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섭취량 제한하면 장수만세? 글쎄...
표준적인 식생활에 비해 칼로리 섭취량을 30% 정도 낮추더라도 수명을 연장하거나 노화와 관련된 사망률을 낮추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실험동물로 빈도높게 사용되고 있는 남아시아산 작은 원숭이류에 속하는 ‘붉은털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23년에 걸친 추적조사를 진행한 결과 그 같은 상관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 다만 칼로리 섭취량 제한을 통해 건강개선 측면에서는 일부 효과가 눈에 띄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줄리 A. 매티슨 박사 연구팀은 ‘네이처’誌 29일자 최신호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국립노화연구소 연구에서 칼로리 섭취량 제한이 붉은털 원숭이들의 건강과 생존에 미친 영향’.
보고서는 매티슨 박사팀이 16~23세 사이와 14세 이하의 붉은털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칼로리 섭취량 제한과 장수(長壽)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작업을 진행한 후 작성한 것이었다.
보고서는 칼로리 섭취량 제한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1930년대부터 시도되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한 실험용 쥐들의 수명이 최대 40%까지 연장되었다는 요지의 연구결과가 도출되었다는 것.
이후로 효모, 곤충류, 파리, 몇몇 종(種)의 실험용 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후속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이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종(種)을 달리하는 일부 실험용 쥐 등을 비롯해 실험대상을 달리해 진행된 연구사례들의 경우 칼로리 섭취량 제한과 장수의 상관성이 관찰되지 않았음에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실제 임상에서는 현재까지 칼로리 섭취량 제한과 장수의 상관성이 입증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이번 연구가 붉은털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추적조사를 진행한 끝에 칼로리 섭취량 제한이 장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발견하고 지난 2009년 발표되었던 위스콘신대학팀의 연구사례와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두 연구사례들은 칼로리 섭취량 제한이 장수에 미친 영향에 대해 상반된 결론을 제시했지만, 당뇨병이나 관절염, 게실증(憩室症), 심혈관계 질환 등 노화와 관련이 있는 질병들의 발병률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한 그룹에서 낮게 나타났다는 데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그러나 이것이 통계적으로 유의할만한 수준의 차이에는 해당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발암률의 경우에는 일찍부터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한 그룹에서 확실히 통계적으로 유의할만하게 감소했음이 눈에 띄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 보고서는 대사계 건강과 기능수행에 미친 성과들이 16~23세 사이의 붉은털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칼로리 섭취량 제한이 시작되었을 때 관찰됐지만, 14세 이하의 시기에서 착수된 경우에는 동일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위스콘신대학팀의 연구는 7~14세 사이의 붉은털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칼로리 섭취량 제한이 착수됐다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립노화연구소의 리차드 J. 호디즈 소장은 “칼로리 섭취량 제한이 환경이나 영양학적 요소, 유전적인 측면 등 다양한 요인들에 따라 영향을 달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두 연구에서 관찰된 차이가 붉은털 원숭이들이 섭취했단 사료나 기타 영양학적 요인들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것. 한 예로 위스콘신대학팀의 연구에서는 붉은털 원숭이들이 더 많은 사료를 섭취했고, 체중이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사료 또한 국립노화연구소는 자연식품을 사용한 반면 위스콘신대학팀은 정제된 사료를 채택해 두 연구사례에서 붉은털 원숭이들이 섭취한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은 소스(sources)를 달리하는 것이었다는 점에도 보고서는 주목했다.
이밖에도 국립노화연구소 연구에서 붉은털 원숭이들은 유전적으로 훨씬 다양했을 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에서 포획된 것이어서 인도에서만 확보된 위스콘신대학팀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립노화연구소 노화생물학국의 펠리페 시에라 국장은 “두 연구사례에서 나타난 차이가 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덕규
201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