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제약·바이오
“마이크로니들, 주사기 대체 넘어 플랫폼으로…글로벌 상용화 ‘분기점’”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주사 대체를 넘어, 백신, 유전자 치료, 진단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FDA 승인 사례까지 등장하며 기술 검증을 넘어 실질적 상용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화학생명공학과 마크 프라우스니츠(Mark C. Prausnitz) 교수는 1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KDRA 마이크로니들융합연구회 2026년도 제1회 세미나’ 키노트 발표에서 “마이크로니들은 생체 장벽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최소 침습 플랫폼으로, 적용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의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프라우스니츠 교수는 마이크로니들 기반 약물 전달 기술 분야 세계적 권위자다. 360편 이상의 논문과 7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국립의학한림원, 국립공학한림원, 국립발명가한림원에 모두 소속된 연구자다. 미국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Micron Biomedical), 클리어사이드 바이오메디컬(Clearside Biomedical) 등 관련 기업 창업에도 참여했다.이번 세미나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마이크로어레이 패치(Microarray Patches, MAPs) 글로벌 실용화를 위한 허들 극복 전략’을 주제로 개최했다. MAPs의 임상·제조·글로벌 진출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마이크로니들은 피부 각질층 등 마이크로미터(μm) 단위 생체 장벽을 물리적으로 관통해 약물, 백신, 핵산 등을 전달하는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기존 주사 대비 통증과 바늘 공포를 크게 낮출 수 있고, 건조 제형 기반으로 콜드체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도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백신 패치 임상시험 순항…주사 대안 가능성 입증마이크로니들의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빠르게 확인된 분야는 백신이다. 프라우스니츠 교수는 마이크로어레이 패치 기반 홍역·풍진 백신 임상 1/2상 결과를 소개했다. 약 300명 규모로 설계된 해당 연구에서 백신을 처음 접종하는 영유아 코호트 기준 홍역은 약 90%, 풍진은 100% 수준 보호 항체 형성이 확인됐다. 이는 기존 피하주사 방식과 동등한 면역 반응을 확보한 결과로, 마이크로니들 기반 백신 전달의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사례다.특히 MAPs는 별도의 재구성 과정 없이 건조 상태로 투여 가능하고, 투여 과정이 단순해 최소 교육 인력 또는 자가 투여 가능성까지 고려된 플랫폼이다. 주사기와 바이알이 필요 없어 의료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프라우스니츠 교수는 “홍역은 이미 효과적인 백신이 존재함에도 접근성 문제로 여전히 사망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의료 인프라가 제한된 환경에서도 백신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피부·유전자·진단까지…플랫폼 확장 본격화마이크로니들 기술은 백신을 넘어 피부질환, 유전자 치료, 바이오마커 분석 등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프라우스니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기반 입자형 전달 기술 ‘STAR particles’는 마이크로니들이 부착된 밀리미터(mm) 크기 입자를 크림·겔 등 도포 제형에 혼합해 피부에 문질러 적용하는 방식이다. 프라우스니츠 교수에 따르면, 기존 패치 면적 한계를 극복하며, 약물 피부 투과를 수배에서 수십 배 수준까지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5-플루오로우라실(5-FU)을 적용한 종양 동물모델에서는 종양 성장 억제 효과도 관찰되며, 피부질환 및 국소 항암 치료 분야에서 적용 가능성도 제시됐다.유전자 전달 영역에서는 전기천공(electroporation) 기술과의 결합이 주목된다. 기존 전기천공은 고가 장비와 신경 자극 문제로 임상 적용에 제약이 있었다. 이에 대해 연프라우스니츠 교수는 압전(piezoelectric) 기반 초저가 전기천공 시스템을 제시했다.이 시스템은 기계적 충격으로 전기 펄스를 생성하는 구조로, 별도 전원 없이 작동하며 핵심 전원부 비용이 1달러 이하 수준이다. 마이크로니들을 전극으로 활용해 표피에 국한된 전기 자극을 구현함으로써 통증과 신경 자극을 최소화했다.해당 방식은 전임상에서 피부 내 mRNA 전달에서 지질나노입자(LNP) 기반 제형과 유사한 수준의 발현 신호를 보이며 전달 경쟁력을 확인했다. 다만, LNP가 가지는 면역보조 효과는 없어 동일한 면역 반응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용량이 필요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진단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확인됐다. 마이크로니들을 이용해 피부에서 간질액(interstitial fluid)을 추출한 결과, 분석된 대사체 기준 약 69%가 혈액과 공통으로 검출됐으며, 약 17%는 간질액에서만 확인됐다.즉, 혈액 분석으로 포착되지 않던 생체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프라우스니츠 교수는 “마이크로니들은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 것 또한 특징”이라며 “약물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전자 전달과 체내 정보 추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고 설명했다.FDA 승인 사례 등장…안과에서 상용화 진입마이크로니들 기술은 일부 영역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상맥락막강(suprachoroidal space) 타깃 약물 전달이다.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해 공막(sclera)과 맥락막(choroid) 사이 공간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유리체강 주사 대비 약물의 타깃 전달 정확도를 높이고 전안부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이 기술은 스테로이드 제제 ‘자이피어(Xipere)’로 FDA 승인을 받았으며, 포도막염과 연관된 황반부종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프라우스니츠 교수는 “현재 마이크로니들은 특정 전달 방식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의료 응용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치료 전략을 설계할 수 있어, 향후 의료 적용 범위가 크게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진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