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타고 찾아온 ‘동대문의 봄’
동대문 상권이 심상치 않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내리막길을 걸어온 동대문이 잇따른 호재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진 대신 중국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21일 정식 오픈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는 동대문 ‘제5의 물결’을 이끌 전망이다.동대문시장은 무려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국내 최초의 근대시장으로 출발한 동대문시장은 열악한 환경의 봉제 공장단지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도매시장으로, 그리고 대형 쇼핑몰을 내세운 패스트 패션 메카로 성장해왔다. 특히 1998년 9월에 문을 연 밀리오레는 동대문에 소매 상권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이듬해 두산타워가 바로 옆에 들어서면서 동대문은 10~20대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쇼핑 명소로 부상했다.하지만 동대문의 봄날은 길지 않았다. 일본 유니클로, 스페인 자라 등 글로벌 SPA 브랜드의 공세와 온라인 패션 쇼핑몰의 확대, 대기업들의 아울렛 경쟁으로 국내 소비층은 빠르게 동대문을 이탈했다. 시대와 유통 흐름의 변화에 동대문은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이런 동대문을 살린 것은 한류 열풍으로 유입된 외국인 관광객이다. 2002년 5월 정부가 동대문 패션타운을 관광특구로 지정한 이후에도 분위기는 쉽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싼 가격에 트렌디한 옷을 사려는 중국과 일본 등지의 관광객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동대문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동대문관광특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동대문 상권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50%를 넘어섰으며, 하루에 동대문시장을 찾는 외국인은 6,000~7,000명에 달한다.동대문 상권이 되살아나면서 화장품시장도 동반상승 효과를 얻고 있다. 더페이스샵, 미샤,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주요 브랜드숍들은 동대문 일대에 많게는 5~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당수 매장들이 강북 지역에서 명동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잇츠스킨, 더샘 등의 후발주자들도 동대문을 떠오르는 한류 상권으로 파악하고 신규 매장 오픈 및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한편 DDP는 동대문 부활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840억의 예산이 투입돼 착공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DDP는 동대문의 랜드마크, 나아가 세계적인 디자인 메카로의 발돋움이 기대되고 있다. 운영을 맡은 서울디자인재단은 DDP의 상업·편의시설을 24시간 오픈, 동대문 상권과 함께 새로운 야간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데다 가든파이브와 달리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동대문 상권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패션과 뷰티는 수요층이 동일한 만큼 동대문 패션타운의 활성화는 입점 브랜드숍의 매출 상승과 직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흥열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