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병원약사, 공식지지 불구 ‘소신껏’ 투표하겠다
병원약사들의 표가 흩어지고 있다.
대한약사회 보궐선거가 박빙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당선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됐던 병원약사들의 표가 ‘소신껏’ 움직이고 있는 것.
최근 한국병원약사회(회장 손인자)가 김 구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2천여 병원약사들이 뜻을 함께하기를 독려하고 나섰지만, 일선 약사들은 “병원약과 자신의 입장은 다르다”며 소신껏 투표하겠다는 분위기다.
일선 약사들에 따르면, 각 병원별로 약국장이 특정 후보 지지에 관한 공지를 하고는 있지만 병원약사회의 결정은 참고만 할뿐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부산 D병원 약사는 “병원약 차원에서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그다지 관심 없다”며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약보다는 오히려 선후배로부터 특정 후보를 뽑으라는 영향을 받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당초 병원약사회의 기대와 달리 투표자의 50% 정도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일선 약사들의 관심부족으로 전체 병원약사의 투표율도 예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K병원 약사는 “약사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어서 내용을 잘 모른다”며 “공문이 왔다는 건 알지만 보지도 못했고, 바빠서 투표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병원약사회 관계자도 “집행부에서 판단한 대로 따르겠지만, 일선 약사들이 관심이 없어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중”이라며 “문제는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회세를 몰기 위한 강제적인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서울 A병원 약사는 “전체 회의 때 단체적으로 김구 후보를 찍으라고 말했다”며 “부서 팀장도 '투표를 참여해 회세를 몰아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는 등 강제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개인 투표용지를 병원에서 한꺼번에 취합해 발송하는 병원도 적지 않아, 투표 여부는 물론 후보 선택에도 강제성을 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라도 K병원 약사는 “약국장이 본인 출신대학의 후보를 뽑을 것을 유도하고 있어 눈치가 보인다”며 “근무 중에 우체국에 갈 상황이 아니라 일괄 수거한다고 하지만 익명이 보장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3일 오후 현재까지는 병원약사들의 투표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권자들 투표용지는 업무특성상 선거 마감에 임박한 오는 8일 전후로 병원별로 일괄적으로 수거돼 발송될 것으로 보인다.
양금덕
2008.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