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국, 이젠 웬만하면 병원보다 약국!
최근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컴퍼니社가 중국의 대도시 거주자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0%의 응답자들이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 절반 이상의 응답자들은 "의사들이 과잉처방하고, 과잉진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체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은 "병원에 가서 처방약을 받아오기 보다 웬만한 증상이라면 동네약국을 찾아 OTC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최근 중국의 약국街가 전례없는 호황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덕분에 중국시장에 진출한 다국적제약기업들도 덩달아 호기를 맞고 있다.
약국들도 이 같은 최근의 추세에 부응해 처방약과 약초, 생약, 고약 등 전통적으로 비중을 두어 왔던 품목들보다 OTC 제품들의 취급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제약업체들이 약국에 공급하는 제품수를 확대하고, 공급망을 확충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다국적제약기업들의 경우 기존의 처방약들을 OTC 제품으로 스위치하기 위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까지 마다치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국 정부도 이에 화답해 최근 다수의 처방약 지위를 OTC로 전환하는 등 기민하게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치게 병원에 편중되어 왔던 의료이용·의약품 구입 행태에 메스를 대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지금까지 중국의 환자들은 코막힘이나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 등 경질환에도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 진료받고, 처방약을 건네받는데 익숙해 있었다. 환자부담을 최소화하거나, 거의 거저나 다름없도록 한 공산국가 특유의 시스템도 그 같은 '의료 과소비'를 부추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경제발전으로 소득이 향상되고, 교육수준도 사뭇 높아진 지금 오히려 많은 이들은 알러지 증상이나 손·발을 가볍게 접찔린 정도의 경질환에는 병원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약국에서 OTC 제품을 구입해 자가치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맥킨지社의 T.C. 추 컨설턴트는 "최근 중국에서 눈에 띄고 있는 의료 이용행태의 변화는 대도시 지역의 경우 괄목할만한 수준,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획기적인 수준의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맥킨지社에 따르면 중국에는 지난 2003년 현재 총 15만곳에 달하는 약국이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2001년의 12만곳에 비해 부쩍 늘어난 수치. 이 수치는 올해 안에 18만곳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게 맥킨지측의 전망이다.
이 때문일까? 의약품 유통업 한 우물만 파 왔던 베이징약품유한공사는 어느덧 베이징 시내와 인근지역에 270곳, 기타 다른 지역에 총 600곳에 달하는 약국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회사는 약국경영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아스트라제네카社의 앤드류 하우든 아시아시장 담당부회장은 "중국의 의약품 유통에 격변(swing)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국시장에서 지난 10년 가까이 처방약으로 발매되어 왔던 속쓰림 치료제 '로섹'(오메프라졸)의 OTC 전환을 최근 허가받았다.
한편 영국 런던에 소재한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社(Euromonitor)는 "중국의 OTC 시장이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전체 의약품시장의 30~40%를 점유하고 있는 서구국가들과 달리 10% 정도를 점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고 보면 중국의 의약품시장은 전체 규모 자체가 100억 달러 남짓한 정도여서 북미시장의 2,500억 달러 볼륨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 유로모니터측은 "중국의 의약품시장 규모가 장기적으로는 서구국가들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가령 OTC 감기약과 알러지 치료제 부문의 시장볼륨만도 2003년 3억1,100만 달러대로 확대되어 지난 1998년에 비하면 2배 이상 급팽창했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이덕규
200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