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코스메틱 인기 비결, 새 트렌드 창출해내는 능력
아모레퍼시픽의 ‘쿠션(cushion)’은 글로벌 뷰티시장에서 새로운 메이크업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하며 한국 화장품의 위상을 세운 대표적 사례다.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이 출시된 후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에서 얇고 자연스러우면서 완벽한 피부 표현을 위한 쿠션 화장품을 잇달아 출시해 세계 전역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미래형 쿠션 화장품은 매트 피니시와 솔리드(solid) 텍스처로 콤비네이션한 팩트 파운데이션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뷰티스트림즈(BEAUTYSTREAMS)의 최대균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이진영 코리아마케팅매니저는 지난 11월 15일 오후 2시(현지 시각)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AWE) 세미나룸에서 열린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홍콩 2016(Cosmoprof Asia Hong Kong)’ 컨퍼런스에서 ‘Next From Korea : What’s New in Brands & Products’라는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해 참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대균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플레이트, 스폰지, 솔리드 타입(에센스 파운데이션) 등 콤팩트 타입 파운데이션은 3종류가 있다”면서 “흥미로운 점은 올해 매트 피니시 타입이 많이 출시됐다. 기존의 쿠션 텍스처(모이스처라이징 혹은 오일리)는 스킨에는 좋지만 트렌드에는 멀어졌다. 오일리하고 두꺼운 쿠션을 커버하기 위해 가벼운 파우더가 유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 설립된 뷰티스트림즈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글로벌 뷰티 트렌드 리서치회사로 현재 유일한 뷰티&패키징 전문 온라인정보 서비스 기업이다. 뷰티, 패키지산업과 관련한 디자인, 제품개발, 마케팅 분야의 시장 예측과 동향 정보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 동안 글로벌 뷰티 트렌드의 선두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세션에서는 한국의 메이크업, 스킨케어, 패키징의 차세대 상품과 트렌드를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 화장품시장, 지난해 10조원 돌파
지난해 한국 화장품 생산 실적은 10조7328억원(92억 달러)을 기록해 전년보다 19.64% 증가했다. 카테고리별로 보면 스킨케어는 58%(6조2000억원), 색조화장품은 16%(1조7200억원), 헤어&보디케어는 26%(2조2200억원)를 차지했다. 한국 화장품의 수출 규모를 살펴보면 2015년 수출액은 2조9280억원(25억8780만 달러)으로 이는 전년 대비 73.76%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간 평균 성장률은 34.3%를 기록했다.
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화장품 무역 증가치는 작년과 비교해서 15억 달러 증가하는 등 한국 화장품이 세계 시장을 공략하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K-뷰티로 대변되는 한국 화장품은 높은 품질력과 경쟁력을 갖춘 가격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의 서두는 우리나라 화장품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각 31개 브랜드 중 주요 브랜드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진영 매니저는 “‘가온도담’은 아모레퍼시픽이 처음으로 내놓은 임산부 전용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로, 아모레퍼시픽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됐다”면서 “예민해진 임산부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인공향과 파라벤, 타르색소, 광물성 오일 및 동물성 원료, 실리콘 등 10개 유해요소를 차단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내에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작은 규모의 민첩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창의적인 브랜드를 육성하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 5월 ‘가온도담’과 더불어 스포츠 전문 선케어 브랜드 ‘아웃런’도 온라인 전용으로 선보인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색조전문 에뛰드하우스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혁신적이면서 대담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일례로 인기 캐릭터 앵그리버드와 컬래버레이션해 눈길을 끈 △청순거짓 브라우 젤 틴트를 비롯해 △바디 스팟 패치 △괴도 캣 아이 고글 채치 △마이뷰티툴 앞머리 가위 등을 이와 같은 혁신 제품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해 말 출시한 ‘청순거짓 브라우 젤틴트’는 젤 타입의 내용물을 바르고 떼어내면 오랫동안 눈썹을 유지해주는 제품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혁신성을 통해 기존에 없던 ‘눈썹 틴트’라는 시장을 새롭게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궁중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는 2014년도 패키징 디자인을 바꾼 후 아이덴티티를 찾았고 급속도로 성장해 올해 11월 3일 기준 1조원의 판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3년 1월 첫 출시 이래 14년 만으로,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후의 경우 궁중 스토리를 담은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후, 리엔, 수려한, 더페이스샵, 빌리프 등 LG생활건강의 5대 브랜드 중 후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경쟁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라며 “아모레퍼시픽은 전체적으로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반면 LG생활건강의 브랜드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반응이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발표자들은 “후와 설화수는 두 기업의 프레스티지 브랜드 라인인데 최근에는 가장 중요한 고객층이 중국이기 때문 에 중국인 취향으로 디자인을 제작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주요 브랜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클리오의 색조 브랜드 페리페라는 ‘소프트한 틴트’의 왕국이라고 역설했다. 페리페라의 경우 10대 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이며 2015년에 327% 급성장했다.
발표자들은 페리페라가 10대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10대의 97%가 교복을 입고 메이크업을 금지하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또래보다 예뻐 보이기 위해서는 노메이크업(No Make Up) 같은 메이크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메이크업 제품 같지 않은 용기 디자인 역시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언급했다.
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틴에이저를 공략하는 시장은 1300만 달러에 불과하고 전체 마켓의 3% 수준이지만 매년 20%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Neo K-Beauty
이날 발표자들은 한국의 뷰티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K-뷰티’ 유튜버, K-POP 스타, 내추럴 메이크업 등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Neo K-Beauty’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지난해 가장 인기를 끈 메이크업은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스트로빙(Strobing) 메이크업이다. 할리우드에서 음영을 주는 컨투어링 메이크업이 유행했다가 얼굴의 입체감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기법인 스트로빙 메이크업으로 트렌드가 변했다”면서 “이 같은 메이크업 트렌드를 한국이 재해석해 인기”라고 말했다.
스트로빙은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섬광인 스트로브(Strobe)에서 이름을 빌려온 것으로 얼굴 중 도드라진 곳에 조명을 터트린 것처럼 연출하는 기법으로 하이라이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프로슈머의 활약
이와 더불어 ‘프로슈머’도 한국 제품의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웠다. 발표자들은 “한국에는 유튜브 같은 많은 뷰티 팟캐스트들이 있다. 이런 수많은 정보 때문에 거의 모든 한국 여성들은 메이크업하는 방법을 안다. 모든 사람들이 뷰티 아티스트가 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뷰티 리뷰어가 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그들은 더욱 전문적으로 고심해서 화장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15개가 넘는 뷰티 관련 TV 프로그램이 매주 방송되기 때문에 한국 여성 소비자들이 메이크업 관련한 전문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 수월하고, 많은 브랜드들은 상품을 더욱 프로페셔널하게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품으로는 각도 조절이 가능한 2mm의 브러시로 제작된 에스쁘아의 ‘프로 데피니션 팔레트 라이너’, 0.5 차이로 다양한 컬러를 보유한 쏘내추럴의 ‘커버쿠션’, 고객이 성분을 섞어서 만들 수 있는 이니스프리의 ‘셀프메이킹 마스크’ 등을 대표사례로 꼽았다.
김재련
2016.12.02