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키워드 ‘발효·쿠션·면세점·모바일’
2014년 상반기 국내 화장품시장은 세월호 침몰이라는 국가적 비극으로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숨 가쁜 시기를 보냈다. 매출 양극화, 브랜드숍의 포화, 면세점·모바일 채널 급부상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각 업체들은 성장과 도약을 향한 잰걸음을 걸었다.스킨케어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면모를 나타낸 것은 발효화장품이다. 사실 발효화장품 시장은 3~4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지난해 일부 화장품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저자극·친환경의 발효 제품들이 다시금 주목받았다.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리아나화장품, 소망화장품, 더페이스샵,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더샘, SK-II, 에스티로더 등 국내외 주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했으며, 이에 따라 중소 브랜드들도 발효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발효화장품은 제조 및 기능 면에서 유기농화장품과 바이오화장품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좋은 반응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메이크업 시장의 핫 트렌드는 단연 쿠션 팩트였다. ‘국민 팩트’로 불리는 아이오페 ‘에어쿠션’이 2년 연속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여러 브랜드들이 다양한 컨셉의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쿠션 시장은 전성기를 구가했다.흐르지 않고 잘 발리는 주차 도장 스탬프에서 착안되어 탄생한 쿠션 팩트는 메이크업을 한 번에 완성할 수 있다는 편의성에 기존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만큼 완벽한 메이크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파운데이션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특히 비비크림, CC크림은 물론 블러셔와 같은 색조 제품으로까지 출시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남성을 위한 아이오페 ‘맨 에어쿠션’까지 발매됐다. 최근에는 수분 공급, 주름 개선, 미백, 선블록, 파운데이션 등 다채로운 기능을 한 데 담은 올인원 쿠션 제품이 대세다.유통 면에서는 브랜드숍과 H&B숍이 포화를 이루며 정체 양상을 보인 반면 면세점은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면세점이 뜨는 이유는 중국 관광객들의 높은 선호도 때문이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의 면세점 방문이 늘어나면서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6조원을 넘어섰다.롯데와 신라의 독과점, 50%에 육박하는 입점 수수료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지만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라는 점에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면세점 입점에 나서고 있다. 설화수와 헤라, 후, 이자녹스 등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프레스티지 브랜드들에 이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미샤,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잇츠스킨, 바닐라코, 더샘 등 대부분의 브랜드숍 업체들이 면세점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홈쇼핑과 온라인에 주력해온 중소기업들까지 면세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한편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라 가파르게 성장한 M-커머스는 화장품시장에서도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화장품 업체들의 SNS 마케팅은 이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커뮤니케이션의 주류가 되었으며, 모바일을 통해 화장품을 구입하는 트렌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소셜커머스의 모바일 매출 비중은 지난해 45%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65%까지 급증했고, 오픈마켓의 선두주자인 11번가와 G마켓의 모바일 매출 비중도 30%를 넘어섰다. 홈쇼핑의 경우 모바일 매출 비중은 20% 안팎이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무려 300%에 이른다.이에 따라 화장품업계에서도 M-커머스 급성장에 대응하는 움직임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뷰티월렛(아모레퍼시픽몰), 아리따움,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에스쁘아 등 다수의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을 전략적으로 운영 중이며, LG생활건강 역시 지난 4월 VDL 모바일 앱을 런칭한 데 이어 앞으로 모든 브랜드 직영몰을 모바일에 최적화한다는 방침이다.
임흥열
201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