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약제비 절감 의지 없는 공단…'얀센' 봐주기 급급
복지부는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해 2007년부터 건보공단에 약가협상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2008년 5월 공단은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얀센과 약가협상을 실시했다.
공단과 얀센은 항암제 ‘다코젠’의 가격을 77만원, 에이즈치료제 ‘프레지스타’을 3,480원으로 결정하고 부속합의서를 작성, 안정적 공급에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대로 의약품이 공급되지 않았다.
얀센은 프레지스타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위반하며 사실상 공급을 거부했다.
제약사가 마음에 드는 약가협상은 인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협상결과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얀센은 약가협상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의사 표시인 ‘비급여 전환 신청’까지 했다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신청을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가격으로는 의약품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가진 다국적 제약사에 맞서, 공단은 협상 전략의 무능만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문제는 부속합의서이다.
공단이 부속합의서를 통해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제약사의 서명을 받았으나, 실제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공단도 부속합의서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부의 지적이 이어지자 올해 3월 공단은 대책을 마련해 제약사에 대한 불이익을 주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공단은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어 업무태만과 함께 제약사를 규제할 의지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단은 한술 더 떠서 올해 9월, ‘프레지스타’에 대한 약가를 41%나 인상시켰다.(3,480원→4,890원) 얀센 측에서 나중에 새로운 약을 시판할 때, 싸게 해도 좋다고 약속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욱이 공단은 오히려 이번 약가 인상이 약제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미 지난 2년간 약속을 위반해온 얀센을 신뢰하는 것도 모자라, 약값을 41%나 올려주고도 반성이 없는 태도를 보면, 공단이 보험 가입자가 아닌 다국적 제약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 공단은 이번에도 종이와 글자에 불과한 부속합의서를 다시 작성했다.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안정적 공급’에 대한 내용이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아무 효력이 없음에도 부속합의서를 계속 작성하는 것은 제약사의 공급거부 발생 시, 합의 위반에 대한 책임을 모두 제약사에 떠넘기고, 공단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단이 약가협상에 총체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공단은 약가협상을 맡을 능력 부족과, 보험자로서 가입자를 대리한다는 책임감도 부족하고, 아직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업무상 태만과 함께 개선할 의지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식으로 하려면 건보공단이 약가협상권을 복지부에 반납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임세호
201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