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약-도매 대립 끝내야 함께 산다
마진 결제 입찰 등 갈등 소지 많아, 공존공생 모색 지혜 절실
제약사와 도매업계 간 마찰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양 측의 마찰과 갈등이 마진에만 국한한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마진에 결제 입찰 등 여러 분야에서 대립 각이 세워지고 있다. 약가인하 등을 포함해 상당한 타격을 입은 제약사들이 이를 보전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새 정책을 속속 내세우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제약사들의 정책 변경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 충분한 검토 끝에 나왔지만, 이들 정책 대부분은 도매업소에게는 안 좋은 정책이기 때문에 양측 간 갈등과 마찰의 골도 더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약사와 도매업계 간 대립도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마진과 관련, 이전에는 제약사들이 마진인하를 들고 나오면 도매업계가 반발하며 조율을 통해 ‘없던 일’이 되거나,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양상은 변하고 있다.
도매업계가 밀리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약사들의 움직임도 바뀌고 있다는 것.
지난해 경동제약 건도,무난히 해결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결과적으로 도매가 진 꼴이 됐다.
당시 지방에서는 제품 판매 거부 등의 움직임이 확산되며 경동제약이 후퇴일보 직전이었으나, 일부 도매상들이 계약하며 경동제약의 마진인하 정책이 성공을 거둔 셈이 됐다.
GSK도 마찬가지. ‘마진인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쥴릭으로 갈 것’이라는 통보로 시작된 이 게임도 최종적으로는 GSK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황(마진인하)으로 결말이 났다. 지난 12일 열린 도협 회장단회의 및 전국지부장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으나, 논의 자체로만 끝났다.(GSK는 다른 마진 문제와 다른 상황으로, 쥴릭으로 갈 경우 쥴릭 매출이 1조 4천억이 되면 더 이상 쥴릭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마진을 손해 보더라도 쥴릭 행을 제어했다는 데 더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임)
문제는 GSK 건이 제약사들의 마진인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날 선 대립 각이 세워지던 당시에도, 마진인하 반대 이유에는 타 제약사들의 연 이은 후속 타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다.
실제 유통가가 파앇한 바에 따르면 와이어스 엠에스디 등은 백신 경우 도매마진이 없는 상황(병원 납품가와 동일)이고, 일성신약 유나이티드 엘지생명과학 등도 마진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인사는 "이익이 많이 났음에도 인하 설을 흘리고 다니는데 수용할 수 없다. 접촉해 대화로 풀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도협이 거래질서위원회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지만, 상황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원만한 해결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어려운 게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자 생존 쪽으로 가는 경향이 보이기 때문. 이전에는 하나의 사안이 나왔을 때 결집을 통해 해결해 왔지만, 도매상이 난립해 있는데다 경영이 어려워지며 각자의 이익 추구가 최우선시되는 경향으로 나가며 힘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인사는 “제약사들도 약가가 인하되고 어렵다는 것을 안다. 이들은 마진인하를 계속 타진할 것으로 본다”며 “문제는 도매업소들이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제약사들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쥴릭의 각개격파 성공 례를 터득한 제약사들이 각개격파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하며, 도매업소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마진인하를 계속 들고 나오는 제약사도 이전과 같이 양보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도매업계도 이를 제어하려고 필사적으로 나설 것이기 때문에 양측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결제 부분에 있어서도 제약사와 도매업소 간 마찰 움직임이 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당장 바이엘이 기존 결제시스템을 ‘담보 100%에 3개월 자동결제’ 시스템으로 변경하며 한 바탕 난리를 치렀다. 이 건도 아직 완전한 해결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
일단 도매업계는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방침지만, 최근 들어 제약사들이 투명성 확보 등을 포함한 여러 이유로 자사에 더 유리한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 경우 도매업계와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매업계에서는 결제시스템 변경 시 기존 방식보다 더 좋은 조건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마찰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
제약계 한 인사는 “마진인하도 제약사들을 커버해줄 수 있지만 제약사들은 좋은 결제 시스템이 있으면 도입할 것으로 본다”며 “도매업소들과의 관계가 문제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입찰문제도 제약사와 도매업계 간 갈등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전까지 입찰문제는 도매업소들 간의 갈등으로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매-도매 간 갈등과 마찰에 더해 제약사와 도매업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공립병원 입찰에서 벌어지고 있는 덤핑 수준의 심한 저가낙찰에는 제약사들의 의도가 있다는 것.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공급량 이상이 공급되며, 약가인하(수요량 이외 저가로 공급된 부분이 문전약국으로 흘러 나옴)를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공립병원 입찰과 관련해 약가인하가 거론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도매업계는 이 같은 모습을 보인 제약사들을 일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제약사와 ‘제약사가 조정하고 있다’는 도매업계의 갈등이 심각한 양상이다. 하지만 ‘국공립병원 입찰도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입찰결과를 공개토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약가인하를 시켜야 한다‘는 도매업계 주장대로 필요량 이상 저가 공급돼 정상가격으로 청구된 부분에 대한 조사가 들어갈 경우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제약사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제약사들이 거래질서회의를 열고 저가낙찰 도매업소에 약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본 것도 이 때문. 하지만 바로 치러진 일산병원과 서울대병원 입찰에서 난맥상을 보였다.
실제 서울대병원 입찰 후 다음 날인 3월 12일 자사 제품이 낙찰된 제약사들은 특정 도매상을 대거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입찰 특성상 도-도 갈등 외 낙찰을 둘러싸고 ‘달라’ ‘못 준다’식 제약-도매 간 갈등 및 대립 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 계속될 경우, 오는 10월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가 실시되면, 큰 회오리가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양측이 양보하며 공존 공생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형성되고 있다.
업계 한 인사는 “이전에는 공생했지만 약업계 전체에 변화가 휘몰아치며 관계도 많이 바뀌고 있다”며 “잘못된 부분은 반드시 고쳐야 하지만 제약사와 도매업계가 모두 양측의 현실을 알고 있느니만큼 서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다시 공존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권구
2008.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