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졌지만 체력은 줄어…저성장 기조 뚜렷
화장품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는 있지만 성장세가 갈수록 완만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의 비용 지출은 늘고 마진은 줄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가 브랜드숍들의 상시 세일, 과도한 패키지 구성의 홈쇼핑, 살벌한 판촉 경쟁이 벌어지는 마트와 인터넷 등 유통을 불문하고 할인 마케팅이 성행하면서 화장품산업의 이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본지가 4월 16일 현재까지 공개된 외부감사를 받는 12월 결산법인 화장품관련 기업 98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지난해 기록한 매출은 총 17조2,345억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5조5,674억원의 매출을 올린 2011년과 비교한 매출 증가율은 10.7%였다. 유례없는 소비 침체기임을 감안하면 낮은 성장률이라고 할 순 없으나 예년과 같은 가파른 성장세는 아니다.실제로 2011년 61개 화장품 관련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2010년 대비 평균 매출 성장률은 14.6%였다. 또 2010년 58개 기업의 전년 대비 평균 매출 성장률은 17.2%였다. 매년 3%p 정도씩 매출 성장률이 깎이고 있는 셈으로 국내 화장품산업이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성장 곡선이 완만해지고 있는 것보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마진을 남기기가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98개 기업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1조4,174억원으로 2010년의 1조3,940억원보다 불과 1.7%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기준으로 한 화장품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2%.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9년 11.1%에서 2010년에는 10.8%로, 2011년에는 10.5%까지 떨어졌으며 지난해에는 2.3%p나 깎여 한 자리수대에 진입한 것이다.순이익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 98개 기업의 지난해 총 순이익은 1조488억원으로 2011년의 1조1,119억원보다 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10% 이상 늘었음에도 남긴 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평균 순이익률 역시 지난해 격감했다. 2009년 8.1%에서, 2010년 7.9%, 2011년 7.8%로 조금씩 낮아지더니 지난해에는 6.1%까지 떨어진 것이다.2012년 매출이 1천억원을 넘은 기업은 총 28곳이었다. 2011년보다 숫자 상 하나가 더 늘었는데 신세계인터내셔날, 동양네트웍스 등 대기업이 새롭게 화장품시장에 진출하며 집계에 포함된 결과다.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웨이, 유한킴벌리 등은 조대 매출을 기록했고 네이처리퍼블릭, 아이기스화진화장품 등은 새롭게 매출 1천억 클럽에 가입했다. 매출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곳은 방문판매와 자체 매장 ‘보움’을 통해 랑, 동인비 등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케이지씨라이프앤진이었다. 지난해 57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성장률이 184.4%에 달했다.반디네일로 잘 알려진 더봄주식회사와 지난해 홈쇼핑 유통에서 선전한 이넬화장품이 매출 성장률 100%를 넘겼다.신진 기업들을 제외하면 네이처리퍼블릭, 잇츠스킨, 에이블씨엔씨 등의 브랜드숍 기업들이 40%대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이며 선전했다. 반면 매출이 반토막 난 쿠지인터내셔날을 비롯해 총 28개 기업은 전년보다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화장품업계의 각박한 경쟁 구도는 영업이익 부문을 보면 고스란히 드러난다. 24개 기업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줄었고 35개 기업은 영업손실을 냈다. 이 가운데 코리아나화장품,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등 중견사와 한국존슨앤드존슨, 유니레버코리아와 같은 다국적사들이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일진코스메틱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무려 531배나 늘어 눈에 띄었다.순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더봄주식회사이었다. 일부 계열사 사업을 매각한 결과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무려 5558.3% 증가했다.이와 함께 일진코스메틱, 코스메카코리아, 코리아나화장품, 갈더마코리아, 이넬화장품, 코스맥스, 청호나이스 등이 순이익이 2배 넘게 늘었고 한경희생활과학, 잇츠스킨, 두리화장품 등 10개 기업은 순이익 부문이 흑자전환하는 기쁨을 맛봤다.반면 네이처리퍼블릭, 금비화장품, 파코메리 등 15개 기업은 전년의 순이익이 순손실로 반전했고 부루벨코리아, 엔프라니, 한국시세이도 등 18개 기업은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김도현
201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