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굿박스’ 참여가 CSR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정 아젠다로 제시했다. ‘창조경제’란 창의적 아이디어, 상상력과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된 창의적 자산이 활발하게 창업 또는 기존 산업과 융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생겨나게 함으로써 양질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말한다.화장품업계에도 창조경제를 구현한 새로운 유통 채널이 탄생한다. 올 가을 블루게일(공동대표 박찬원·이미영)과 뷰티누리(대표 김래수)가 협업을 통해 선보이는 ‘리얼굿박스’(www.realgoodbox.com)다. 이 서비스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고객은 착한 가격으로 정품 화장품을 구입하면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기부하는 ‘리얼박스’, 저렴한 가격으로 부동재고를 구입하고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을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나눔박스’ 등으로 운영된다. 'RGB'는 정품(Real Goods)과 고객(Buyer)을 합친 말이다.뷰티누리는 20년 이상 쌓아온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블루게일은 판매와 기부 등을 맡는다. 사회·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로 사회복지·생활복지 플랫폼을 제공하는 블루게일 박찬원(51) 대표를 만났다.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그는 ‘리얼굿박스’를 소개하기 보다 CSR부터 이야기 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책임)은 기업이 경제적·법적 책임 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는 철학이다.“CSR은 지속가능 경영의 한 축으로 시대적 조류입니다. 소비자는 CSR을 잘하는 기업 제품을 더 많이 구입하려는 의향이 높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CSR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위기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 영혼을 판매해야 한다’는 코틀러 교수의 마켓 3.0 정신과도 일치합니다.”그는 왜 CSR부터 꺼냈을까. ‘리얼굿박스’가 CSR이기 때문이다. ‘리얼굿박스’는 화장품기업이 뷰티 상품 정품(Real Goods)을 현물로 기부하면, 블루게일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온라인 바자회'를 개최해 고객(Buyer)이 저렴한 가격으로 정품을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매출액의 5%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지원하는 유통 모델이다. 즉, 소비자는 제품만 구입해도 구매 금액의 일부가 저절로 기부되는 ‘착한 소비’를 하고, 소비자는 샘플 화장품이 아니라 정품 화장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사실 이같은 설명은 ‘리얼굿박스’를 좁게만 바라본 개념이다.“넓은 의미의 ‘리얼굿박스’는 유통채널과 판매자는 적정 이윤을 추구하여 그 이익을 소비자에게 환원하면서 소비자에게 가격의 혜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소외 계층을 위한 기부와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려는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그는 소셜커머스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소셜커머스가 ‘소셜’하지 않고, 일부 소셜커머스 업체도 매스마케팅에 의존하는 등 할인율이 경쟁 우위의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폐해가 발생하는 데다, 대형 소셜커머스 업체가 등장하면서 갑(甲)이 되고 있다는 것. 이와 달리 ‘리얼굿박스’는 정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은 소셜커머스 소비자의 니즈와 전문가의 식견에 의해 구성된 상품 패키지를 편리하게 살 수 있으면서 폐기 처분되던 부동재고를 소비자에게 판매함으로써 리싸이클링(Recycling)을 넘어서는 업싸이클링(Upcycling)이 포함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라는 설명이다.이뿐 아니라 ‘리얼굿박스’는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패킹과 배송 처리를 장애인재활센터를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 고용 창출이 가능하므로 창조경제와 맥을 같이 한다.
이론·실무 겸비한 마케팅 전문가
그는 유통과 마케팅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마케팅)를 받았다. 현재 마케팅 컨설팅 및 마케팅 리서치 전문회사인 로이스컨설팅 대표이사도 맡고 있고, 연세대학교 융합기술경영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이전에는 코래드 마케팅본부, LG경제연구원 경영컨설팅센터, 대홍기획 자문교수로 일했다. 그야말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다. 공동대표이면서 그의 아내인 이미영(47) 씨는 사회복지사로 고려대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광고홍보)를 받고, 고려대 언론대학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CSR을 강의하고 있다. 이들의 프로필만 보아도 ‘리얼굿박스’는 CSR과 마케팅 전문가들이 만든 새로운 유통채널이다.이들 부부는 이미 CSR의 철학을 담은 유통 채널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기부 전용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인 ‘나눔브릿지’다. 이는 착한 소비자, 복지 기관 및 재단, 사회공헌기업, 유통회사가 자유롭게 참여해 사회·경제적 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블루게일은 현재 190여개 복지시설(50여개는 개설 준비, 회원 60만명), 하나SK카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로젠택배 등 50여개 기업, 클린콘텐츠운동본부,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 풀뿌리희망재단, 지구촌사회복지재단, 해피월드복지재단 등 시민단체와 재단의 플랫폼을 운영중이다. “‘나눔브릿지’는 복지관을 살리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복지 예산이 줄어들면서 복지관 예산도 대폭 감소되었는데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겁니다. 그저 ‘버틸수 있을 때까지 버티자’는 암울한 상황이었습니다. 복지관이 무너지면 소외된 이웃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지원 방식으로 ‘나눔브릿지’를 고안했습니다.”그만큼 ‘나눔브릿지’는 ‘적정’ 이윤을 추구한다. 하지만 회사 운영이 어렵지 않을까.“기업체 임직원 복지몰 ‘블루웰’과 로이스컨설팅 등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고, ‘나눔브릿지’와 ‘리얼굿박스’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주주는 순이익의 30%를 가져갈 수 없고, 나머지 70%를 사회·경제적 목적 실현을 위해 재투자하도록 정관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부하면 5년이내 법인세 환급 가능CSR이 대세라지만 기업이 기부를 바탕으로 하는 ‘리얼굿박스’에 선뜻 참여할지도 의문이다. 소비자는 저렴하게 정품 화장품을 사면서 기부와 환경보호라는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고, 기부금을 받은 복지관은 소외된 이웃에게 직접적인 금전 지원과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영할 만한 유통 채널이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손해라고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리얼굿박스’에 참여하는 기업에게는 해당 복지관에서 기부금품 영수증을 발급해 줍니다. 복지 기관에 기부할 경우 법인세 환급 적용이 5년 유예되어 향후 몇 년 안에 이익이 날 경우에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해 재구매 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엄청난 돈을 들여 광고나 행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리얼굿박스’의 부동재고 판매 계획도 궁금했다. 화장품은 이미지 산업인 만큼 부동재고를 유통시킨다면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재고는 제품의 성분과 효능 등 품질은 정품과 동일하지만 제품 외부에 미세한 흠집이나 인쇄 불량 등으로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폐기되는 상품을 말한다. “부동재고 판매는 폐기 처분에 들어가는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입니다. 따라서 부동재고가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줄것입니다. 그리고 부동재고를 정품으로 속이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재고라는 것을 밝히고 판매합니다.”
이해관계자 모두의 윈윈 플랫폼그는 CSR의 철학을 끊임없이 쏟아냈다.“국가가 모든 복지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가령 동네 버스를 국가에서 운영한다면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는데에도 많은 시간과 예산이 들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이 운영한다면 빠르게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울것입니다. 이처럼 민간 영역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 방안 중 한 가지가 기부 플랫폼입니다. 다양한 기부 플랫폼을 만든다면 지속가능한 운영으로 사회·경제적 문제를 조금씩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눔브릿지’에 이어 새로 선보이는 ‘리얼굿박스’는 기업, 고객, 이웃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윈-윈하는 새로운 유통 모델로서 기업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착한 사회적 기업으로, 고객은 환경을 생각하는 합리적 소비자로 거듭날 수 있는 시대적 정신을 가진 플랫폼입니다.”
■박찬원·이미영 공동대표는 ◆박찬원 △고려대 경영학 학사(경영학) △서울대 경영학 석사(경영학) △고려대 경영학 박사(마케팅) △코래드 마케팅본부(1987~1992) △LG경제연구원 경영컨설팅센터(1993~1997) △대홍기획 자문교수(2011~2011) △연세대학교 융합기술경영학과 겸임교수(2013~현재) △로이스컨설팅 대표이사, 블루게일 대표이사(2001~현재) ◆이미영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 문학사(사회복지), 사회복지사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문학석사(광고홍보) △고려대 언론학 박사(광고홍보) △마컴 마케팅실장(1997~1998) △코래드 기획본부 AE(1988~1996) △상암기획 기획본부 AE(1999~2000)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위원(2011~현재) △고려대 언론대학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CSR 강사(2012~현재) △블루게일 대표이사(2001~현재)
안용찬
201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