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효자 한 명 열 자식 안 부럽다
전례없는 중국 특수로 국내 화장품산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2015년 화장품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히트상품’이 될 전망이다.지난해 국내 화장품시장의 주요 이슈는 ‘글로벌’과 ‘SNS 마케팅’, ‘M-커머스’, ‘채널 다각화’. 하지만 홍보·마케팅·영업·수출·CS 등 제품 외적인 면에서 전력을 다해도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히트상품이 없으면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올해 브랜드숍을 위시로 한 각 업체들은 ‘대박 제품’을 만드는 데 올인하고 있다.먼저 2014년 브랜드숍 매출 3위로 밀려난 미샤는 부진의 원인을 히트상품 부재라고 판단, 지난 2월 신제품 ‘매직쿠션’을 4,800원에 런칭하는 강수를 던졌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비롯한 쿠션 팩트의 통상적인 판매가가 2~3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인 수준. 미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11년 ‘짭테라’, ‘짭색병’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와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 2세대 제품을 선보이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연이은 실적 하락으로 올초 대표이사가 교체된 에뛰드하우스도 브랜드 재정비와 함께 히트상품 육성에 몰두 중이다. 에뛰드하우스는 2015년 봄 트렌드 컬러 20가지로 구성된 리퀴드 타입 립 제품 ‘컬러 인 리퀴드 립스’를 필두로 인기 제품을 차례로 출시, 10대를 넘어 보다 넓은 소비층을 커버하는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지난해 하반기 IPO 추진 발표와 함께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홍보·마케팅을 전개했으나 매출 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토니모리는 ‘내추럴스 산양유’ 스킨케어 라인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토니모리 측은 “2040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추럴스 산양유 프리미엄 크림’ 사전 테스트 결과 98%가 사용감과 보습력에 만족감을 나타냈다”며 “‘내추럴스 산양유’ 라인으로 달팽이크림, 마유크림, 당나귀유크림, 제비집크림 등이 혼전을 벌이고 있는 스킨케어 시장에서 패권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프로페셔널 메이크업 대표 브랜드를 지향하는 업계 라이벌 에스쁘아와 VDL도 각각 ‘꾸뛰르 터치 립 플루이드’, ‘파스텔 펀치 컬렉션’과 ‘엑스퍼트 컬러 아이북 6.4’ 등 9종으로 구성된 ‘팬톤 컬렉션’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특히 2015년 1월 1일 에뛰드하우스에서 분리, ‘꾸뛰르 터치 립 플루이드’와 ‘파스텔 펀치 컬렉션’이 사실상 독립법인의 첫 작품인 만큼 에스쁘아는 이들 제품의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한편 지난달 로레알 그룹의 랑콤이 ‘블랑 엑스퍼트 쿠션 콤팩트’를 내놓은 데 이어 크리스챤 디올과 에스티로더에서도 쿠션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마몽드 등 주요 브랜드를 통해 쿠션 팩트 신제품을 선보이며 일전을 준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13개 브랜드를 통해 발매된 쿠션 제품은 지난해에만 9,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2월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돌파했다.국내 화장품시장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잇츠스킨의 ‘달팽이크림’, 네이처리퍼블릭의 ‘알로에 수딩젤’, 클레어스의 ‘마유크림’ 등은 해당 업체들이 현지 법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 특수 등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며 “올해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두드러져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상품을 내놓는 브랜드가 치고 올라오는 이변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 패턴이 유통에서 브랜드로, 이제는 제품으로 확연하게 이동함에 따라 브랜드 파워만 믿고 안일하게 비즈니스를 전개하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이 전체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글로벌한 시각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는 데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흥열
201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