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롬한 ‘초콜렛’ 경제위기에 씁쓸떨떠름?
주식(株式) 시장에는 생활필수품이나 의약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상황에 따른 영향을 그다지 크게 받지 않은 ‘경기방어株’들이 있다.
식품 분야의 경우 초콜렛 업계가 대표적인 ‘경기 무관’(immune to recession) 종목으로 꼽힌다. 경제가 어려울 때 일수록 상대적으로 지출액수가 적으면서도 큰 만족(또는 위안감)을 얻을 수 있는 제품(affordable luxury)에 속하기 때문.
최근들어 빈번히 회자되고 있는 ‘립스틱 효과’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같은 초콜렛의 명성도 지난해 가을부터 세계 경제에 엄습한 위기에 휩싸여 퇴색할 징후를 내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스위스에 소재한 대표적인 초콜렛 메이커 바리 깔레보社의 파트리크 드 마에제네이르 회장은 이달들어 가진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의 초콜렛 수요가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올 한해 미국 및 서유럽의 초콜렛 수요가 예년에 비해 1~2%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코코아협회(ICCO)에 따르면 이처럼 올해 초콜렛 수요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지난해 12월 현재 국제 코코아 공급가격이 1985년 10월 이후 23년만에 최고치인 1톤당 1,820파운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예상밖의 현상이 나타난 것은 초콜렛 원료인 코코아의 공급불안이 예견됨에 따라 사재기 투자수요가 밀물을 이루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ICCO에 따르면 전 세계 코코아 공급량의 38%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서해안 코트디브와르 일대 항구들의 선적량이 주변국가들의 정치적 불안과 기업부패, 노사분규, 빗나간 강수(降水) 시기 등의 문제들로 인해 급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하적량이 49만1,000톤에 머물러 80만톤을 상회했던 2000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
이 때문인듯, ICCO는 “올해 경제위기가 초콜렛 소비에 미칠 영향을 속단키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마에제네이르 회장은 “최근 눈에 띄고 있는 초콜렛 소비의 위축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며, 늦여름경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령 러시아, 중국, 인도, 멕시코 등 이머징 마켓들의 수요를 등에 업고 현재 120만톤 안팎의 생산량이 오는 2013년에 이르면 15만톤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는 것이다.
어느쪽 예상이 들어맞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달콤쌉싸롬한 초콜렛 맛까지 씁쓸떨떠름하게 뒤바꿔 버린 것만 같은 최근의 경제위기이다.
이덕규
2009.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