거론된 동원약품그룹이 24일 쥴릭에서 탈퇴키로 최종 결정하며, 상당한 파장이 올 전망이다.
특히 올해 매출 5천억을 바라보는 동원약품 그룹의 쥴릭 이탈은 도매업계 뿐 아니라, 제약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마지막 기회’, ‘눌려 있던 용수철이 튀어나온 것’이라는 말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도매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전망이다.
지금까지 쥴릭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협력 도매업소들이 쥴릭에 대해 강한 비판과 불만을 떠뜨려 오면서도 내부에서만 맴돌고 끌려 온 면이 있었지만, 동원약품의 탈퇴를 계기로 ‘안티 쥴릭’ 움직임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 지역 일부 도매업소들은 담보, 마진 등에서의 한계를 거론하며, 쥴릭 제품을 서서히 줄여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동원약품 그룹의 과감한 이탈이 타 대형 도매상의 연쇄작용을 불러 올 가능성이 짙다는 점에 더 큰 의미로 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매업계 내에서 ‘쥴릭 방어’의 핵심은 대형 도매들이 쥴릭으로부터 빠져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해 왔기 때문이다.
중소형 도매업소들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대형 도매업소들이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면, 쥴릭은 무너질 것이라는 것.
이 같은 분위기에서 동원약품 이탈을 계기로 대형 도매업소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일부 도매업소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가 한 인사는 “지오영 동원 복산 태전 등 대형도매업소들의 쥴릭 매출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들 도매업소들이 쥴릭에서 빠져 나오면 쥴릭을 이길 수 있다는 얘기들이 이어져 왔음에도 진행이 안됐는데, 달라지고 있다”며 “지오영은 내년 쯤이면 정리작업이 완료되고, 복산약품도 계약만료 시점에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안다. 태전약품은 아직 모르겠다”고 전했다.
대형 도매업소들이 일시에 또는 시간을 두고 빠져 나오면 쥴릭은 감당할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른 인사는 “회사 내에서 경영진들이 회의를 했는데,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도매업소가 4-5개는 있어야 서로 경쟁도 하며 국내 도매업계가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 고무적인 일로 지오영 복산 태전이 움직이면 토종 도매업계 발전과 업권지키기에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는 대형 도매업소들 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중소 도매업소들도 고무된 분위기다.
쥴릭 매출의 15-20% 정도를 차지하는 중소도매업소들은 그간 '1%도 인정하지 않는 담보, 지속된 담보 요구, 남지 않는 마진, 팔수록 손해 보는 마진 등으로 쥴릭 제품을 팔지 않는 것이 회사 경영에 오히려 낮다'며 대형 도매상들에게 과감한 결단을 촉구해 왔다.
현재 동원약품 그룹의 결정에 동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대형 도매상들의 이탈 움직임은 제약업계, 특히 외자제약사들에게도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쥴릭 참여 이전에 도매업계에 괜찮은 마진을 제공해 왔던 아웃소싱제약사들이 쥴릭에 참여하며 도매업소에 대한 마진이 크게 줄었고, 이들 제약사들은 도매업계로부터 ‘쥴릭에 물류만 맡겨 놓고 관리를 하지 않으며 이익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기 때문이다.
대형 도매업소를 비롯한 중소형 도매업소들의 이탈이 이어지면, 이들 제약사들의 쥴릭을 통한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도매업계에서는 이들 제약사들이 계속 쥴릭에만 의존하면 도매업계와 상관없이 큰 부담을 안을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최근 부도난 도매상에 대해 쥴릭이 아웃소싱제약사들에게 '리스크 쉐어'를 요구를 한 것도 이 같은 맥락.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까지는 우월적 지위로 보였던, 아웃소싱제약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쥴릭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갑’ ‘을’ 관계가 희석돼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웃소싱제약사들의 물류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쥴릭이 요구할 시점이 됐고, 쥴릭이 마진인상 등을 요구하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아웃소싱제약사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도매업계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오영은 이미 아웃소싱제약사들과 직거래를 열었고, 아직 직거래를 전면적으로 열지 못한 동원약품도 아웃소싱제약사들의 분위기,회사가 갖고 있는 판매망과 매출을 감안할 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동원약품 그룹이 직거래를 전부 열지 않았으면서도 탈퇴를 경정한 것은 ‘쥴릭의 성장과 도매업계의 종속 관계’가 지속되면 성장과 경영이 어려워지고, 도매업계 발전에도 좋지 않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의지가 강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에게도 영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비협조적인 외자제약사에 대해서는 그만큼 거리를 두며, 국내 제약사들과의 협력 관계가 더욱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인사는 “지금 국내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데 그나마 마진을 보전해 주는 국내 제약사들이 외자제약사와 경쟁에서 무너지면 도매업계도 같이 무너진다.”며 “어차피 도매도 기업인만큼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쪽에 마음이 가겠지만, 국내 제약사와 함께 한다는 마음이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외자제약사들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권구
200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