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석면 탈크 대형병원, 한의원, 약국에도 공급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13일 덕산약품의 석면 탈크가 공급된 344개 국내 판매업소 명단을 식약청으로부터 제출 받아, 명단을 공개하고 식약청의 조속한 실태 파악 및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명단에는 베이비파우더 제조업체, 화장품업체, 제약업체 등은 제외됐다.
식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면이 포함된 덕산약품 탈크 제품이 병의원, 한의원, 약국, 한약방, 의료기기판매업체 등에 공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청이 제출한 총 344개 판매업소 명단에는 강남성모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강남세브란스병원, 중앙대용산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포함돼 있으며 국립의료원,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등 국공립 병원에도 공급됐다.
명단에 포함된 중소병원은 주로 산부인과, 피부과, 정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이었으며, 일부 치과와 여성전문병원, 노인전문병원도 포함됐다.
또한 한의원과 한약방, 약국도 덕산약품 석면 탈크 공급 명단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언론 보도를 통해 수술용 장갑 재활용을 위하여 탈크가 병의원에서 사용되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한의원과 한약방, 약국 등에도 덕산약품 석면 탈크가 공급됐던 것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탈크는 의약품 제조에 있어서 '부형제' 등으로만 사용되고 의약품 원료로 직접 사용되지 않지만, '방풍통성산' 등 한약에 있어서는 탈크(활석)가 직접 한약재로 첨가된다.
아울러 식약청이 제출한 명단에 따르면 덕산약품 석면 탈크가 '대륙제관' 등 공업사로도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동원고무' 등 고무 제조회사로도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식약청은 이미 4월 7일에 덕산약품의 석면 탈크가 공급된 344개 병의원 명단을 확보했음에도, 13일 현재까지 344개 병의원 등이 실제 석면 탈크를 사용했는지 여부 등 기초적인 현황 파악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여표 식약청장은 13일 열린 석면 탈크 관련 보건복지가족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덕산약품 탈크가 공급된 344개 병의원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느냐”는 곽정숙 의원의 질문에, 실태조사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한 식약청은 344개 병의원 명단 자료 제출 과정에서도 “덕산약품 및 도매업소 등을 통해 파악된 자료이며, 실제 사용여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첨부하는 등 344개 병의원, 약국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시인했다.
아울러 덕산약품 석면 탈크를 사용한 베이비파우더(8개 업체), 화장품(1개 업체), 의약품(120개 업체) 제조업체에는 유통ㆍ판매금지 및 회수 조치를 취했지만, 병의원에 대해서는 협조 공문 정도만 보내는 등 아직까지 특별한 조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곽정숙 의원은 “이미 식약청은 석면 탈크를 공급 받은 제약회사 명단 확보와 동시에 병의원, 약국 등의 명단도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식약청이 제약회사 의약품 회수에만 매달려 병의원 등에 대한 조치는 뒷전으로 밀렸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식약청은 이미 명단을 확보했음에도 관련 사실을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병의원에 석면 탈크가 공급된 사실을 숨기려 했던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곽 의원은 “식약청은 아직까지도 병의원, 약국 등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식약청은 지금 향후 대책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병의원, 한의원, 약국, 의료기기업체 등에 석면 탈크가 어떻게 공급됐고, 실제 사용됐는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세호
2009.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