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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문재빈·박한일... 팽팽한 3자 구도 형성
지난달 29일 전영구 씨와 권태정 씨가 각각 박한일 씨와 문재빈 씨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힘으로써 대한약사회장 보궐선거의 판세가 김구·문재빈·박한일 3인의 대결구도로 그 윤곽이 굳어져 가고 있다. 현직 회장의 국회 진출에 따른 갑작스런 보궐선거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현 집행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재신임 여부와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 확대라는 빅 이슈에 대한 해결 능력이 후보자 선택의 관건이 되고 있는 가운데 각 후보자들도 자신만의 차별화된 색깔을 어필하는데 분주하다. 여기에 권태정, 전영구라는 유력 후보자들이 출마 의사를 접고 각각 문재빈, 박한일 후보를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동문과 야권·강경 노선의 결집이라는 미묘한 요소들이 표심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 후보들은 출마 선언을 통해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일반약 의약외품 전환 확대 문제 해결에 자신이 가장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음을 어필하는데 주력하는 가운데 각각 현 집행부 계승, 혁신, 유지·보완으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김구, 현 약사회 정책 승계
김 구 예비후보(대약 부회장)는 출마 선언을 통해 “그 동안 약사회무를 같이 책임졌던 집행부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진행 중인 약사회 정책을 승계함과 동시에 한 단계 더 질 높은 회무운영으로 약사직능 수호와 약사의 미래가 보장되는 약사회를 만들고자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가장 혼란 없이 회무를 집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갑작스런 변화를 통한 혼돈을 방지하고 빠른 시간 안에 대약을 안정시켜 회원들의 권익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현 집행부의 회무 연속성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후보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경쟁자들에 대해서도 "박한일 약사공론 주간은 훌륭한 분이지만 회무 공백이 커 바로 회무를 맡아야 하는 이번 보선에는 적절치 못한 부분이 있으며, 문재빈 전 서울시약 회장도 분업 도입시 약사회를 위해 많은 기여를 했지만 현 집행부와 회무 성향이 다르고 역시나 회무 공백이 크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평했다.
문재빈, 새롭고 강한 팀 필요
이에 반해 문재빈 예비후보(전 서울시약회장)는 출마 전부터 직선제 수호 모임과 약권수호 운동본부 참여 등을 통해 현 대약 집행부에 대한 대립각을 세워 왔다.
출마 선언에서도 현재의 약권 위기상황은 협상만능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현 집행부의 미온적 늑장대처가 부른 결과물인데도 자중하지 않고 현직을 유지한 채 또 다시 표를 달라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이미 출마를 선언한 두 후보 진영을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 현 집행부는 이번 일반약 의약외품 전환 문제에 있어서는 이미 기 싸움에서 복지부에 지고 들어갔다고 평가하고 회원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된 새롭고 강력한 멤버를 구성해 6만약사의 생존권과 약사직능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선언했다.
박한일, 현 집행부 유지·보완
한편 또 다른 현 집행부 출신 예비후보인 박한일 씨(약사공론 주간)는 약사사회가 주위의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이번 보선에서 추진력과 판단력, 화합력을 갖고 전임 회장이 추진한 사업과 정책을 잘 계승해 마무리 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자신이 최적의 승계자임을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현 집행부를 이어가면서 기존 사업의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고 집행부가 추진하던 일을 최대한 지원하되 상명하달식의 현 집행부와 달리 아래서부터 의견이 모아져서 결정되면 이를 강하게 추진하는 회무를 펼 것이라며 승계․혁신 세력 모두를 끌어안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40여년의 오랜 회무 경험과 1년 반 동안의 약사공론 주간 활동을 통해 흑자경영의 기틀과 능동적인 기관지의 모습을 만들어 왔을 뿐 아니라 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약사회의 현 주소와 과제들을 소상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강조 했다.
일반약․약권 수호는 내가!
이처럼 각 예비후보자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나름대로 차별화된 현 집행부와의 관계 설정에 주력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최대 현안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확대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장 강한 추진력과 의지를 갖고 있음을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김구 예비후보는 출마 선언과 함께 삭발 투혼을 발휘했고, 박한일 예비후보도 대약 집행부의 단식에 동참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문재빈 후보는 권태정 씨 등과 함께 일찌감치 현 집행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며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한편, 약권수호 운동본부에도 동참하고 나섰다.
또한 가급 약사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결의대회에 적극 참석하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회원들의 표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본구성·지지세력 색깔 명확
아직 후보 등록 이전인 만큼 각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의 선본 구성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이들의 면면이나 그동안의 연대 양상, 몇몇 지지 선언자들을 살펴봐도 각 선본은 각각의 색깔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김 예비후보의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에는 정명진 대약 총무이사, 유대식 서울시약 정책기획단장, 김정수 서초구약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고, 부산의 박진엽 자문위원(대약 부회장)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중대와 친 원희목 계열의 인사들이 지지 세력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예비후보의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에는 신상직 대약 약국이사, 이호선 전 금천구약회장, 박계환 전 구로구약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고, 권태정 서울시약 의장이 이병준 중랑구약 회장, 이경옥 서울시 약경추 부본부장과 함께, 부산의 이철희 자문위원이 11개 분회장과 함께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는 등 중대와 야권 인사들이 지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 예비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에는 김사연 인천시약회장, 박찬두 서울시약 부회장, 윤여국 성대약대 동문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고, 전영구 전 서울시약회장의 지지 선언과 부산 주상재 자문위원이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주로 성균관대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지 세력이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2기 선거 때 원희목 회장을 지지했던 주요 여대를 비롯한 중도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이탈 정도와 권태정 의장 지지자를 비롯한 강성 유권자들의 결집력 발휘 정도가 이번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호
2008.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