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뷰티산업 전망] 에스테틱 트렌드
새해 벽두부터 피부미용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지난해 말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눈썹·아이라인·입술 문신과 점빼기 등 불법 의료행위를 한 피부관리업소를 처음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서울시내 미용업소 100여개소를 수사한 결과, 불법의료행위 23개업소와 관할구청에 영업신고도 하지 않고 손·발톱 관리숍, 피부관리실을 운영한 31개업소를 적발했다고 밝혔다.이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기기를 사용한 미용업소는 4곳이었다. 서울 관악구 B업소는 가정용 의료기기인 DRC Roller S02(피부를 자극해 의약품 흡수를 돕는 기기)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MTS시술이라고 하면서 피부 관리를 해오다가 적발됐다. 즉, ‘가정용 의료기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했을 경우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피부미용숍이 미용기기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소비자의 요구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경영악화’가 가장 큰 이유다.
한국피부미용사회중앙회 조수경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피부미용 관련 업체도 경기가 어렵다고 하고, 피부미용 영업자들도 모두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빛좋은 개살구’식 영업 반복피부미용숍의 경영이 악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엔에프코리아 이성원 대표의 말이다. “소셜커머스와 같은 저가정책에 따른 고객 유입으로 피부미용인이 일을 많이 하지만 마진이 줄어 ‘빛좋은 개살구’식 영업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자체 마진이 줄면서 선진화된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나 광고,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 기존 시스템에만 의존하면서 경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한국피부미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발 마사지’로 취업 비자를 받아 피부미용숍을 연 중국 동포들이 50~70% 할인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조선족이 창업한 피부미용숍은 국내 피부미용업계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병원내 피부관리실이 늘면서 피부미용숍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나온다.헤어숍이나 네일숍은 일하는 여성이 늘수록 매출 상승 효과가 있지만 피부관리숍은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을때나 매출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개인 미용기기 사용은 ‘적법’무엇보다 피부미용업계는 숍에서 미용기기를 쓸 수 없도록 한 규제가 경영 악화를 초래하는 핵심요인이라고 분석한다.한국피부미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현행 의료기기법에서 의료기기 사용자 제한은 없는데도, 사용행위가 의료행위로 해석되고 있어 뷰티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용기기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이 때문에 가정용 미용기기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외 대형기업도 홈케어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피부미용숍은 미용기기를 몰래 사용하다 ‘재수없으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즉, 피부미용숍의 미용기기 사용은 위법이지만 집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적법이라는 하나의 법으로 ‘이중 잣대’가 적용되는 실정이다.장현희 경복대 미용예술학부 교수 등은 ‘국내 의료장비 인허가의 미용기기 현황’을 주제로 한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의료기기법 제도는 시판 전 등급을 개별 품목에 대한 허가 및 신고의 절차에만 적용하는 일률적인 적용으로 다양한 미용기기의 규제 요구를 융통성 있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에스테틱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단지 의료장비냐, 미용장비냐의 단순 논리보다는 현재의 산업의 발전 속도에 맞추어 현실에 적합한 의료기기법의 관련 조항이 신속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럼에도 정부는 피부미용숍의 미용기기 사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결국 올해 에스테틱 시장 전망은 ‘암울함’이다.
점포당 평균 매출 하향세에스테틱 시장의 암울함은 ‘숫자’로 증명된다. NICE평가정보의 ‘NICEBIZMAP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피부·비만 관리 업종의 전체 매출은 2012년 10월 1,630억원에서 2013년 10월 1,545억원으로 3.5% 감소했다. 평균매출은 2012년 10월 1,513만원에서 2013년 10월 1,460만원으로 5.2% 줄었다. 2013년 평균매출은 2월(1,202만원)과 9월(1,309만원)으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그나마 3월부터 8월까지는 성수기로 1,400~1,500만원 정도였다.1회 결제금액도 2010년 10월 16만1,700원, 2013년 5월 15만32원, 2013년 10월 15만6,658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이런 상황에서도 피부관리숍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피부미용 사업체는 2006년 6,930개, 2008년 1만181개, 2010년 1만2,821개, 2012년 1만5,363개로 늘고 있다. ‘NICEBIZMAP 상권분석서비스’에서도 성업중인 피부·비만 관리 업종은 2012년 10월과 2013년 10월을 비교하면, 매장수는 9,281개에서 9,451개로 1.8% 증가했다. (피부미용업계에서는 위생관리 교육을 기준으로 볼 때 2만2,000여개 내외로 추산한다.)NICEBIZMAP 주시태 연구원은 “피부·비만관리 업종은 전반적으로 점포가 늘어나는데 비해 고객 수가 늘지 않고 있어 점포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가 나쁠수록 객단가가 낮아지고 소비가 줄어드는 업종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게당 평균매출은 소폭 하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와 ‘관계’ 형성 중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갈 방법은 무엇일까.엔에프코리아 이성원 대표는 “저가형 관리와 더불어 고품격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차별화한 품격높은 관리시장을 형성하고, 제품 공급 업체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피부관리시장에 공급해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양질의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스스로도 케어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미용숍만의 특별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차별화된 관리영역을 구축해 고정고객을 유치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서울대 전미영 소비자학과 교수도 “소비자와 신뢰할 수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 형성과 유지가 핵심이다. 다만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특성으로 미루어, 1대1로 개별맞춤 서비스는 제공하되, 너무 친근한 것보다는 적당한 매너의 거리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여기에다 피부미용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한국피부미용사회중앙회는 지난해 1월 ‘피부미용업 정의 및 미용기기 근거 마련을 위한 공중위생관리법 개정 청원서’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뷰티서비스업종으로 피부미용업은 국민의 소득수준이 증가되면서 삶의 질 향상, 고급화, 감성소비 등에 비례하여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산업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영세한 직종으로 인식되어 있고 행정적 제도 또한 미흡하여 산업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지난해 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10년 후 일자리 수요가 늘 것으로 가장 기대되는 20위 직업으로 피부미용 및 체형관리사(96.9점)를 꼽았다.한 에스테틱 관계자도 “국내 피부미용시장은 성장이 더디고 절대강자가 없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안용찬
201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