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 “식품업계, 똑바로 해 이것들아”
식품업계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최근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식품회사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제조해 판매한다고 믿는다는 답변을 내놓은 이들이 전체 응답자들의 20%를 밑돌았을 정도. 식품 취급업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식품을 직접 생산하는 제조업체에서부터 유통업체와 일선 식료품점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사실은 세계적인 컴퓨터회사인 IBM 산하 사업가치연구소(Institute for Business Value) 가이 블리셋 컨슈머 프로덕트 팀장이 총괄한 조사팀이 이달들어 미국 전역의 10개 대도시에서 총 1,000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 24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밝혀진 것이다.
설문에 답한 응답자들은 식품 쇼핑빈도가 월 1회 이상에 해당하는 이들이었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대도시는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보스턴, 애틀랜타, 댈라스 및 포트워스(지역적으로 인접한 광역시 개념), 휴스턴,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및 새너제이(광역시 개념) 등이었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 가운데 60%가 자신들이 구입하는 각종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회수조치된 식품들이 적절히 취급되고 있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역시 감소일로에 있음이 눈에 띄었다.
특히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구입하는 식품들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품질이 보다 우수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구매성향에도 상당한 변화가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분석됐다. 77%의 응답자들이 식품에 함유된 원료들에 대해 한층 자세한 정보를 원하고 있었으며, 76%가 산지(origin)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시한 것.
게다가 식품 오염사고나 회수조치 등에 따른 영향이 큰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전체 응답자들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49%가 회수조치의 대상이 되었던 식품에 대한 구입빈도가 한결 줄어들었다는 답변을 내놓았을 정도.
심지어 83%의 응답자들이 “최근 2년 이내에 회수조치되었던 식품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기억한 구체적인 식품을 살펴보면 46%가 피너츠 버터를 꼽았으며, 시금치가 15%로 뒤를 이었다.
아울러 전체의 3분의 2에 가까운 63%의 응답자들은 회수조치가 이루어진 식품들의 경우 오염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규명되고 개선작업이 뒤따르기 전까지는 해당식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8%는 “추후 회수조치의 대상이 되었던 식품을 결코 구입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단기간 동안이라도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식품의 구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들의 비율은 이 보다 훨씬 높은 57%에 달했다.
그 같은 현실 때문인듯, 63%의 응답자들은 “현명한 지출을 위해 최근 2년 동안 식품구입 행동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리콜 발표와 오염사고가 식품 안전성 뿐 아니라 식품을 제조하고 공급하는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까지 크게 훼손시키고 있음을 짐작케 해 준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 보고서에 따르면 55%의 응답자들이 “오염사고로 인해 회수된 식품들에 대한 식품회사들의 대처를 신뢰한다”고 답변한 데다 72%가 “유통업체들이 회수조치된 식품들을 적절히 취급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나 상황이 결코 절망적인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밖에도 3분의 2에 가까운 74%의 응답자들은 “각종 식품들이 재배에서부터 가공, 제조, 유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좀 더 철저히 알고 싶다”고 답변해 여러 모로 궁금증이 많은 현실을 반영했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려는 식품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 소비자들의 기대치와 업체들의 노력 사이에는 아직도 커다란 갭이 가로놓여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덕규
2009.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