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까지 몰리며 뷰티 천국으로 탈바꿈
지난 주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한 화장품 매장 앞에서 해외 브라스 밴드의 깜짝 공연이 진행된 것. 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즐겼고 일부는 이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 매장은 얼마 전 오픈한 화장품 편집숍 벨포트다.패션 거리였던 가로수길이 뷰티 쇼핑 천국으로 변화하면서 국내외 화장품·향수·뷰티 관련 업체들이 가로수길 잡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명동이 작은 글로벌 시장이라면 가로수길은 국내 트렌드 세터들이 집결하는 스타일 일번지이자 중국 요우커들의 새로운 관광명소. 내년까지 전국에 100개 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는 벨포트가 가로수길에 1호점을 연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현재 가로수길에는 입구에 네이처리퍼블릭과 미샤를 필두로 닐스 야드 레메디스, CJ올리브영, 러쉬, 메종 드 파팡, 빌리프, VDL, 프로스틴, 투쿨포스쿨, 더바디샵, 롭스, 코스메토크, 클럽클리오, 바닐라코, 에스쁘아, 숨37, 키엘, 비욘드, 멜비타, VB 다이어트랩, 더페이스샵, 록시땅, 폴라초이스 등이 위치해 있으며, 가로수길과 가까운 신사역 부근에는 이니스프리와 스킨푸드, 아리따움, 리스킨이 자리 잡고 있다.이 가운데 LG생활건강의 가로수길 사랑은 각별하다. LG생활건강은 2010년 더페이스샵, 2011년 빌리프 매장에 이어 2012년 프로스틴 플래그십 스토어와 VDL 1호점, 2013년 비욘드 단독매장을 오픈했으며, 올해 9월에는 숨37의 컨셉 스토어를 런칭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가로수길은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화장품의 새로운 핵심 상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특히 여성 고객들의 입소문이 빨리 확산돼 각 매장은 매출 이외의 마케팅 효과도 높다”고 말했다.주로 명동 상권에 집중해왔던 아모레퍼시픽도 올 들어 가로수길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2월 에스쁘아 매장을 연 데 이어 5월에는 VB 다이어트랩을 리뉴얼 오픈했고, 10월 10일 오설록 티하우스 가로수길점을 2층 규모로 선보였다. 지난 6월에는 팝업 스토어 ‘라네즈 워터뱅크 바’를 운영하기도 했다.4~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남의 대표 상권은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였다. 하지만 가로수길 상권이 커지고 한류 열풍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곳에 로드숍을 입점시키려는 화장품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가로수길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가로수길 대형 매장의 경우 6,000~7,000만원이었던 월세가 1억5,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속하게 치솟은 반면 압구정 로데오 거리는 3년 전 임대료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성형외과의 대세가 신사동으로 넘어가면서 의료 관광과 연계해 가로수길 화장품 쇼핑과 맛집 탐방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흥열
201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