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처방권 쥔 의사와 제약사 만나면 좋은 친구?
제약기업이 판촉활동을 적극 전개한 의약품일수록 의사들의 처방전 발급빈도가 증가하면서 환자들의 약제비 부담도 늘어났지만, 이것이 반드시 최적의 치료효과로 귀결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즉, 총 58건의 연구사례들을 심층분석한 결과 제약기업측이 제공한 정보가 의사들의 처방 결정내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것.
호주 퀸스랜드대학 의대의 제프리 K. 스펄링 박사 연구팀이 ‘미국 국립과학도서관 의학’誌(PLoS Medicine) 19일자 최신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의 제목은 ‘제약기업이 제공한 정보와 의사 처방의 질, 양 및 비용: 계통분석’.
이 보고서는 미국에서만 제약기업들이 지난 2004년 한해 동안 총 575억 달러를 판촉활동에 지출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는 가운데 제약기업측이 제공하는 정보에 “노출된” 의사들에게서 나타난 처방의 질과 양, 비용 등의 상관관계를 조명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연구 결과를 수록해 작성된 것이었다.
여기서 언급된 “노출”이란 제약기업 영업담당자들의 방문활동, 의학저널 광고 게재, 제약기업이 후원한 미팅 참석, 정보 발송, 처방 소프트웨어, 제약기업이 연구비를 지원한 임상시험 참여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다.
스펄링 박사는 “대다수의 의사들이 처방전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제약기업측으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번에 조사작업을 진행한 결과 최소한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심증에 무게를 싣게 했다”고 언급했다.
그의 연구팀은 지난 1966년부터 2008년까지 수행되었던 연구사례들이 망라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자료(총 7,323건 포함)로부터 우선 255건의 보고서를 선정한 데 이어 재차 별도의 기준에 따라 선별과정을 거쳐 58건으로 압축한 뒤 면밀한 분석작업을 진행했었다.
58건의 연구사례들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에스토니아, 터키 및 호주 등에서 진행된 케이스들이었다.
분석 결과 5건에서 제약기업측의 정보 제공과 처방내용의 질 저하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며, 4건은 그 같은 상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처방내용의 질 개선이 눈에 띈 경우도 1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처방건수의 증감과 관련해서는 38건에서 제약기업측이 제공한 정보를 접했던 의사들의 경우 해당제품의 처방빈도가 증가했음이 눈에 띄었던 반면 13건에서는 그 같은 상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또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문제 측면에서 보면 5건은 제약기업측의 정보 제공과 환자가 부담한 약제비 증가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며, 4건은 그 같은 상관성이 포착되지 않았다. 다른 1건은 오히려 제약기업측의 정보 제공과 환자가 부담한 약제비 감소의 상관관계가 눈길을 끌었다.
제약기업 영업담당자들의 방문을 자주 받거나, 정보를 빈번히 접했던 의사들의 경우 좀 더 고가의 제품을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상관성을 시사하는 대목인 셈.
특히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제약기업측이 제공한 판촉물이나 정보를 접한 의사들로부터 해당제품의 처방빈도가 감소했다는 결론을 도출한 연구사례는 전무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이 같은 상관성이 항상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효과라는 결실로 돌아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석되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스펄링 박사는 “개원의들은 제약기업측이 제공하는 정보를 접하기에 앞서 사전주의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이덕규
2010.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