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式 다이어트’의 구석진 그늘 “영양결핍”
농경시대 이전처럼 살코기와 해산물, 달걀, 과일 등은 마음껏 섭취토록 하면서 곡물, 콩, 감자, 설탕 등은 삼가도록 하는 이른바 ‘구석기 시대 다이어트’는 적잖은 논란에도 불구, 체중감소와 건강에 좋은 식이요법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 구석기 다이어트가 발빠른 체중감소에는 효과적이지만, 필수영양소 결핍이라는 구석진 문제점을 수반할 수 있을 것임을 지적한 소규모 연구결과가 나와 이목이 쏠리게 하고 있다.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州의 주도(州都) 퍼스에 소재한 에디스 코완대학 의학‧보건대학의 아만다 드바인 박사 연구팀은 학술저널 ‘영양학’誌 5월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임의로 구석기 다이어트 또는 호주 건강 식생활 지침을 이행토록 했을 때 심혈관계 및 대사계에 미친 영향: 4주 무작위 분류 시험’이다.
구석기 다이어트는 최근 호주에서 대중적인 인기도가 부쩍 높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같은 식생활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사례는 많지 않았다는 평가이다.
드바인 박사팀은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평균연령 47세, 체질량 지수(BMI) 27±4kg/m²의 건강한 호주여성 39명을 충원한 후 무작위 분류를 거쳐 이 중 22명에게는 구석기 다이어트를 이행토록 하고, 나머지 17명에게는 ‘호주 건강 식생활 지침’(AGHE)에 따른 균형된 식생활을 이행토록 하는 방식의 시험을 4주 동안 진행했었다.
시험기간 동안 연구팀은 구석기 다이어트 그룹의 경우 살코기와 과일, 채소류 등은 마음껏 섭취토록 했지만, 곡물과 탄수화물, 유제품, 옥수수, 감자, 콩류 등은 섭취하지 못하도록 지도했다.
반면 AGHE 식생활 그룹은 육류와 과일, 채소류, 곡물, 콩류, 유제품 및 기타 식품 등을 균형되게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4주가 경과했을 때 구석기 다이어트 그룹은 체중이 4.3%(1.99kg) 감소했을 뿐 아니라 허리둘레 또한 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주목할 만해 보였다. 탄수화물을 포함한 에너지 섭취량이 감소했음에 기인한 결과임을 시사하는 대목.
이에 비해 AGHE 식생활 그룹은 체중이 1.6%, 허리둘레가 1.9% 감소하는 데 그쳐 얼핏보면 명확하게 판정패한 것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심혈관계 및 대사계 생체지표인자들을 관찰한 결과 두 그룹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구석기 다이어트 그룹은 시험기간 동안 탄수화물 섭취량이 14.63% 적었을 뿐 아니라 나트륨과 칼슘, 요오드 등 신체에 필수적인 미량영양소들의 1일 섭취량 또한 각각 AGHE 식생활 그룹에 비해 1,055mg, 292mg 및 47.9µg 적었던 것으로 파악되어 그늘을 드리웠다.
마찬가지로 치아민, 리보플라빈, 비타민A, C 및 E, 엽산, 철분 등의 섭취량도 AGHE 식생활 그룹에 미치지 못했다.
반대로 지방 섭취량과 베타카로틴의 1일 섭취량은 구석기 다이어트 그룹이 각각 9.39% 및 6,777µg 높게 나타났음이 눈에 띄었다.
드바인 박사는 “구석기 다이어트가 단시일 내에 신체조성을 빠르게 변화시킨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사계와 심혈관계 위험요인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좀 더 대규모의 장기간에 걸친 후속연구를 통해 엄밀한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이덕규
201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