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쇼핑품목 1위 ‘화장품’
명동의 한 화장품 브랜드숍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A씨. 평소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그는 “한국 연예인들이 예쁘고 유독 피부가 좋아보여서 그들과 똑같은 화장품을 사러왔다”고 말했다. A씨가 화장품 매장에서 장바구니에 마스크 팩, 에센스 등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을 가득 담은 이유는 이 제품을 쓰면 자신의 ‘워너비’인 한류스타의 외모를 닮을 것 같다는 일종의 기대감 때문이다. A씨는 “배우 전지현을 좋아해서 머리 스타일과 화장법도 따라하곤 한다”고 했다. 화장품은 감성적인 면이 부각되는 상품인 만큼 기능 못지않게 정서적인 소구로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경우가 많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류가 확산되고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구매한 쇼핑 품목 1위는 향수·화장품(50.1%)이었다. 해외 관광객 2명 중 1명꼴로 향수·화장품을 구매하는 셈이다. 그 다음 의류(38.5%), 식료품(34.6%), 신발류(14.4%) 등의 순이었다. 연도별 향수·화장품 구매 비율은 2009년 35.4%에서 2010년 36.9%, 2011년 44.9%, 2012년 46.2%, 2013년 50.1%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 2013년 방한 외국인 주요 쇼핑 품목
■ 연도별 주요 쇼핑 품목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13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 단위:%) ■방한 외국인 국적별 화장품 구매 비중
특히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방한 외국인 가운데 향수·화장품 쇼핑 비중은 중국이 73.1%를 차지하며 단연 높았다. 이어 태국(64.7%), 홍콩(61.7%), 싱가포르(48.1%), 말레이시아(44.4%) 등 동남아 관광객의 구매비중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일본은 43%를 차지했고, 미국(11.9%), 영국(11.1%) 등 선진국 관광객의 화장품 구매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쇼핑장소로는 ‘명동’이 41.4%로 가장 높았고, ‘시내 면세점’(32.9%), ‘백화점’(26.2%), ‘동대문 시장’(24.9%), ‘공항 면세점’(23.9%) 등의 순이었다.
한국무역협회 장호근 해외마케팅지원본부장은 “지난 4월 한국 화장품의 수출액이 처음으로 수입액을 넘어섰는데 이는 한류를 통해 K-뷰티가 널리 확산됐기 때문”이라며 “중국에 편중돼 있던 한국 화장품의 수출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품목 역시 단순 화장품 수출에서 벗어나 네일아트, 헤어케어용품, 마사지 용품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어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한류’의 진원지로 꼽히는 명동의 경우 질 좋고 합리적인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을 한 곳에서 편하고 즐겁게 쇼핑할 수 있다는 점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텍스 프리(TAX FREE)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세계를 매료시킨 국내 화장품의 인기가 단지 한류열풍이나 연예인 효과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KDB대우증권 함승희 연구원은 최근 한국 화장품 관련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한류 열풍 효과 등 단기적으로 과열되는 양상이 아니라 선진국 수준의 화장품 기술력이 내재된 가운데 문화 확산 효과 등과 맞물린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라며 향후 아시아 기초화장품 영역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일본의 입지를 위협하는 등 아시아 시장 내 상대적 입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7억9593만2000달러로 관세청이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화장품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한 8억3853만5000달러로 집계됐다.
김재련
20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