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약대 "정원 확대·기반 확립" 우선 돼야
각 대학교에서 약학대학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존 약학대학과 약사회, 약국의 반응이 교차되고 있다.
지난 6일 고려대가 공개적으로 약학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연세대와 단국대, 을지대 등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각 약학대학과 약사회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의과대학을 두고 있는 이들 대학들의 약학대학 설립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당장 기존 약대의 정원이 부족하고, 6년제 시행으로 기반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약대가 추진된다는 사실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일선 개국가에서는 약국끼리 과도한 경쟁체제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
◇ 지금도 정원 부족한데…
"연세대와 고려대 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교에서 약대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약학대학 교수는 복지부 등의 공식 절차를 거친 상황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나 약대·의대 관계자를 통해 들리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상당수의 대학교에서 약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교에서 약학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냐"면서도 "기존 20개 약학대학의 정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기존 약대의 정원부터 확대하고,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우선돼야 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지금도 병원이나 지방에서는 약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만큼 약대를 통한 인력 수급 방안을 제대로 마련해 기반을 잡은 다음 새로운 약학대학의 설립이 논의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
이에 대해 약학회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면서 "약대가 늘어나면 약대간 경쟁체제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현재 정원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약학대학의 경우 우수한 인재들이 특정 약대에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라고 덧붙였다.
◇ 통일된 의견 필요하다
또다른 약대 교수는 "일단 1,200명 수준의 기존 약대 정원을 확대한 다음 저변을 확고하게 하자는 통일된 의견 전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약학대학의 이해관계가 다른 탓에 정원 확대를 바라보는 입장이 다른 상황이라 의견을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고, 정확한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물리적으로 새로운 약학대학의 설립을 막는 것은 신중해야 하고, 우선 정원 확대를 위한 근거를 찾는 일에 몰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약사 인력 수급이 곤란하다는 부분과 올해부터 시작된 약대 6년제 등을 근거로 정원을 늘리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약학대학 신규 설립을 두고 대한약사회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를 중심으로 10여개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인력수급과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 봐야 명확하게 입장 정리가 가능다는 것이 약사회 주변 관계자의 얘기다. 일정대로라면 인력수급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올 시기지만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임채규
200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