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업 경영 새 기준 ‘물 관리’
‘물 쓰듯 하다’라는 말은 이제 쓰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2012년 월드 이코노믹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도 “물의 안정적인 공급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사회, 정치, 경제적 도전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선언했다.또 지난해 'CDP Water Global 500'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적인 물 위험이 지금 또는 다음 5년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65%에 달했다. 53%의 기업은 물로 인해 이미 손해를 입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전세계 금융기관의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CDP Water’(물 정보공개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됐다. CDP한국위원회(위원장 장지인)와 국회CSR정책연구포럼(대표의원 홍일표)는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물, 기업경영의 오래된 혹은 당면한 위험과 기회’라는 제목으로 설명회를 갖고, ‘CDP Water’를 공식 런칭했다.CDP Water는 CDP 영국 본부에서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인 FTSE500에 편입된 기업 중 물 사용량이 많거나 물 스트레스가 높은 산업에 속한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처음 시작됐다. 올해는 글로벌 500대 기업만 시범 적용됐고, 2015년 전세계 기업으로 확대, 적용된다. 올해 물 정보공개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신규로 CDP Water를 시작한 나라는 한국, 일본, 인도 3개국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CDP한국위원회 장지인 위원장은 “OECD가 발표한 2050년까지 환경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물 스트레스 비중이 40% 이상으로, ‘심각한 물 스트레스(severe stress) 국가’로 평가되어 있다.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는 연강수량, 높은 인구밀도, 경제발전과 산업구조 변화,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 등은 우리나라의 물 공급 상황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전제하며 “기업은 물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이며, 전 지구적 차원의 물 문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위험과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CDP Water의 한국 출범은 매우 의미가 있고, CDP Water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은 더욱 제고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회CSR정책연구포럼 홍일표 대표의원은 “전 지구적이면서도 지역적인 물 이슈에 직면해 기업들이 비즈니스상에서 어떤 위험과 기회가 있으며, 또 얼마나 이 이슈를 경영에 반영하고, 취수부터 배출까지 어떻게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책임있게 관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금융투자기관이 묻고 있다”며 “산업 섹터와 각 기업에 따라 물 이슈를 대하는 온도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정보공개 요청을 국제적으로 받은 만큼 적극 대응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물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이 물을 책임있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물을 비즈니스로 삼고 있는 기업은 책임성과 함께 그 기술 능력을 적극 알려 기업의 물 경쟁력 제고의 통로로 CDP Water를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박필주 실장은 “탄소성적표시제도의 범주에 물 발자국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 발자국은 개인·집단·지역 등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총량으로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전과정에 이용되는 직·간접적인 물 사용량을 말한다.이날 설명회에 앞서 영국 CDP본부와 CDP한국위원회는 전세계 573개 금융기관(운용자산은 60조달러, 한국 서명 금융기관 22개)의 위임을 받아 국내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CDP 2014 Water Information Request)를 발송하고 이들 기업에 물 관리와 지배구조, 물 관련 위험과 기회, 취수량과 배출량 등 물 회계 등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CDP한국위원회 관계자는 CDP Water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물 관련 목표 수립 및 관리 시스템 개선을 통한 물 경영 성과 향상 △동종 산업내 다른 기업의 현황 파악하고 자사의 수준 진단 △투자자에게 자사의 물경영 현황 정보 공개 △국제 표준 제정에 참여해 의견 반영 등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질의 내용은 △현황(Current state) △위험 평가(Risk assessment) △물 위험 및 평가(Water risks & Water opportunities) △물 회계(Water accounting) 전략(Governance & Strategy, Compliance, Targets and initiatives) 등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CDP한국위원회는 국내 기업의 물 정보공개 현황과 수준을 내년 3월 경북 대구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 물포럼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또 CDP한국위원회는 EY한영회계법인을 한국 CDP Water의 공식 평가기관으로 정하고, 향후 기업의 물 정보공개 평가 수행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한국 서명 금융기관은 대구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KB국민은행, 한국스탠다드차다트, 삼성증권, 현대증권, IBK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화재, 기술보증기금 등 22개다.이번 정보공개 요구에 포함된 우리나라 기업 45개는 물 다소비 혹은 스트레스 기업, 물 비즈니스 기업에 속하는 상장기업, 비상장 기업, 공기업 등으로 응답 마감은 9월 26일까지다.
한국 CDP Water 대상기업에는 LG생활건강, 코웨이, CJ제일제당, KCC 등이 포함되어 있다. CDP한국위원회는 내년에는 아모레퍼시픽 등도 포함시킬 계획이다.이처럼 화장품기업도 ‘CDP Water’ 대상 기업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이미 CDP의 프로그램 중 CDP Supply Chain(공급망)에 가입해 로레알의 공급망 기업에도 기후변화(Climate Change)와 물(Water)와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CDP가 내놓은 'Supply Chain Report 2013-14'에서 로레알의 글로벌 안전·보건·환경 담당 미구엘 카스테야노스(Miguel Castellanos) 이사는 “로레알은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협력업체에도 기후변화(Climate Change)와 물(Water)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로레알은 2020년까지 탄소(Carbon) 60% 감축, 물(Wate) 60% 감축, 폐기물(Waste) 60% 감축을 환경목표(Environmental Objectives)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로레알은 지난해 델, 화이자, 유니레버 등과 함께 CDP Water 관련 <CDP Supply Chain> 파일럿(Pilot) 프로그램에 참여한 4개 기업에 포함됐다.
CDP한국위원회 관계자는 “파일럿 프로그램에는 대체로 어떤 이니셔티브(Initiative)에 적극적인 기업이 참여하는데, 로레알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은 회사가 물 이슈에 전사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물 이슈를 공급망으로 확대함으로써 가치사슬 전 과정 속에서 사고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CDP는 영국에 본부를 둔 환경 관련 글로벌 비영리단체로, 전세계 금융기관의 위임을 받아 전세계 주요 상장기업에 기후변화(CDP Climate Change), 물(CDP Water), 산림자원(CDP Water) 등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요청, 이를 분석하고 매년 보고서로 발간해 금융기관의 투자와 대출 등에 활용하게 함으로써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 있다. 또 대기업이 자사의 공급망에 기후변화, 물, 산림자원 등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프로그램인 CDP Supply Chain을 통해 환경 관련한 전세계 생태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CDP한국위원회(사무국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가 CDP Climate Change를 2008년부터 도입해, 현재 시가총액 상위 250개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관련 경영 정보 공개를 요구, 이를 분석하고 매년 보고서를 발간해 공개함으로써 기후변화 관련 투자 자료로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안용찬
201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