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만 가득한 이상한 '신분상승'
기업수 1,422개(제조업 548개), 종업원수 82만4,000명. 수출액 603억3,000달러, 매출액 373조원.2011년 중견기업의 주요 통계 지표다.중견기업은 산업발전법 제10조의2(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에 따라 중소기업(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이 아니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4조제1항)에 속하지 않은 기업을 말한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상시 근로자수가 300명 이상이거나 자본금이 80억원 이상일 경우에 해당된다.화장품기업에도 중견기업이 있다. 본지가 분석한 ‘국내 화장품 관련 기업 2012년 경영실적’(본지 제1064호, 2013년 4월 22일자)을 기준으로 100개사를 파악한 결과, 2011년 말 기준 국내에서 화장품을 취급하는 중견기업은 20여개사 내외로 나타났다.이들 기업에는 2011년 말 이후 자산이 늘면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인 대기업에 포함된 기업도 있다. 다단계기업, 브랜드숍, 원료기업, ODM 기업, 제약사 등도 중견기업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에서는 화장품 관련 중견기업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화장품 관련 중견기업 현황을 파악 할 수 없고, 기업들이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중견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최근 한국중견기업연합회(www.ahpek.or.kr)가 중소·중견기업 755개사(중견380개, 중소196개, 관계기업179개)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이 조사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중소기업 졸업과 동시에 급격하게 축소되는 조세지원 제도(61.9%)가 꼽혔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정부 지원 이 77가지나 없어지거나 줄어 드는 반면 20가지의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 가령, 중견기업을 졸업하면 하도급법상 협력 중소기업에 60일 이내 대금결제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중 은행 대출에서도 불리하다. 중견기업은 대기업 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에 중소기업보다 금리가 평균 0.5% 높다. 이 때문에 중견기업 진입후 5년 미만 기업의 23.9%, 매출 1,500억원 이상 중소기업의 26.7%가 중소기업 유지 또는 회귀를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견기업이지만 중견기업이라고 알리고 싶어하지 않고, 많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화장품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원사에 화장품 관련 기업은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두 개 기업만 가입했다.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사인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개최한 ‘중견기업 육성정책방향 컨퍼런스’에서 윤동한 회장은 “새로운 제도가 새로운 규제가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를 만들어 달라”면서 “(중견기업을) 서자 취급했는데 서자에서 적자라는 사인만 보내주면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피터팬 증후군’ 문제가 커지자 중소기업청은 지난 7월 중견기업육성·지원위원회를 여는 등 중견기업 육성책에 나서 이달 말께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이번 방안에는 △조세지원제도 △인재확보 시스템 강화 △R&D 혁신 촉진 △수출 활성화 △하도급 제도 개선 △금융 애로 해소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국(중견기업정책과, 혁신지원과, 성장촉진과)은 △중견기업 확인제도 △World Class 300 프로젝트 지원 △중견기업 세제 부담 완화 △중견기업 금융 지원 △우수인재 유치·확보 지원 △글로벌화 촉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중견기업 확인은 2012년 10월 시행된 ‘산업발전법’에 따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www.kiat.or.kr)에서 받을 수 있다. 한번 발급된 확인서는 최대 1년간 유효하다. 중견기업 확인서를 받으려면 법인, 개인, 친족 등의 지분소유 비율, 상시근로자수, 자본금, 매출액, 지배·종속 기업 등을 밝혀야 한다.
안용찬
201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