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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탈크,더 이상 혼란과 희생양 찾기는 안 돼'
석면 탈크 함유 의약품에 대한 정부의 후속조치가 속속 나오며 석면 탈크 파동이 서서히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시점을 전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제약계 내외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다시는 무책임한 발표와 이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제약계 내외에서는 이번 석면 탈크 파동으로 제약사들이 희생양이 됐다고 보고 있다. 애초 기준이 없었던 상황에서 정부의 기준에 전적으로 기댈 수 밖에 없는 제약사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는 것.
실제 식약청이 발표를 전후해 큰 모순을 보였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제약업계에서는 인체에 해가 없다고 말하면서 국민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발표했다고 한 점(발표와 후속조치 과정에서 국민들이 더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 함), 회수 폐기 명령을 내려놓고 일부 품목은 대체품목이 없다는 점에서 유예기간을 뒀다는 점을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또 자사 제품은 석면 탈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회사들의 주장에 진실 여부에 대한 즉각적인 행동이 이뤄지지 않고 시간을 끌며 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 석면 탈크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해 생산 공급된 제품도 보험급여 중지를 한 참 후에 풀었다는 점 등 이번 탈크 파동에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상당 부분 노출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회수 폐기 명령에 이의를 제기한 제약사들 중 상당수가 구제받았다는 점도 식약청 발표가 무책임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마디로 제약사들이 희생양이 됐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석면 탈크가 문제가 돼 3년 전에 규정을 바꾸어 시행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1년 전 조사 연구용역까지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때 규정에 넣으며 순리적으로 처리했으면 이렇게까지 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악법도 법이라고 지켰는데 궁지로 몰아넣고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식약청의 발표와 말 한마디에 사운이 걸려 있다”며 “발표에만 급급했지 이 발표로 인해 어떤 혼란이 오고, 제약산업이 얼마나 많은 타격을 받을지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탈크 파동에 연루됐든 빠졌든 제약사들은 금전적인 손해는 차치하고라도, 대국민 이미지 손상을 감안할 경우 치명타를 맞았다. 책임있는 행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애초에 기준이 없었을 뿐 아니라,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 제약산업을 위해서가 아닌, 정부가 그토록 앞세우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유예기간 등을 통해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석면 탈크 파동으로 제약사들 뿐 만 아니라, 도매상 약국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탈크 파동으로 인한 약업계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제약사들도 앞으로는 제조 생산 관리 유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석면 함유 탈크를 사용했다는 점이 이번 탈크 파동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고,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석면 탈크가 함유됐는지 알고 사용했는지, 식약청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용했는지, 가격이 저렴해서 사용했는지는 각 회사만이 안다.”며 “하지만 석면이라는 점에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탈크 파동은 그만큼 중소제약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석면이 함유된 중국산 탈크와 함유되지 않은 일본산 탈크의 가격 차가 3배 정도로, 가격차는 나지만 모두 가격이 싸 1년 사용해봤자 큰 비용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개별 제약사라도 어떤 제품은 석면이 함유되지 않은 탈크를 사용하고 어떤 제품은 석면이 있는 탈크를 사용했는데 비용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였다면 씁씁한 일”이라며 “중소제약사 제품이 대부분이었는데 기준이 없었기도 하지만 중소제약산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구
2009.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