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의 시작은 이슬람문화 이해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되고 있다. 메르스가 발생한 지역에 출장이 잦은 담당자는 불안감이 커졌다. 이 가운데 국내 화장품·뷰티기업은 지난 5월 26~28일 두바이에서 열린 뷰티전시회에 참가했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한국 기업은 중동 시장을 포기할 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 경제 현황 보고서 2014-2015(Thomson Reuters State of the Global Islamic Economy 2014-2015)'는 글로벌 할랄화장품시장 규모가 2013년 400억달러(42조7,600억원)에서 2019년 730억달러(78조370억원)로 두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 세계 할랄산업 시장 규모는 약 2조달러(2,213조)로 추정된다. 무슬림은 전세계 약 70억 인구의 25%인 18억명 정도다. 2025년도에는 전세계 무슬림 비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국은 할랄시장에 대해 모른다.
“한국에서 할랄시장에 대해 아는 곳은 사실상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할랄시장에 관한 정보가 얕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할랄시장 진출을 가볍게 결정하면 위험합니다. 할랄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이 모르는 시장입니다.”
2011년 5월 국내 최초 이슬람 전문컨설팅 업체인 ‘펜타글로벌’을 세운 조영찬 대표는 할랄시장을 안일하게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펜타글로벌’은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아원, 교촌치킨, 한성푸드, 오투바이오, 네이처팜 등의 할랄 인증을 진행했다. 화장품기업으로는 네이처텍의 할랄 인증 획득을 도왔다. ‘펜타글로벌’은 설립 첫 해인 10월부터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지사를 두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할랄(Halal)은 허용된 음식이나 의약품, 화장품 등을 말한다. 하람(Haram)은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할랄 인증기관은 JAKIM(말레이시아), MUI(인도네시아), ifanca(미국) 등을 꼽을 수 있다.
“할랄 인증기관은 수 천 개에 달할 것으로 봅니다. 비이슬람국가인 일본만해도 60~100개 정도가 있습니다. 할랄 인증기관은 자발적인 조직으로 개인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가 없습니다. 인증기관도 순위를 매길 수도 없고, 효력도 다릅니다. 인증기관의 권위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다시말해서 특정 국가에 수출을 하고 싶다면 해당 국가에서 가장 권위있는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는게 좋습니다. 물론 많은 무슬림이 알고 있는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으면 도움은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미국에도 권위있는 할랄인증 기관인 이팡카(ifanca)가 있다는 게 의아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은 800만명 정도입니다. 미국은 한국에 있는 미군에게 할랄제품을 공급해 줍니다. 중동 국가에서도 미국 할랄 제품을 인정할 정도로 미국산 할랄 제품은 유명합니다.”
조 대표는 이슬람문화를 흑백논리로 접근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할랄시장은 명확하게 금지된 것 이외에는 나라마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다고 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음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격합니다. 10명중 8~9명은 할랄 인증을 받은 음식만먹습니다. 이에 비해 화장품은 할랄 인증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편입니다. 다만 4~5년전부터 할랄 인증 화장품을 써야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중동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어서 화장품도 할랄 인증을 받으면 유리할 것으로 봅니다. 중소기업은 할랄 인증을 받아 진입하는게 좋습니다. 한 식품회사도 할랄 인증을 받으면서 매출이 20배 넘게 늘었습니다. 중국도 무슬림이 3,000만명에 달해 잠재력이 있는 시장입니다.”
할랄 인증이 까다롭지 않느냐고 물었다.
“할랄 인증은 원재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인체 태반, 돼지, 개가 섞인 원료는 안됩니다. 명확하게 안되는 것 이외에는 큰 문제가 안됩니다. 알코올도 없는 제품을 선호하지만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대표자나 생산자가 무슬림이 아니어도 됩니다. 다만 생산시설에서 금지된 원료가 섞이지 않아야 합니다. 금지된 원료를 사용하는 화장품 기업은 할랄 인증을 못받습니다.”
문득 무슬림 여성은 눈 화장만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히잡으로 상징되는 무슬림 여성은 눈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슬람문화는 일부다체제이기 때문에 무슬림 여성은 남편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집에서 풀메이크업을 합니다. 소득수준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무슬림 여성은 집에서 최고로 좋은 화장품과 옷으로 치장합니다.”
이슬람문화부터 제대로 이해하라는 말로 들렸다.
지난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 보고서는 2017년 쯤이면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오만) 국가의 1인당 화장품 소비는 48.70~68.20달러 정도로 프랑스(89.60달러), 영국(70.60달러), 미국(65.80달러 예상)에 이른다는 전망을 냈다.
안용찬
201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