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의한 화장품을 위한 아시아 최대 쇼핑명소
명동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화장품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월 현재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은 130여개에 이르며, 이는 단일 상권으로는 아시아에서 단연 독보적인 수준이다. 특히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명동 상권에 입점하는 화장품 매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지난달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러쉬 명동점이 전 세계 900여개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것. 러쉬코리아에 따르면 명동점의 연 매출은 약 41억원으로 러쉬가 진출한 50개국에서 가장 많은 액수다. 점포 크기가 53.3㎡로 작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명동의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현재 명동에서 두드러진 면모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역시 원브랜드숍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지하철 상가와 면세점을 포함해 12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더페이스샵과 이니스프리, 미샤,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토니모리, 바닐라코, 더샘, 홀리카 홀리카 등이 5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생 브랜드 더연은 얼마 전 명동 2호점을 오픈했고, 카버코리아는 지난 11월 A.H.C, 샤라샤라, 비비토 등 자사의 대표 브랜드를 한 데 모은 복합 뷰티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와 함께 국내 대표 H&B숍 CJ올리브영도 5개 매장이 성업 중이다.화장품업체들의 시선이 명동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매출과 마케팅 면에서 여타 상권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하루 유동인구가 25~30만명에 이르는 데다 점포당 월 평균 2억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매출이 보장되므로 명동을 오프라인 유통 1순위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고객의 80% 이상이 중국 관광객인 만큼 명동의 로드숍은 곧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명동에 마몽드, 라네즈, 프리메라 단독 매장을 오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유달리 마스크팩을 선호하면서 명동에 마스크팩 전문 매장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2월과 9월에 각각 문을 연 로열스킨과 올마스크스토리는 명동 화장품 상권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4개 매장을 운영 중인 로열스킨은 자사 브랜드 마스크 시트 외에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마유 크림, 달팽이 크림, 알로에 젤 등을 취급하며 세를 넓히고 있으며, 명동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역시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올마스크스토리는 인기 브랜드의 마스크팩과 함께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스킨케어 화장품, 스타킹, 식품, 홍삼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며 또 다른 컨셉의 H&B숍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마스크스토리는 오는 2월 명동에 5호점을 연 뒤 연말까지 제주, 동대문, 이대 등 중국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상권에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국내 화장품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뷰티 멀티스토어 벨포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 문샷도 명동 진출을 예정하고 있어 가로수길, 삼청동, 이대, 홍대, 코엑스몰 등 다른 핵심 상권과 명동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하라주쿠와 신주쿠, 홍콩 침사추이와 몽콕에도 작지 않은 규모의 화장품 상권이 자리하고 있고 일부 H&B숍과 멀티숍이 다점포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명동만큼 다양한 화장품 매장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지는 않다”면서 “K-뷰티의 글로벌 파워가 더해지면서 국내 화장품 유통의 심장부인 명동의 가치는 더욱 격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명동은 패션, 잡화, 화장품 매장 등이 고르게 분포해 ‘옷 좀 입는다’는 패션 리더들이 주로 찾던 곳이었으나 이젠 화장품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 상권으로 성격이 달라졌다”며 “이는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사실의 방증이며, 앞으로 명실상부한 아시아 뷰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지속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흥열
201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