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의 블랙홀 ‘아마존’의 공습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이르면 올해 초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이 2013년 5월 한국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현재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아마존은 소위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불리고 있다. 아마존은 1995년 7월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으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수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인터넷 쇼핑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웹2.0 시대, 클라우딩 컴퓨팅 시대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아마존은 기술 변화에 상응하는 민첩한 사업 영역 개척으로 유통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컴스코어가 2013년 10월에 발간한 ‘미국 웹사이트 50위’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은 야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AOL에 이어 6위를 기록했으며 월 방문자 수는 무려 1억1,086만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의 라이벌 이베이가 월 방문자 수 6,897만명으로 13위에 머물었다는 사실은 아마존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2000년대 이후 아마존은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며 미국 외에 캐나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중국, 일본, 이탈리아, 인도,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에서 별도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무엇보다 일본에서 일찌감치 현지 공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일본에 사이트를 오픈한 아마존은 현재 일본에서 연간 7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아마존 전체 매출의 12%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 구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도화선이 됐다.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접 구매 규모는 지난해 약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아마존은 책을 시작으로 DVD, 음반,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자 제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혀갔으며, 지금은 장난감, 주방용품, 가구, 의류, 헬스, 뷰티 등 소비재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를 커버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아마존이 화장품 쪽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뷰티 섹션을 정식 런칭하여 스킨케어·메이크업·헤어커어 제품과 향수, 미용기기 등을 판매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고급 뷰티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이는 중저가 화장품뿐만 아니라 고가 화장품까지 모두 소화하겠다는 뜻이다.아마존은 오래 전부터 고급 뷰티 시장에 눈독을 들여왔으나 백화점을 선호하고 가격 할인에 부정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이에 아마존은 시각적인 면을 강조하고 에디터 추천 제품 등 큐레이터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급 뷰티 브랜드의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물론 가격책정 권리 보장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마존은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외부 셀러가 판매하는 다른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아마존에 입점한 고급 뷰티 브랜드가 할인 가격에 제품이 팔리는 것에 우려를 표시함에 따라 브랜드의 정식 판매처가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상 아마존도 제값을 고수해야 한다는 요구에 합의한 것이다.현재 럭셔리 뷰티 카테고리에서는 24개 브랜드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메이크업 분야에는 나르스, 스틸라, 빈센트 롱고, 고저스 코스메틱, 디에고 달라 팔마 등이 있으며, 스킨케어는 아하바, 사본, 닥터 브랜트, 클라크 보태니컬, DDF 등이 있다. 이외에 버버리 향수, 남성 화장품 잭 블랙, 록시땅 등의 브랜드가 판매 중이다.아마존의 한국 진출로 국내 유통시장에는 큰 파고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1차적으로는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 업체들이 타격을 입겠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최근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소셜커머스까지 아마존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한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최근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 구도는 ‘삼국지’로 불리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인데 여기에 물류, 배송,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아마존이 진출할 경우 국내 업체들은 매우 힘든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국내의 경우 기존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낮은 편인 데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국경이 없어지는 시대”라며 “복잡한 결제 절차와 비싼 가격에 질린 사람들이 간편한 해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에 나서고 있는 트렌드를 감안할 때 아마존 코리아의 성공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고 내다봤다.
임흥열
201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